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버튼과 팻 매스니는 퓨전 재즈를 이끈 버클리 음대 사단의 기둥이다. 두 사람은 미국 중서부의 음악적 토양에서 자라나 어릴 때부터 음악 신동이었던 점 또한 닮았다. 버튼은 당시의 2개 스틱 주법을 뛰어넘어 4개의 스틱 주법으로 마치 피아노처럼 비브라폰을 연주했는데, 그 실력은 19세의 나이에 거장 조지 시어링과 스탄 게츠의 밴드에 고용될 정도였다. 매스니는 12세에 비틀스 음악에 감동받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고 15세에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의 장학금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한창 배울 나이인 10대 후반에 이미 마이애미 대학과 버클리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The Girl from Ipanema’로 유명한 영화 <Get Yourself in College Girl>(1964)의 한 장면
당시 21세이던 게리 버튼이 스탄 게츠의 뒤에서 비브라폰을 연주하고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73년 매스니의 고향인 캔서스의 위치타(Wichita)에서 열린 작은 캠퍼스 재즈 페스티벌이었다. 당시 버튼이 30세, 매스니는 19세의 어린 나이였다. 이듬해 버클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료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내 게리 버튼 퀸텟(Gary Burton Quintet)에서 함께 연주하며 세 장의 음반을 낸다. 게리 버튼 그리고 베이스 거장 스티브 스왈로우(Steve Swallow)와 함께한 3년 동안 매스니의 음악은 진일보하였으며, 매스니는 라일 메이즈와 함께 자신의 음악을 하고자 퀸텟을 떠난다. 이때가 1977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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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버튼 퀸텟 당시의 메스니와 버튼(1976)


그 후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퓨전 재즈를 대표하는 명인으로 우뚝 선다. 둘이 다시 만나게 된 것은 12년이 지난 1988년이었다.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의 호스트였던 매스니가 버튼을 초대하였던 것이다. 당시 버튼은 상당히 긴장하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자신이 매스니를 고용하던 위치였지만, 매스니는 이제 재즈계의 거물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서먹함은 눈 녹듯 사라졌으며 서로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듬해 이들은 함께 스튜디오 음반을 냈는데, 재회를 기념하기 위해 제목을 <Reunion> (1989)이라 했다. 이 앨범은 재즈음반 차트 1위에 오른 명반이 되었다.

앨범 <Reunion>(1989)의 타이틀송

 

앨범 <Reunion>에 수록한 ‘Tiempos Felice’ 실황


팻 매스니는 자신의 그룹 활동을, 게리 버튼은 버클리음대 학장으로 바쁘게 활동하면서도 틈틈이 교류하며 음악적 동반자로 함께했다. 1998년에는 칙 코리아(피아노), 로이 헤인즈(드럼), 데이브 홀랜드(베이스)의 거장들을 모아 그래미 최고재즈연주상을 수상한 <Like Minds>를 출반하였고, 2009년에 예전의 스티브 스왈로우와 함께 음반 <Quartet Live>을 내기도 했다. 2011년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찾은 콤보는 이 멤버 구성이었다.

그래미 수상 앨범 <Like Minds>(1998)의 ‘Elucidation’

게리 버튼은 팻 매스니를 처음 만났던 1973년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당시 작은 콤보를 이끌고 페스티벌에 참가한 팻이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며 “당신의 레퍼토리를 다 아는데, 거기 껴서 같이 연주해도 될까요?”라고 했다. 연주를 들어보니 과연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연주가 끝난 후 팻이 음악에 대한 조언을 구하길래 단 두 마디로 대답했다. “캔자스를 떠나라(Leave Kansas).”

그로부터 6개월 후 두 사람은 보스턴의 버클리 교정에서 다시 만나 음악적 동반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메인 이미지 ⓒRod Arro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