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아마 영화사에 손꼽히는 기괴한 타이틀이 아닐까. 독특한 제목 때문에 먼저 화제가 된 이 영화는 예상과는 달리(?) 소년과 소녀가 쌓아가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흩날리는 벚꽃, 학교, 고교생…. 영화에 등장하는 소재를 하나씩 읊다 보면 이 영화 역시 뻔한 청춘 영화인가 싶지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만이 가진 매력은 확실히 있다.

 

맑은 이야기가 주는 감동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시한부를 선고받은 소녀와 같은 반 소년이 꾸려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치고, 그 찰나를 계기로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를 각별한 감정을 쌓아간다. 그들이 만드는 추억은 특별하지 않다.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정리하고, 맛있는 라멘을 먹고, 학생이 하면 안 된다는 일들을 시도하는 정도? 별다를 것 없는 장면들이 후반부에 다다르면 묵직한 힘을 발휘한다. 각 잡고 공들인 이벤트보다 의식하지 못할 만큼 평범한 일상이 끝내 남아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건,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았던가.

영화의 빛은 소녀와 소년만을 비추며 둘의 순수함과 진심을 똑바로 보게 하는데, 독특하고 자극적인 것이 환영받는 시대에 이토록 투명한 이야기가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특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어떤 의미인지 밝혀진 후엔, 이 말이 새롭게 들릴 것이다.

 

시선 사로잡는 배우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선 새롭고 반가운 배우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주인공 ‘사쿠라’를 맡은 하마베 미나미와 ‘시가’ 역의 키타무라 타쿠미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얼굴. 일본의 차세대 배우로 손꼽히는 하나베 미나미는 첫 주연작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맑은 매력을 뽐내며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다.

키타무라 타쿠미는 어린 시절 데뷔해 여러 드라마와 영화로 경험을 쌓았고, 몇 년 전부터는 음악 활동까지 시작한 재주 많은 배우다. 그는 소년의 건조한 표정이 변하기 시작하는 미묘한 순간마저 훌륭하게 살려내며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반가운 얼굴은 오구리 슌. 그는 성인이 된 시가를 연기한다. 국내 대중에게는 <꽃보다 남자>의 ‘하나자와 루이’나 <크로우즈 제로>의 ‘타카야 겐지’ 등 개성 강한 역이 친숙했기에 그의 일상적인 표정은 쉽게 떠올리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오구리 슌은 하루를 겨우 살아내는 자의 허무한 표정부터,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순간 폭발하는 감정선까지 자연스레 소화하며 제 스펙트럼을 넓힌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배우 보는 맛도 분명 있는 영화다.

 

믿음직한 원작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한국판 표지

이 영화는 소설가 스미노 요루가 쓴 원작의 엄청난 인기에 힘입어 제작되었다.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2016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히트작. 스미노 요루는 이 작품으로 ‘압도적인 필력’을 가졌다는 평을 들었는데, 그만큼 원작에는 찰진 문장이 가득하다. 튼튼하게 세운 스토리 라인, 사이사이를 채우는 개성 있는 문장으로 이뤄진 원작은 영화 역시 미덥게 만드는 요소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예고편

영화보기ㅣN스토어유튜브 |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