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발매된 오존(O3ohn)의 데뷔 EP <[O]>는 별다른 홍보나 서포트 없이도 리스너들과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며 인디신에 굵은 첫인상을 새겼다. 단 한 장의 EP와 싱글을 발매하고 몇 번의 공연을 거친 신인 뮤지션의 행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두터운 지지를 모은 오존은 더이상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신의 중심부에 묵직이 자리한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러니 지금 그의 음악이 지닌 매력을 새삼 들춰내 찬양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포크, 소울, 메인스트립 팝이 조화롭게 뒤섞인 사운드나, 노곤한 듯 풍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듣는 이에게 신선하고도 편안한 위로의 언어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눈비가 사락사락 내리던 오후, 이 계절과 꼭 어울리는 뮤직비디오 두 개와 함께 새 EP <jon1>으로 돌아온 오존을 만나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2016년 10월에 첫 EP를 발매했으니까, 햇수로는 2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이게 됐어요. 소감이 어때요?

생각보다 새 앨범을 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만큼 결과물이 잘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저로서는 후련한 기분이 들어요.

 

Q 실물 음반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제가 조만간 2월 정도에 <jon2>도 발매할 계획인데요. 실물 앨범도 그즈음 나올 것 같습니다.

 

Q 전체적으로 어떤 분위기의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jon1>은 저번 앨범의 연장선에 있는 무드로 만들고 싶었어요. 특히 ‘Oooh’라는 곡은 2016년 초반에 썼던 곡인데, 첫 EP에 수록한 ‘Down’이나 ‘어’도 모두 비슷한 시기에 나왔거든요. 그 곡 때문에 더 예전 앨범이랑 비슷한 결이 담긴 것 같아요. 최대한 전작이랑 이어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뒤에 나올 앨범은 제가 여태껏 보여드렸던 곡들과 분위기가 조금 많이 다를 거예요.

 

Q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jon2>는 첫 곡부터 달라요. 리듬이 이전 곡들에 비해 과격하게 들어가는 트랙도 있고, 악기 구성 자체도 전에 안 썼던 악기들을 써보려고 하고 있어요.

Q 첫 EP에 수록한 곡도 4곡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4곡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4곡이 안정적으로 들리는 것 같아요. 많은 곡이 들어갈 게 아니라면 4~5곡 정도가 적당한데 5곡씩 하려면 시간적으로 부담이 있어서 4곡이 알맞겠다 싶었어요.

 

Q 특히 이번 앨범은 전작과 비교했을 때 허밍을 많이 사용했는데, 그런 구간들 때문에 신선하게 들려요. 허밍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보통 가이드 녹음할 때 허밍하는 부분까지 다 이어서 녹음이 됐었어요. 원래 그 부분만 악기로 다시 연주하려고 했는데 목소리로 들어가는 게 독특하게 들리고 좋더라고요.

 

Q 앞에서 언급하셨듯이 ‘Oooh’랑 ‘언제부터’는 앞서 뮤지션리그에 올렸던 데모를 새로이 녹음한 곡이에요. 특히 ‘Oooh’랑 비슷한 시기에 올렸던 곡들이 몇 개 있는데, 특별히 이 곡을 새 앨범에 수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곡을 처음 만들고 나서부터 되게 좋아했어요. 곡 구성도 그렇고 복잡할 것 없이 심플하고 편하게 들려서 좋은 곡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일단 제가 듣기에 재밌어서 수록한 게 큰 것 같아요.

 

Q 올해 여름 온스테이지 라이브를 통해 공개한 곡 중에 개인적으로는 ‘Rolling’을 인상 깊게 들었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되어 있지 않아서 조금은 아쉽더라고요.

‘Rolling’은 <jon2> 앨범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근데 온스테이지 라이브 때와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게 편곡을 했어요.

Q 문득 오존 음악의 장르가 궁금해졌어요. 차분하고 섬세한 멜로디가 포크 같기도, 그루브한 음색이 소울음악 같기도 해요. 본인의 음악적 장르는 무엇에 가깝다고 생각하나요?

그게 애매한 것 같아요. 사이트마다 등록된 장르도 다 달라서 어디는 록으로, 어디는 포크, 인디 음악으로 되어 있는데 모두 제가 좋아하고 많이 듣는 장르들이거든요. 여러 장르가 섞인 것 같은데 하나로 규정짓기는 애매해요. 예를 들어 ‘untitled01’ 같은 곡은 신스팝 성격이 강하고, ‘Somehow’같은 곡은 포크 성향이 강하거든요. 저 스스로도 제 음악을 한 장르로 정의하기가 어려워요.

 

Q 첫 EP에 수록한 ‘어’나 ‘Down’은 누군가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는 노랫말의 곡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송라이팅 과정에서 가사에 많은 비중을 두는지 궁금해요.

그렇죠. 가사에 많이 신경을 썼어요. 이번 앨범은 더 그랬고요. 가사를 쓰는 게 다른 작업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만큼 신중하게 쓰는 것 같아요.

 

Q 노랫말들이 하나같이 추상적이고 은유적인 것이 특징인데, 가령 ‘흐드러지는 오늘을 한 손에 쥐곤’ 같은 시적인 표현들은 어떻게 떠올리는지 궁금합니다.

우연히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가이드 써 놓은 발음에 맞춰서 쓰기도 하고, 전에 썼던 문장들이랑 연관 지어서 중얼거리다가 우연히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주로 일반적이지 않은 표현을 쓰는 걸 좋아해요. 시를 읽을 때도 그렇고 독특하고 중의적인 표현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Q 음악을 만들 때 어떤 상황을 그리면서 작업하는지 궁금해요. 가령 머릿속에 어떤 상황이나 이미지를 떠올리고 작업한다든지, 아니면 실제로 겪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만든다든지 하는 게 있나요?

대부분이 제 얘기예요. 모두 개인적인 얘긴데, 시기별로 느끼는 게 다르다 보니 각각 대상이 조금씩 달라지는 거예요. 그게 제일 편하더라고요. 제 얘기를 하는 게.

Q 타이틀곡 두 개가 모두 영어 가사로 되어있어요. 특히 이 두 곡은 가사 때문인지 이전 곡들과 비교했을 때 분위기가 한층 짙어지고 차분해진 느낌이 드는데, 영어가 한글 가사보다 쓰기 수월한가요?

아니요. 훨씬, 훨씬 어려워요(웃음). 근데 일단은 영어로 써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요. 또 가이드 버전의 녹음이 대부분 영어 가사처럼 들리게 흥얼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맞추다 보니 한글로 적으면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오히려 영어 가사로 붙여보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 해봤는데 더 오래 걸리더라고요(웃음).

 

Q 오존의 라이브 세션으로 참여해주고 있는 베이스(정다영)와 드럼(송영남) 연주자와는 어떻게 처음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다영 누나는 전에 제가 신세하 앤 더 타운에 있을 때 트램폴린이랑 합동 공연하면서 알게 됐어요. 그때는 연락처만 갖고 있다가 세션을 꾸리려고 하던 와중에 다영 누나가 해주면 좋을 것 같아 연락을 드렸는데 다행히 해줄 수 있다고 하셔서 지금까지 계속 도와주고 있는 거고요. 영남 형은 퍼피 라디오라는 프로그램을 같이하면서 알게 됐는데 그때 전에 드럼을 잠깐 쳤었다고 들었어요. 마침 라디오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제가 드러머를 구하고 있던 차에 형이 해주면 어떨까 해서 합주를 해봤는데 잘 맞아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Q 이번 앨범에는 피아노(‘Oooh’)나, 플루트(‘Thoms Piano’) 소리가 잠깐씩 등장해요. 이전 곡들에서 오르간 소리를 사용한 것도 그렇고, 다양한 악기의 소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악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기왕이면 실제 악기를 쓰고 싶은데 여건이 안되니까 컴퓨터에 있는 악기들로 작업을 하는데 다양한 소리들을 눌러보고 들어보는 걸 좋아해요. 그러다가 새로운 곡이 나오기도 하고요.

 

Q 솔로로 모든 곡을 혼자 만들고 연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나요?

사실 다른 사람들이랑 작업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게 더 어렵더라고요. 완전히 제 입맛에 맞게 만들기도 어렵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혼자 하는 게 편한 것 같아요 아직은.

 

Q ‘Somehow’ 뮤직비디오를 대부분 서울에 있는 건물 옥상에서 촬영했다고 들었어요.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건물들이 예쁘고 독특했는데, 장소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어요?

사실 첫 EP 수록곡 ‘어’ 뮤직비디오를 그렇게 찍으려고 했었어요. 근데 여건상 안 돼서 잠시 미뤄뒀다가 ‘Somehow’ 뮤직비디오를 구상하던 중에 예전의 아이디어를 쓰면 어떨까 싶어서 만들게 됐죠. 각각의 장소는 최용준 작가님께서 섭외를 해주셨어요. 알고 계신 장소들을 많이 소개해주신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이 됐어요.

‘Somehow’ MV

 

Q 뮤직비디오가 색 보정에 많은 공을 들인 게 보여요. 여러 건물과 공간의 특성이 모두 달랐을 텐데 완성되었을 때 튀는 구석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세가지 비디오(SEGAJI VIDEO)와 오존의 케미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하는 뮤직비디오였는데, 위 영상팀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매번 제 뮤직비디오를 찍어주시는 분이 이인훈 형인데, 처음에 같이 하자고 먼저 제의를 주셨어요. 색 보정은 저랑 같이 사는 한태숙이라는 친구가 했는데 그 친구도 세가지 비디오 소속이거든요. 워낙 프로들이라서 저는 믿고 따르는 편이에요.

 

Q 실제로 오존 씨가 뮤직비디오에 아이디어를 낸다든가, 따로 관여하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거의 안 해요. 제가 시각적인 부분에 조금 약하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최종 편집본 같은 걸 보내주면 어디 컷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정도만 의견을 내고요. 기획 과정에서는 거의 터치를 안 하는 편이에요.

 

‘Thoms Piano’ MV

 

Q 아리랑 TV의 ‘I'm LIVE’에서 카더가든이랑 공연하는 걸 봤어요. 서로의 곡을 함께 부르는데 호흡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 전부터 두 분이 음악적 교류가 있었나요?

그 무렵에 친해졌어요. 형이 많이 챙겨주고 공연도 데리고 가고 그랬어요. 제가 되게 안쓰러웠나 봐요 형이(웃음). 요즘도 많이 저를 챙겨주려고 하고, 그러다가 최근에 같이 곡도 냈고요.

 

Q 카더가든의 음악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음색에 치중하는 음악이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오존의 음악에서도 보컬과 음색이 기능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주가 흘러나올 때부터 이미 오존의 목소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따로 보컬 연습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기타 연습하고 건반 치듯이 많이 연습했는데 요즘에는 작업을 더 많이 하다 보니까 많이 못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분위기의 곡을 만들고 싶은가요?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할 계획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여러 장르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데 아직 능력치가 많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계속 공부하고 이것저것 쌓아 나가는 과정에 있는데,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딱 어느 시기에 정말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을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게 너무 자주 바뀌고, 제 능력이 취향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은 늘 있어요.

 

Q 기존의 오존 음악 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도 있을 테고 그런 면에서 장르적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나요?

근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틀에서 크게 빗나가진 않을 것 같아요. 제 음악적 기조를 지키면서 서서히 변화하고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갑자기 확 틀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Q 정규를 기다리는 팬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언제쯤 정규앨범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올해 들어서 작업 속도를 빨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대한 곡을 빨리 만들고 많이 만들어서 그게 쌓이면 올해 후반, 아니면 내년 초쯤에는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오존은 최근 어떤 음악을 주로 듣나요?

최근에 닉 하킴(Nick Hakim) 많이 들었어요. 본 이베어(Bon Iver) 최근 앨범도요.

 

Q 자신만의 확고한 음악적 철학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흥미가 있고 호기심이 생기고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들을 계속 해나가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계획하고 있는 다음 작업이나, 공연 소식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선은 2월에 나올 <jon2> 앨범을 열심히 작업하고 있고요. 당장은 이번주 일요일 대림미술관에서 있을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공연 스케줄이 잡히는 대로 열심히 찾아뵐 계획입니다.

오존 홈페이지
오존 인스타그램

 

인터뷰 최은제
사진 이강혁
장소협찬 페이머스 그라운드 famus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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