알앤비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며 계속해서 발전해왔습니다. 2000년대 들어 일렉트로닉, 힙합, 록, 팝, 소울, 엠비언트 등 수많은 장르적 요소가 뒤섞인 사운드가 힙스터들의 사랑을 받으며 피비알앤비(PBR&B)라는 이름의 새로운 장르로 탄생했습니다. 힙스터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피비알앤비는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위켄드(The Weeknd), 미구엘(Miguel)등 뮤지션들의 인기에 힘입어 지금은 주류 알앤비가 되었습니다. 피비알앤비(PBR&B)혹은, 얼터너티브 알앤비(Alternative R&B)의 현재 혹은 미래라 불리는 신예 알앤비 뮤지션들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이미지- 다니엘 시저 페이스북

1995년 4월 5일 태어난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는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입니다. 2014년 발표한 데뷔 EP <Praise Break>은 그해 <롤링 스톤(Rollling Stone)>지 ‘알앤비 앨범 베스트 20’에 선정됐고, 이듬해 발매한 <Pilgrim 's Paradise>를 통해 다니엘 시저는 엇비슷한 피비알앤비 사운드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 성공합니다. 특히 다운템포의 곡으로, 매력적인 음색의 보컬과 빈티지한 드럼, 블루지한 기타 라인 등 레트로한 음악적 요소들을 녹여낸 ‘Get You’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다니엘 시저는 언제나 차분하고, 특히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굉장히 진지하다고 합니다. 그 말처럼 2017년 정규 1집 <Freudian>을 발매한 다니엘 시저는 훨씬 깊어진 세계관과 사운드로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습니다. 차분한 무드 속에 네오소울적인 요소와 가스펠적 요소를 적용시킨 음악들로 채워진 그의 첫 정규 앨범은 그래미어워드 ‘최우수 알앤비 앨범(Best R&B Album)’ 부분에 노미네이트되며, 그를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새로운 기수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갖기도 했습니다.

 

모세 섬니(Moses Sumney)

이미지- 모세 섬니 페이스북

모세 섬니(Moses Frimpong Sumney)는 1990년 5월 19일 출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가나 출신의 목사 부모님을 둔 그는 10세 되던 해 가나로 이사합니다. 어린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탓에 가나 문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그는 홀로 악기 연주하는 법을 배웠고, 수년간 아카펠라 작곡을 하며 발표하지 않은 곡들을 쌓아갑니다. 미국으로 돌아와 대학을 다닌 그는 24살이 되던 해 자체 녹음으로 만든 EP <Mid-City Island>를 발매합니다. 유니크한 음악으로 뮤지션들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한 그는 세계적인 뮤지션 벡(Beck)의 앨범에 참여하며 더 큰 주목을 받습니다.

기타루프, 아카펠라, 아프리카 리듬, 재즈, 소울, 인디포크, 일렉트로니카 등 모세 섬니의 음악은 자유로운 요소가 혼합되어 있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흑인이라는 편견과 피비알앤비라는 장르에 속박당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영혼 그리고 낭만에 대해 항상 깊게 생각하고 관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한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 5곡이 담긴 EP <Lamentations>를 2016년에 발매합니다.

솔란지(Solange),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 및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공연 오프닝에 서며 인지도와 경험을 쌓던 그는 2017년 9월 첫 번째 정규 앨범 <Aromanticism>을 발표합니다. 앨범에서 그는 신뢰, 열망, 고립, 외로움과 같은 감정에 대해 노래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은 <롤링 스톤(Rollling Stone)>지, <가디언(Guardian)>,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등에서 2017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벌써 우리를 놀라게 할 두 번째 앨범을 녹음 중에 있습니다.

 

닉 하킴 (Nick Hakim)

Via ‘mahogany’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닉 하킴은 페루 출신의 아버지와 칠레 출신의 음악가 어머니 그리고 펑크 음악에서 깊은 영향을 받은 형 등 주변에 음악적 다양성이 넘치는 워싱턴 DC의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닉 하킴에게 여러 음악 장르를 섞고 주변 환경을 혼합하는 경향이 있는 건 어쩌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14년 뉴욕과 보스턴을 오가며 만든 EP 앨범 <Where Will We Go>를 Pt. 1과 Pt. 2로 나누어 냅니다. 이 앨범은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수백만의 조회 수를 올리며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둡니다. 그리고 ‘ATO Records’와 계약을 맺고 3년 만에 첫 번째 정규앨범 <Green Twins>를 발표합니다.

닉 하킴은 마빈 게이(Marvin Gaye)와 해리 닐슨(Harry Nilsson), 알 그린(Al Green)과 같은 우상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고, 그 영감들을 레코딩을 통해 묶어 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묶여진 그의 기타와 목소리는 그를 얼터너티브 알앤비라는 장르에서 중요한 존재로 만듭니다. 그의 음악은 그의 삶처럼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사랑을 꿈꾸는 동시에 절망적인 느낌을 주고 있으며, 풍부한 소울 안에서 사이키델릭과 모타운을 자유롭게 오갑니다. 알앤비, 재즈, 포크, 록, 민속 음악, 블루스 등 여러 감수성을 지닌 그의 음악은 모든 것과 연결된 채 친밀하게 대화합니다.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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