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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이란 이름이 뉴욕 예술계에 점차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그는 상업적인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였다. 1948년 뉴욕으로 입성해 고객의 요청이 들어오면 무엇이든 그리고 디자인했다. 콜롬비아 레코드사로부터 일감이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1950년대 중반에는 독특한 앨범 디자인으로 유명한 블루노트 레코드사와 일을 했다. 그가 직접 프로듀서로 나선 <Velvet Underground & Nico>(1967)의 바나나 도안이나, 롤링 스톤즈 <Sticky Fingers>(1971)의 청바지 지퍼 디자인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가 얼마나 많은 음반의 디자인을 했는지 밝혀진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폴 앵카 <The Painter>(1976)의 타이틀송


몬트리올의 아트 큐레이터 폴 마르샬(Paul Marechal)은 1996년경 폴 앵카의 <The Painter> 앨범 재킷을 우연히 보고는 앤디 워홀의 작품일 것을 확신했다. 그는 피츠버그에 있는 앤디 워홀 뮤지엄에 문의하여 모두 23개의 앨범 재킷을 워홀이 디자인 했다는 회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보다 더 많은 작품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12년간 전 세계의 대형 음반매장을 다니며 발품 팔아 28개를 더 찾아냈다. 모두 51개의 앨범 재킷이 워홀의 작품이라는 걸 확인한 것. 그는 집대성한 결과를 모아 <Andy Warhol: The Record Covers, 1949~1987>(2015) 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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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마르샬의 <Andy Warhol: The Record Covers>

앤디 워홀이 디자인한 앨범 재킷이 록, 클래식, 오페라, 재즈 등 여러 장르로 분포된 것으로 보아, 당시 무명이었던 그가 닥치는 대로 일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워홀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보수로 작업했을 법한 재즈 음반을 몇 가지 뽑아 보았다.

 

<Monk: Thelonious Monk with Sonny Rollins and Frank Fosters>(1954)

Thelonious Monk 'Locomotive'

몽크가 비교적 덜 알려진 시절의 음반으로, 두 사람의 색소포니스트와 각각의 세션으로 녹음하여 단일 음반으로 출반하였다. 워홀은 손그림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없이 독특한 문자 디자인으로 재킷을 구성했다. 이는 추후 블루노트 레이블의 독특한 앨범 디자인 양식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Count Basie and His Orchestra>(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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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 Basie and His Orchestra> 앨범 자켓

캔사스 시티의 유명 밴드 리더 카운트 베이시가 뉴욕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RCA 빅터와의 계약으로 출간한 음반이다. 워홀이 직접 담배를 꼬나문 카운트 베이시의 얼굴 모습을 보면서 손그림으로 그렸다.

 

자니 그리핀 <The Congregation>(1958)

Johnny Griffin Quartet 'The Congregation'

빠른 속도의 연주로 명성을 날리던 테너 색소포니스트 자니 그리핀의 세 번째 앨범. 당시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있던 모습을 앤디 워홀이 손 그림으로 남겼다.

 

케니 버렐 <Blue Lights>(1958) 등

휘갈긴 듯한 그림체로 하이힐을 신고 누워있는 여성을 그린 앨범 재킷은 앤디 워홀의 재즈 음반 재킷 디자인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다. 두 장으로 출반된 기타리스트 케니 버렐 <Blue Lights>의 Vol. 1은 푸른색으로, Vol. 2는 붉은색 배경으로 사용되었다.

Kenny Burrell Quartet의 ‘Autumn in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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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치는 케니 버렐을 그린 <Kenny Burrell>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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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mbone by Three>(1957)

하지만 현재 앤디 워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재즈 음반들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절판된 지 오래되었고 명반에 속하는 음반들이 아니기에 재발매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만약 살 수 있더라도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