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따뜻하고 의미 있는 연말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로, 붐비는 주말 영화관을 피해 집에서 편안하게 집에서 볼만한 '인생 영화' 5편을 <인디포스트>의 시각으로 골랐다. 액션, 판타지, SF 같은 블록버스터는 제외했다.



<패터슨>

인간의 외로움과 따뜻함, 대도시의 삭막함과 위로가 기묘하게 공존하는 작품을 다뤄온 짐 자무쉬 감독의 신작 <패터슨>이 12월 21일 개봉한다. <천국보다 낯선>(1984), <데드 맨>(1998), <커피와 담배>(2006) 등 전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짐 자무쉬는 일상 속 소재로 유머와 아이러니를 아우르는 블랙 코미디를 표현하는 것에 탁월하고, <패터슨>에서도 그렇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은 버스 운전사이자 아마추어 시인이다. 패터슨이 틈틈이 쓰는 시가 평범한 일상 속에 던지는 의미처럼, 영화는 일상의 구석구석에 새겨져 있을 인생의 시적 요소를 관찰한다.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의 호평, 배우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짐 자무쉬 스타일을 동경하는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다.

<패터슨> 예고편

 

<튤립 피버>

17세기 튤립 열풍에 빠진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흥망성쇠를 다룬 묵직한 시대극. 집안이 몰락하면서 거상 ‘코르넬리스’(크리스토프 왈츠)와 강제 결혼을 하게 된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그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찾아온 화가 ‘얀’(데인 드한)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대니쉬 걸>(2016), <파도가 지나간 자리>(2017) 등 작품에서 깊고 고요한 눈빛으로 사랑을 지켜내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한없이 연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역동적이고 강한 여성 '소피아'를 완벽히 표현한다. 여기에 독보적인 퇴폐미의 소유자 데인 드한이 치명적인 매력의 화가 ‘얀’으로 분해 예술가 특유의 섬세함과 열정을 캐릭터 안에 오롯이 불어넣는다. <천일의 스캔들>(2008), <만델라: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2013)과 같은 작품을 통해 시대극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저스틴 채드윅이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 귀추를 모았다.

<튤립 피버> 예고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두 친구의 14년에 걸친 우정과 사랑, 관계에 대한 고민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화 속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하는 인터넷 소설의 챕터는 두 사람의 연대기에서 중요한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를 넘길 때마다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던 두 사람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드러난다. 중화권에서는 이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배우 주동우와 마사순이 각각 ‘안생’과 ‘칠월’ 역을 맡아 완성도 있는 연기를 펼쳤다. 여기에 <첨밀밀>(1997)을 연출한 진가신 감독이 제작을, 영화 <도둑들>(2012)에서 중국 도둑 중 한 명인 ‘조니’를 연기한 증국상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예고편

 

<에드워드>

영화 <에드워드>는 사진의 동작 연구와 영화 영사에 관한 선구적 업적을 이뤄낸 세기적 사진작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의 삶을 조명한다. 그가 얼마나 천재적인가 하면, 1870년대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24대의 사진기를 동원하여 연속 사진 촬영을 시도하고 마침내 최초의 영사기 '주프락시스코프'를 발명해냈다. ‘에드워드’(마이클 에크런드)의 열정 어린 작품 활동을 중심으로 그의 아내 ‘플로라’(사라 캐닝)와 아내의 애인을 둘러싼 갈등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나시빌영화제 대상, 레오영화제 주요 5개 부문 수상 등 전 세계 유수영화제를 섭렵한 화제작이다.

<에드워드> 예고편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을 안전히 보호하고자 타인과의 정서적 교감을 거부하는 ‘마리어’(알렉상드라 보르벨리)와 모든 것에 질려버려 무기력하고 냉소적인 ‘엔드레’(게자 모르산이). 근무 환경에 있어서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은 우연히 같은 꿈을 꾼다는 기이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1989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이자 그해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의 영화 10편에 들기도 한 <나의 20세기>(1989)로 큰 주목을 받은 일디코 엔예디 감독이 1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201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안았다. 최소한의 대사와 표정으로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 호흡이 빛난다. 현실적인 상황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한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독창적인 작품세계가 온전히 담긴 수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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