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2018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대중음악상은 매체 노출이나 기여도와 상관없이 좋은 음악과 진정한 음악인에게 상을 수여하고자 15년째 수행되고 있는 시상식으로, 올해도 많은 음악인들이 후보에 올라 2017년 한해의 가요계를 되돌아보는 장을 마련했다. 사실 매년 후보와 수상을 결정하는 위원들이 아무리 공정한 선정을 하려고 해도 예술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어렵고 여러 사람 각자의 주관과 미관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보니 언제나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는 있을 수 없는 법이다. 이에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를 법했으나 오르지 않았던 음악들을 장르 부문별로 돌아보며 그 아쉬움을 달래본다.

* 장르 부문별로 음반과 노래를 가리지 않고 2팀씩 선정하였습니다.
** 선정 리스트는 어디까지나 후보 발표 사후 필자 개인의 선택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과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최우수 록 부문 – 전국비둘기연합 | 헬리비젼

데뷔 10주년, 6년 만의 정규앨범으로 발표된 전국비둘기연합의 3집은 거칠고 원초적인 무드와 호쾌한 에너지, 댄서블하고 중독적인 리프가 잘 맞물려 2017년에도 여전히 가장 빛나는 청춘다움을 자랑했다. 반대로 헬리비젼 2집은 어떤 음악보다 묵직하고 강렬하면서도 쉬이 폭발하지 않고 꿈틀거리는 원숙한 맨틀의 록으로서 최고의 자리가 어색하지 않은 결과물을 들려주었다.

전국비둘기연합 ‘Voyager’ of <Hero>(2017.01.04)

 

헬리비젼 ‘잠영’ of <천천히 힘으로>(2017.02.27)

 

최우수 모던록 부문 – O.O.O. | 파라솔

모던록 부문은 유난히 쟁쟁한 후보들이 많았다. 언니네 이발관과 3호선버터플라이, 혁오 등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경력만 수두룩하다. 허나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선배들과 경쟁할 뉴페이스는 얼마든지 존재한다. 2017년 이제 고작 두 번째 EP를 발표한 O.O.O.와 데뷔 3년 만에 부지런히 정규 2집을 발매한 파라솔이 그만의 신선한 감성과 사운드로 무장한 대표적인 얼굴들이다.

O.O.O. ‘나는 왜’ of <Garden>(2017.08.23)

 

파라솔 ‘경마장 다녀오는 길’ of <아무것도 아닌 사람>(2017.07.08)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 깜귀 | 포멀 애퍼시

메탈&하드코어 부문은 4개 팀만 후보에 올라 ‘다른 부문처럼 5개의 자리가 허락되었다면?’이라는 가정이 더욱 떠오른다. 결성 1년 만에 첫 EP를 내놓은 깜귀는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높은 완성도와 잘 짜인 구성의 메탈을 들려주었다. 씬의 베테랑들로 구성된 포멀 애퍼시는 화려한 서사 대신 육중한 사운드와 신기에 가까운 드러밍으로 기억을 남기었다.

깜귀 ‘연옥’ of <OBSCURE>(2016.12.15)

 

포멀 애퍼시 ‘Divine of Lie’ of <The Upper Hand>(2017.09.21)

 

최우수 팝 부문 – 김윤아 | 청하

젊은 음악인과 아이돌로 자리를 채운 팝 부문은 오랫동안 좋은 활동에도 한국대중음악상 최종 수상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던 김윤아에게 다시 한번 후보 한 자리가 돌아가기를 바라게 된다. 자아와 내면을 드러내는 데 능숙해 보였던 그의 네 번째 솔로 프로젝트 앨범 <타인의 고통>은 타인의 아픔에 대한 배려와 공감을 잘 읽을 수 있는 음반이다. 이미 짐작한 안무 능력과 의외의 보컬 및 콘셉트 소화 능력으로 또 한 명의 실력파 솔로 아이돌 탄생을 알린 청하의 데뷔 음반도 마땅한 선택이다.

김윤아 ‘키리에’ of <타인의 고통>(2016.12.08)

 

청하 ‘Why Don’t You Know(Feat. 넉살)’ of <Hands on Me>(2017.06.07)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 75A | 전기성

75A의 음반은 앞서 발표된 리드 싱글 ‘Man Ray System’이 전년도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분’ 후보에 올랐으나 막상 음반은 올해 후보에 부름을 받지 못했다. 허나 특유의 공간감 있는 사운드 조성과 섬세한 서정성은 충분한 가치를 증명한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조까를로스의 프로젝트 밴드인 전기성이 1980년대에 대한 노골적인 향수를 전시한 <주파수를 나에게>는 2017년 가장 ‘느낌’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 중 하나였다.

75A ‘Man Ray System’ of <75A>(2016.12.21)

 

전기성 ‘사이코메트리-O’ of <주파수를 나에게>(2017.10.17)

 

최우수 랩&힙합 – 김태균 | 와비사비룸

오랜 관심과 기다림 끝에 발표된 김태균의 첫 정규 작업물은 가사 한 줄, 한 단어마다 깊은 성찰과 자기만의 이야기로 꾹꾹 채워져 있다. 비록 개인적인 서사이지만 극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톤과 감정표현에 의해 듣는 이를 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김태균의 구체적인 스토리텔링과 달리, 날것의 추상을 유려하게 뱉는 와비사비룸의 멋들어진 유희도 놓칠 수 없는 선택이다.

김태균 ‘입장’ of <녹색이념>(2016.12.31)

 

와비사비룸 ‘VIBE’ of <VIBE>(2017.03.28)

 

최우수 알앤비&소울 – 비니셔스 | 테림

알앤비&소울 씬은 작금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부문이다. 당장 본토 장르음악 사이에 끼어있어도 이질감 없을 좋은 퀄리티와 현대적인 감각의 음악들이 더구나 생소한 이름들에 의해 쏟아졌다. 김아일과 작업했던 비니셔스나 우원재의 전담 프로듀서로 알려진 테림 역시 2017년 본격적으로 자기 작업물을 내놓으며 익숙한 듯 세련된 스타일을 과시했다.

비니셔스 ‘Holiday’ of <사이>(2017.07.01)

 

테림 ‘EVITA!’ of <ODE TO TE>(2017.11.22)

 

최우수 포크 – 오드 트리 | 니들앤젬

포크 부문은 2017년 가장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종합분야 ‘올해의 음반’ 부문에 포크 음반이 2장이나 포함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인지 음반, 노래 부문 모두 후보가 6팀이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이름은 있기 마련이다. 오드 트리의 음악은 전통적인 따스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재즈 어프로치를 가미한 리듬과 보컬의 조화가 멋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니들앤젬은 음반 활동은 없었지만 소박하지만 단단하고 긴장감 있는 두 포크 싱글을 발표하며 그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오드 트리 ‘별의 기억’ of <이상한 나무>(2017.11.01)

 

니들앤젬 ‘34N125E’ of <34N125E>(2017.04.17)

 

최우수 재즈 – 이지혜 | 조영덕 트리오

이지혜와 조영덕 트리오는 국내 대중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2017년 각기 의미 있는 음악을 남기었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이지혜는 ‘금강경’이라는 우리에게도 생소한 전통 모티프와 장구, 꽹과리 등 국악 타악기를 동원해 국악의 처연한 서정과 재즈의 스윙을 훌륭히 어우른 결과물을 들려주었다. 조영덕 트리오 역시 우리네 정서와 테마를 잘 활용한 작곡으로 새롭고 좋은 재즈를 펼쳐냈다.

이지혜 ‘Diamond Sutra Reader’ of <Diamond Sutra Reader>(2017.02.01)

 

조영덕 트리오 ‘위로’ of <Inner Side>(2017.05.17)

 

최우수 크로스오버 – 임준희 | 카운드업

서양음악 작곡가 임준희의 <댄싱 산조 2>는 국악기와 양악기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악기들이 어울리는 예외적 방식과, 서양 현대음악으로 익숙한 사운드를 국악의 정서로 구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다채롭게 녹여낸 음반이다. 카운드업은 지난해 크로스오버 부문 수상작인 두 번째 달의 음반에 비해 훨씬 축소된 프로젝트이지만 가창의 매력이 확연히 드러나는 깔끔한 편곡으로 크로스오버 음악의 진정한 매력을 발산했다.

임준희 ‘Dancing Sanjo 2’ of <댄싱산조2>(2017.07.06)

 

카운드업 ‘사철가’ of <Kind Of>(2017.06.15)

 

최우수 연주 – 김오키 | 신현필

2017년 한 해에만 3장의 음반을 선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보인 김오키의 후보 진입 실패도 아쉬운 대목이다. 단지 양적으로만이 아닌 3장 모두 질적으로 멋진 성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Luvoki>는 기존과 다른 뜻밖의 사운드와 콘셉트를, <fuckingmadness>는 야성미 넘치는 기세와 그루브 좋은 연주 합을 들려주었다. 연주 서사와 방법론에 있어 낯선 도전을 선보인 신현필의 음악에도 짙은 미련이 남는다.

김오키 ‘Fuc Ma Dreams’ of <Fuckingmadness>(2017.04.01)

 

신현필 ‘Spring Comes With The Scent’ of <Falling into the Abyss>(2017.09.12)

 

메인 이미지 via '한국대중음악상' 페이스북

 

Writer

차분한 즐거움을 좇는다. 그래서 보고 들은 것과 일상에 대한 좋은 생각, 좋아하는 마음을 글로 옮긴다. 학부 시절 네이버 파워블로그에 선정된 후 쓰기를 이어와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웹진 <음악취향Y>, 잡지 <재즈피플>, 신문 <아주경제> 등에 글을 기고한다. 누구나 늘 즐겁기를 바란다. 너무 들뜨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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