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고립된 채 산소통에 의존하여 호흡하며 아무런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노파가 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채 구석에 나뒹구는 미싱이나, 방직기 같은 소품으로, 그가 과거 유능한 디자이너였음을 알 수 있다. 늙고 병든 육신과 함께 창작에의 동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랜 듯하다. 어느 날 그에게 뜻하지 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실크실을 잣는 애벌레가 집 안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자그마한 변화로 인해 창작에의 욕구가 되살아나고 마지막에 웃으면서 집을 나서는 변화된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감독은 뉴욕에서 활동 중인 데이비드 필드(David Field)라는 젊은 패션 사진작가이다. 사진잡지의 Top500에서 68위로 랭크될 정도로 촉망받는 작가로, 독특한 콘셉트와 구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영화 제작에도 관심을 보인 그는, ‘Caterpillar Films’라는 영화사를 설립한 후 첫 작품으로 단편 <Caterpillar>를 선보였다. 물론 영화 전문가들의 협력이 있었다. 영화 <300>(2007)의 특수효과 전문가, <블랙스완>(2011)의 시각효과 전문가, <버드맨>의 편집감독을 섭외하여 제작한 이 단편은 빛을 이용한 촬영 기법, 분장이나 특수효과에서 호평을 얻어 많은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데이비드 필드의 독특한 패션 사진 ©David Field

촬영 배경이 된 집은 뉴욕 외곽에 있는 윈쿱 하우스(Wynkoop House)라는 고택으로, 네덜란드 정착민들에 의해 1740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실제 기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Caterpillar Film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