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매년 그 전해의 기록을 깨는 한파가 몰아친다. 지구가 따듯해지며 제트기류가 느슨해진 탓이다. 원래 북반구의 강한 제트기류는 고무줄처럼 북극의 추운 공기를 묶어둔다. 하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이 고무줄은 풀어지고, 흘러나온 차가운 북극의 공기가 우리나라까지 얼려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빙하가 녹으면서 증발한 물이 눈이 되어 내리며 찬 공기를 더 강하게 끌어 내린다. 바닷물마저 따듯해져 산호와 산호초에 서식하던 해양생물들이 죽고 육지의 희귀종들도 멸종위기에 놓인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온난화’나 ‘환경보호’ 는 먼 나라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당신께, 녹아가는 지구를 한눈에 보여줄 두 편의 환경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1. <빙하를 따라서>

Chasing Ice|2012|감독 제프 올로우스키|출연 제임스 발로그, 스바바 조나탄슨, 애덤 르윈터

세계 최초로 빙하의 변화를 시각화한 이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제임스 발로그(James Balog)는 매년 아름다운 빙하가 눈에 띄게 무너지고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지난 10년 동안 빙하가 녹은 부분은 그 전 100년 동안 녹은 부분보다 더 깊고 넓었다. 그는 이런 현상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임을 알리고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다. 곧 그는 방이 뜨거우면 얼음이 녹는 것이 당연하듯, 지구온난화에 대한 가장 선명한 증거물은 ‘빙하가 녹는 영상’을 직접 보여주는 일임을 깨닫는다.

이후 제임스를 중심으로 꾸려진 ‘EIS’(The Extreme Ice Survey) 프로젝트팀은 수개월간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등지에서 빙하의 변화를 촬영하고, 그들과 함께 빙하가 녹아 사라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에 고스란히 담는다. 제임스와 활동가들은 목숨을 건 빙벽 등반, 극심한 추위에 고장 난 카메라와 북극여우가 갉아먹은 전선을 재설치 하는 등 온갖 어려움에 맞서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린다. 이들이 극적으로 촬영해낸 하나의 도시와 맞먹는 거대한 빙하의 붕괴는 다큐의 하이라이트로, ‘지구가 녹아내리고 있음’이 피부로 생생히 와 닿는다. 그야말로 통계나 컴퓨터 모델로는 줄 수 없는 영상의 힘이 폭발하는 다큐멘터리.

<빙하를 따라서> 공식 트레일러

 

2. <산호초를 따라서>

Chasing Coral|2017|감독 제프 올로우스키

같은 감독이 이번에는 ‘빙하’가 아닌 해양 생물들의 아파트이자, 훌륭한 자연 방파제인 ‘산호초’의 사라짐을 기록하는 프로젝트팀을 담아냈다. 지난 30년 동안 바다의 온도는 2도 상승했고, 이는 사람의 체온이 2도 이상 오르는 것과 같이 매우 위험하다. 다큐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지구온난화 때문에 최근 30년 동안 지구상의 산호가 절반이 소멸했고, 다시 30년 뒤에는 산호가 멸종하고 산호에 서식하던 해양 생물들도 전멸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래서 산호초를 사랑하는 리처드 비버스(Richard Beavers)는 전 세계의 다이버, 과학자, 포토그래퍼들을 모아 팀을 꾸린다. 이들은 뜨거워진 바닷물 때문에 산호초가 하얗게 변하며 죽음에 이르는 ‘백화’ 과정을 수중 자동카메라로 촬영한다. 이들의 기록영상은 아름다운 호주 세계 최대 규모의 산호초 군락,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폐허로 변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스스로를 열에서 보호하려 만든 자외선 차단제 때문에 형광색이 된 산호들, 백골처럼 하얗게 굳은 산호들이 말없이 인류의 미래를 묻는다. 2017년 선댄스 영화제 관객상을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날 다큐멘터리.

<산호초를 따라서> 공식 트레일러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봤다면, 이제 함께 사는 지구의 온도를 낮출 작은 습관들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첫째로 양치할 때 컵을 쓰고, 외출할 때 불을 끄는 등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물과 전기를 아낄 수 있다. 둘째로 고기를 덜 먹거나 채식을 한다면 축산용 가축을 초지에서 키우고 도축하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셋째로 텀블러를 챙겨 다니는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 이산화탄소를 없애주는 나무를 살릴 수 있다. 1년간 나무 5384만 그루가 종이컵으로 소비된다고 하니 말이다. 넷째로 탄소를 덜 배출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더 많이 걷는 것도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방법이다. 환경문제의 해결은 ‘나’로부터 시작이 아닐까? 작은 노력들로 당장 내년 겨울이 따듯해지진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자연은 흐름입니다. 우리는 그 흐름의 일부이고요."

- 밥 헌터(Bob Hunter), 세계 최초의 환경단체 그린피스 공동창설자.

 

Writer

"불쌍한 것을 알아본다고 해서 좋은 사람은 아냐,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요조, 보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