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앨퍼트(Herb Alpert, 1935~)라는 이름은 매우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는 1960~70년대 전성기를 누린 인기밴드로 멕시코의 전통음악 마리아치(Mariachi)를 접목한 허브 앨퍼트 앤 티후아나 브래스(Herb Alpert & Tijuana Brass)의 리더였으며, 트럼펫을 연주하며 가끔 노래하기도 한 당대의 스타였다. 그를 모르더라도 그의 히트곡을 들어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선율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가 얼마나 성공한 음악인인지 알아보자. 빌보드 앨범 차트 No.1에 앨범 다섯 장의 이름을 올렸고, 그의 앨범 중 14장은 플래티넘을, 15장은 골드 앨범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7천 2백만 장의 레코드를 판매하였고 9건의 그래미를 수상했다. 그가 1962년 제리 모스(Jerry Moss)와 함께 두 사람의 이니셜을 딴 음반사 A&M Records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음반사로 성장한 후 1989년 폴리그램에 5억 달러(약 6천억 원)에 매각하였다. 두 창업자는 그 후 폴리그램과 소송을 벌이며 2억 달러를 더 받고 음반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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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National Medal of Arts를 받는 허브 앨퍼트(2013)

그는 <007 Never Say Never Again>(1983)의 주제곡을 부른 가수인 두번째 부인 라니 홀(Lani Hall)과 함께 허브 앨퍼트 파운데이션(Herb Alpert Foundation)을 설립한 큰손의 자선사업가로도 유명하다. 2000년대 들어서 그의 재단이 쾌척한 기부금을 몇 건만 나열해도 UCLA에 3천만 달러(360억 원), CalArts에 2천 4백만 달러(288억 원), 할렘 예술학교에 5백만 달러(60억 원), L.A. 시립대에 1천만 달러(약 120억 원) 등이 있는데, 개인이 설립한 재단으로는 실로 놀라운 액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음악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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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돈을 기부한 후에도 그의 재산은 8억 5천만 달러(약 1조 원) 규모에 이르지만, 그는 83세가 된 올해에도 또 다른 자선활동을 위해 나선다. 이제 허브 앨버트의 음악을 들어볼 차례, 누구나 들어보면 알 만한 히트곡 다섯을 뽑았다.

 

‘A Taste of Honey’(1965)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삽입된 팝 스탠더드 곡으로, 허브 앨퍼트와 티후아나 브래스의 인기 음반 <Whipped Cream & Other Delights>(1965)에 연주곡으로 수록되었다. 1966년 “Album of the Year” 포함 4개의 그래미상을 받기도 한 이 곡은 빌보드 이지리스닝 차트에서 5주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Spanish Flea’(1965)

그의 밴드 멤버였던 줄리어서 웩터(Julius Wechter) 작곡으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인기 앨범 <Going Places>(1965)에 수록되었고 싱글로는 27위에 올랐다. 이 곡은 영화나 TV 시그널 뮤직으로 널리 사랑받은 곡으로, 연애 매칭 프로그램인 <The Dating Game>에 쓰이면서 청춘남녀를 상징하는 테마송이 되었다.

 

‘Tijuana Taxi’(1965)

앨범 <Going Places>에 수록한 곡으로 이듬해 싱글로 발매된 버전이 더 인기를 끌었다. 그의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버드 콜맨(Bud Coleman) 작곡으로, 빌보드 어덜트 컨템퍼러리 부문 9위에 올랐다. 허브 앨퍼트의 인기곡들은 TV에서 여러 가지 비디오 버전으로 선보였는데, 이는 MTV가 개척한 뮤직비디오의 기원으로 불린다.

 

‘This Guy’s in Love with You’(1968)

 유명한 작곡-작사 콤비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와 할 데이비드(Hal David)의 곡으로, 음역이 넓지 않은 쉬운 곡이라 허브 앨퍼트가 직접 노래를 불렀다. TV에서 처음 노래했는데 반응이 좋아 싱글로 발매하였다. 빌보드 차트 1위에 4주간 머물렀으며, 이지리스닝 차트에서는 10주간 1위에 올랐다. 이 곡은 이후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다시 부르는 팝 명곡이 되었다.

 

‘Rise’(1979)

티후아나 브래스 해산 후 솔로로 나선 허브 앨퍼트의 최대 히트곡이며, 그래미 최우수 팝연주상을 수상한 노래다. 그의 조카인 랜디 바다즈 앨퍼트(Randy Badazz Alpert)와 그의 친구 앤디 아머(Andy Armer)의 공동 작곡이다. 앨범 <Rise>는 3백만 장이 팔렸으며, 싱글로도 1백만 장 이상 판매되었다. 빌보드 차트 1위에 2주간 머물렀으며, 팝, 재즈, R&B, 댄스,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에도 오른 크로스오버 곡으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