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24살의 젊은 사진작가, 아리엘 밥-윌리스(Arielle Bobb-Willis)는 모델과 배경, 색상 등 각자 튀는 요소들을 한 프레임 안에 조화롭게 담아낸다. 그는 주로 피사체의 몸과 몸을 서로 겹치게 두거나, 일부러 불편하고 난해한 포즈를 설정하고 유도함으로써 일상적이지 않은 기괴하고 유별난 사진을 완성한다.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대로 각인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그의 사진들을 천천히 둘러보자.

우리가 아리엘 밥-윌리스의 사진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이끌리는 이유는 그가 지닌 특유의 개성과 재기발랄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개성을 완성해주는 것은 각각의 사진 속에서 전위적인 포즈로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이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인물들의 특이한 포즈 퍼레이드는 주변 사물에 몸을 숨기거나, 아예 바닥에 드러눕는 것도 모자라, 허리를 한껏 뒤로 젖혀 활모양을 만들고, 한 다리로만 몸을 지탱한 채 벽에 달라붙어 있거나, 상대방의 등에 올라타는 묘기에 가까운 동작을 소화하기도 한다.

동시에 레드, 블루, 퍼플 등 원색으로 대표되는 밝고 선명한 비비드 컬러는 그의 사진에서 인물의 포즈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구성요소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 것 같은 과한 색상의 옷들은 주로 99센트 스토어*에서 구입하거나, Unique, Goodwill과 같은 중고물품 가게를 이용한다. 색에 대한 중시는 비단 패션뿐 아니라 사진의 배경이 되는 풍경이나 건축에서도 드러나는데, 작가는 매번 촬영할 지역을 미리 둘러보며 그곳의 고유한 색깔을 찾아내고, 콘크리트나, 오래된 호텔의 객실 문, 화려한 간판 같은 오브제들도 놓치지 않고 사진 속에 담아낸다.

*99센트 스토어(99 cent stores)- 대부분 제품을 0.99 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곳, 미국의 ‘다이소’라 불린다.

 

뉴욕에서 태어나 자란 아리엘 밥-윌리스는 2008년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사하면서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5년간 우울증을 앓았다. 그때 우연히 접한 사진이라는 매체는 그에게 훌륭한 치료가 되어주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사진 수업에 참여했고 F스톱, 셔터 스피드, 조리개 조절과 같은 사진 기술을 배웠다. 사진을 찍는 동안만큼은 모든 우울감을 잊고 온전히 자신의 세계에 빠질 수 있었던 까닭이다. 사진에 흥미와 재능을 보이는 그에게 역사 선생님이 Nikon N80 필름 카메라를 선물했고, 그는 비좁은 방에서 자신의 손과 발, 친구의 얼굴, 창문과 커튼 따위를 찍으면서 자신의 첫 필름 롤을 모두 채웠다.

아리엘 밥-윌리스는 특이하게도 사진가보다 화가에게서 더 많이 영향받았는데, 어린 시절 아버지가 종종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그를 데려간 덕분에 피카소, 바스키아, 키스 해링 등과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많이 보고 자란 탓이다. 최근 그의 주된 영감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 제이콥 로렌스(Jacob Lawrence)나, 베니 앤드루스(Benny Andrews), 거트루드 모건(Gertrude Morgan) 등으로, 대부분 화가들에게서 영감을 얻은 그의 사진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일련의 과정과도 무척 닮았다. 머릿속에 이미지를 미리 설정하고, 각각의 구성요소를 그 위에 얹어 놓는 작업방식이나, 배경과 인물,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추지 않음으로써 사진을 보다 추상적인 형태로 전환시키는 점에서 그 유사성을 볼 수 있다.

©Jacob Lawrence

기괴한 신체 표현과 과할 정도로 화려한 컬러가 배치된 아리엘 밥-윌리스의 사진에서 언뜻 공허한 일상을 무마하는 짜릿한 자극이나, 고통을 잠시 잊게 하는 중독을 본다. 이는 곧 우울증에 휩싸여 오랫동안 불행과 어둠을 마주했던 작가가 계속해서 비현실적일만큼 화려한 이미지를 좇는 이유일지 모른다.

다 올리지 못한 사진은 작가의 홈페이지를 통해 감상하자.

 

Arielle Bobb-Willis 홈페이지
Arielle Bobb-Willis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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