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마리스칼 via ‘Coleccion interiorismo’ 

스페인 하면 수도 마드리드보다 항구도시이자 스페인 제1의 도시인 바르셀로나(Barcelona)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1992년 올림픽 개최지이자 많은 예술가의 고향이며, 독립에의 강한 열망을 보이는 카탈루냐 지방 바르셀로나 자치주의 주도이기도 하다. 이 도시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과 예술품이 가득하기에, 사시사철 관광객이 넘친다. 카탈루냐가 배출한 예술가는 살바도르 달리, 안토니 가우디 등이 대표적이지만, 가장 핫한 예술가는 단연 하비에르 마리스칼(Javier Mariscal)이다.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소개하는 바르셀로나 소개 영상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사실 30살이 될 때까지 난독증으로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래서 그림은 그에게 글 대신이며 의사소통의 수단이 된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는 그림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풀어낸다.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인터뷰하기 까다롭기로도 유명한데, 그에게는 미리 질문지를 줘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질문지에 의존하지 않고 편안하게 농담하듯 인터뷰하면, 그는 굉장히 유머러스한 사람으로 바뀌어 활기차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이는 정해진 틀에 얽매이는 걸 몹시 싫어하는 그의 성격이 드러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디자인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현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아티스트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예술적 업적을 잠시 따라가 보자.

 

코비와 트윕시

javier mariscal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코비 캐릭터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데, 우리에게는 특히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인 코비(Cobi)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다. 코비는 카탈루냐 지방의 양치기 개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기존 마스코트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답습하지 않고 독창적으로 만든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다. 기존 동물 캐릭터는 표정과 디테일이 복잡한 데 비해, 코비는 이목구비부터 단순하고 대부분의 디테일은 생략하였으며 심지어는 양 손가락 개수마저 다르게 표현하였다. 처음 코비를 보곤 너무 단순화된 모습에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곧 코비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캐릭터가 되었다. 지금까지 IOC가 주최한 올림픽의 마스코트 중 가장 수익이 좋은 마스코트로 기록될 만큼 인기가 높다.

다양한 모습의 코비

코비의 성공으로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마스코트 디자인까지 의뢰받은 마리스칼은 트윕시(Twipsy)라는 캐릭터를 창조하게 된다. 트윕시는 1995년 하노버엑스포조직위에 제출된 저명한 디자이너 20여 팀의 작품을 제치고 선택되었다. 트윕시의 인기는 엑스포가 끝난 후에도 계속되어 독일 TV에서 트윕시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제작, 방영하기도 했다. 이 만화는 우리나라 EBS 어린이 프로그램으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

javier mariscal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트윕시 캐릭터

  

패션과의 콜라보

에이치앤엠과의 협업 포스터

그는 의류업체 에이치앤엠(H&M)과 스페인 신발브랜드인 캠퍼(Camper)와의 협업으로 패션상품 디자인에 나서기도 했다. 에이치앤엠과 마리스칼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패션(Fashion affordable for everyone)’이라는 슬로건을 정했다. 마리스칼은 에이치앤엠의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는데, 당시 모든 부문에서 그의 드로잉이 핵심이 되었다. 편안한 신발로 잘 알려진 캠퍼와는 아동용 신발 부문에서 협업했으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포스터 디자인을 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캠퍼와의 협업 포스터

 

영화 작업들

<Los Amantes Pasajeros> 포스터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영화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Los Amantes Pasajeros>(2013)의 포스터 그래픽을 담당했다. 또한 애니메이션 영화 <치코와 리타>(2010) 역시 마리스칼 스튜디오의 드로잉으로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2010년 ‘Holland Animation Festival’에서 대상을 받았다.

<치코와 리타> 포스터
<치코와 리타>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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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디자인과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디자인한 <Alessandra Armchair Moroso>(1995) via ‘Matisse’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바르셀로나에서 일하기 시작한 70년대부터 가구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나섰고, 지금도 유명한 가구회사인 ‘Moroso’와 ‘Magis’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 2013년에는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로 방한해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를 하기도 했다. 굵직한 전시를 치러온 현대카드가 주최한 이 전시는 그의 작품을 한국 팬에게 알리는 전시이자,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마리스칼의 회고전이기도 했다.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마리스칼> 홍보 포스터

 

마리스칼, 헬로키티의 얼굴을 바꾸다

마리스칼이 디자인한 헬로키티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일본과 스페인의 수교 40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스타일로 바꾼 헬로키티 시리즈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헬로키티의 정형화되고 표정 없는 얼굴이 싫어서 본인의 스타일대로 키티 얼굴을 바꾸어 놓았다. 스페인의 대표적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입체적 그림을 마리스칼만의 방식으로 키티 얼굴에 덧칠해 키티에게 생동감을 입혀주었다. 그가 헬로키티를 새로 디자인할 때 떠올린 단어들은 아트, 마리스칼, 스페인, 여성 그리고 세계였다고 한다.

그는 현재 1989년 바르셀로나에 직접 세운 그의 스튜디오 ‘Estudio Mariscal’에서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 건축가, 에디터 등을 주축으로 하는 팀을 이끌고 있다. 디자이너는 평생 놀이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자신의 말대로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하비에르 마리스칼. 앞으로의 행보도 계속 눈여겨보자.

 

하비에르 마리스칼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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