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프랑스의 미뎀(MIDEM) 같은 음악산업 박람회를 가면, 회사 관계자 같지 않은 차림의 사람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연신 명함을 돌리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어디선가 자주 본 듯한 인상이라 기억을 더듬다 보면, 바로 유명한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 BEP)의 리더이자 음악 프로듀서로 유명한 윌아이엠(will.i.am)임을 알고 놀란다. 그가 레코딩 스튜디오나 공연장에 있지 않고 낯선 벤처회사 명함을 돌리며 비즈니스 행사에 다니는 것도 사실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벤처회사를 경영하거나 세계적인 반도체회사 인텔의 임원으로 위촉된 바 있는 비즈니스맨이기도 하다.

BEP의 ‘Boom Boom Pow’ MV. 첫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싱글이다

L.A. 외곽에서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인 삼촌을 롤 모델로 삼고 자란 그는, 자신의 이름 윌리엄(William)에서 따온 예명(will.i.am)처럼 성공에 대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의 남성 래퍼와 여성 싱어 퍼기(Fergie)로 구성된 댄스 팝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를 출범한 후, 싱글을 포함하여 이제까지 7천 6백만 장을 판매한 슈퍼스타다. 그는 음반 프로듀서로도 성공했다. 자신이 소속된 BEP뿐만 아니라 저스틴 비버, 브리트니 스피어스, 레이디 가가, 마이클 잭슨과 같은 일류 뮤지션들과 일을 했고 2NE1 같은 국내 그룹의 음악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아티스트와 동시에 프로듀서로서 윌아이엠만큼 성공한 뮤지션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피처링한 윌아이엠의 솔로곡 ‘Scream & Shout’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컸다. 처음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패션 사업에 손을 댔다. ‘i.am’ 또는 ‘i.m Antic'이라는 브랜드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출시했다. 이후 정보통신 사업으로 관심을 돌려 부지런히 비즈니스 행사장에 얼굴을 내밀었다. 2011년엔 반도체회사 인텔(Intel)의 혁신 담당 임원(Director of Creative Innovation)으로 위촉되면서 스마트폰 개발에 관여했고, 이듬해에는 BBC의 자동차 프로그램 <탑기어(Top Gear)>에 출연해 자신이 설립한 자동차회사 ‘IAMAUTO’를 홍보하기도 했다. 아이폰 액세서리 사업에도 진출하여 ‘i.am+’라는 회사를 설립하였고 약 1천 4백억 원 규모의 펀딩에 성공하며 이를 통해 기술 벤처회사 인수에 나섰다. 최근에는 음악 활동을 중단하면서 더욱 공격적인 사업 행보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YG 본사를 방문하여 2NE1 멤버를 만나는 윌아이엠. 그는 털털한 성격으로 누구와도 금방 친해진다

그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명 증세와 주의력결핍장애(ADHD)를 앓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자신의 음악이나 음반 프로듀싱에 매진하면서도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으니, 몸이 성한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애플사에 자신의 헤드폰 회사를 매각하여 대박을 친 닥터 드레(Dr. Dre)처럼, 그의 회사 i.am+는 2017년에 470억원을 들여 스마트홈 회사인 WINK를 인수한 바 있다. 그의 투자가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자택에 칩거하며 보노, 제니퍼 허드슨, 요시키와 함께 온라인으로 협업한 뮤직비디오 #Sing4Life를 전했다.

will.i.am, Bono, Jennifer Hudson, Yoshiki 'Sing for Life'(2020)

 

[will.i.am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