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정반합의 논리처럼 늘 변화하며 발전했습니다. 길고 복잡한 프로그레시브 록 다음에는 짧고 단순한 펑크록이 떠올랐고, 그 뒤로는 헤비메탈이 다시 거기에 반하는 그런지(Grunge) 음악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일정한 주기로 변화하는 음악들과 그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있었습니다. 제임스 블레이크. 어떤 이에겐 생소한, 어떤 이에겐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십 년 전 세상에 나온 그의 음악은 전에 없던 새로운 형식과 사운드를 선보였고, 변화와 발전의 선두에 있었습니다. 지난 십 년을 말할 때 빼놓아선 안 될 뮤지션, 제임스 블레이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미지- 제임스 블레이크 페이스북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는 1988년 9월 26일 태어난 영국 런던 출신의 가수이자, 작곡가, 음반 제작자입니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제임스 리더랜드(James Litherland)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어린 시절 클래식 피아노 교육을 받으며 음악에 대한 강한 관심과 적성을 보였습니다. 2009년부터 싱글 및 3개의 EP 앨범(<Bells Sketch>, <CMYK>, <Klavierwerke>)을 발매하며 음악을 시작한 그는 2011년 자신의 레이블 ‘Atlas’를 통해 첫 스튜디오 데뷔앨범 <James Blake>를 발표합니다. 그리고는 파이스트(Leslie Feist)의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Remind>의 수록곡 ‘Limit To Your Love’를 커버한 곡을 타이틀곡으로 수록합니다.

James Blake ‘Limit To Your Love’ MV

제임스 블레이크는 1990년대 트립합과 R&B를 기반으로 많은 샘플링과 저음역대를 극대화해 비평가들로부터 포스트 덥스텝(post-dubstep) 뮤지션이라 평가받습니다. 실제로 그의 라이브는 베이스의 진동으로 가득 차 온몸이 떨릴 정도입니다. 이후 그는 2013년 발표한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Overgrown>으로 머큐리상을 받습니다.

James Blake ‘Retrograde’ MV

카니예 웨스트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밝힌 그는 카니예는 물론 비욘세, 르자, 프랭크 오션 및 저스틴 버논, 브라이언 이노, 코난 모카신, 릭 루빈 등과 함께 작업하며 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음악의 추출을 위해 우울과 불안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던 그가 전례 없이 도움을 요청하고,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든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Colour in Anything>을 2016년 발표합니다.

James Blake ‘Radio Silence’
James Blake ‘Modern Soul’

 

제임스 블레이크는 다른 전자음악가와는 달리 어쩐지 고풍스럽습니다. 그의 음악은 미세하게 변화하는데, 침묵 속에서 감정은 강하게 요동칩니다. 음악에 쓰인 요소들은 마치 현대 미술의 장치처럼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리는 강하게 반복되고, 사운드는 왜곡과 변주를 거듭합니다. 강력한 비트로 청자를 흥분시키는 한편, 신디 사운드는 안개처럼 몽롱하게 몸을 감쌉니다. 초창기의 그의 음악이 형체가 없는 기체 같았다면, 점점 액체화되는 기분을 안겨 주기도 합니다.

James Blake ‘NPR Music’ Live

 

그는 음악 안에서 모든 걸 해체 하고 다시 조합합니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지난 십 년간 줄곧 저스틴 버논과 함께 제임스 블레이크를 가장 중요한 뮤지션의 자리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진한 파란색 같다가도 어느새 회색이 되어있습니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최근 공개한 곡 ‘If The Car Beside You Moves Ahead’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 2049>와 잘 어우러집니다. 미래에서 온 그의 음악을 마지막으로 감상하시겠습니다.

James Blake ‘If The Car Beside You Moves Ahead’ MV

 

Writer

지큐, 아레나, 더블유, 블링, 맵스 등 패션 매거진 모델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개러지 록밴드 이스턴 사이드킥(Eastern Sidekick)과 포크밴드 스몰오(Small O)를 거쳐 2016년 초 밴드 아도이(ADOY)를 결성, 팀 내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최근 첫 에세이집 <잘 살고 싶은 마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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