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브래너(Kenneth Branagh)는 영국의 로열 연극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로 이름을 날린 연극배우 출신의 감독이다. 그는 셰익스피어 연극을 영화로 제작하여 성공을 거두며 촉망받는 영화감독 반열에 올랐다. 1990년대에는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환생>(1991), <프랑켄슈타인>(1994),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1999) 등 연이어 대작의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은 기대치를 밑돌았고 그는 캐스팅에 과도한 비용을 쓴다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한동안 연기에 전념하던 케네스 브래너는, 2011년 디즈니 영화 <토르>(2011), <신데렐라>(2013)의 감독을 맡아 성공을 거두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애거서 크리스티 원작의 클래식 탐정영화 <오리엔트 특급살인>에 도전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메인 예고편

 

영화감독과 주연배우와 원맨쇼

각본을 쓴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은 원작을 살짝 비틀어 새로운 에르퀼 포와로 탐정 캐릭터를 창조했다. 한적하게 여행을 즐기는 왜소한 명탐정의 모습이 아니라, 호쾌하고 건장한 포와로 탐정을 그리고자 했다. BBC 다큐멘터리의 성우 출신으로 얼마 전 영화 <덩케르크>에서 볼튼 사령관 역을 맡은 브래너 감독이 탐정 포와로 역까지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원작에는 없는 액션 장면이 살짝 가미된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 <햄릿>(1996)에서 유명한 독백 장면을 연기하는 브래너 감독

 

감독의 특기인 화려한 캐스팅

브래너 감독은 당대 최고 인기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흥행에 성공하면 훌륭한 캐스팅이라 칭송받겠지만, 흥행이 저조하면 과도한 캐스팅이란 역풍을 맞는다. <환생>의 로빈 윌리엄스, <프랑켄슈타인>의 로버트 드니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의 윌 스미스의 캐스팅이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이번 영화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최고 주가의 조니 뎁뿐만 아니라 페넬로페 크루스, 월렘 데포, 미셸 파이퍼 같은 중견 배우 등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한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전작(1974)과 비교한 영상

 

애거서 크리스티의 ‘포와로’ 클래식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은 영어권에서 10억 부, 비영어권에서 10억 부가 팔려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가 탄생시킨 ‘에르퀼 포와로’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와 쌍벽을 이루는 탐정 캐릭터다. 1934년에 출간된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살인>은 1974년 처음 영국에서 영화화되면서 포와로 캐릭터를 실사로 묘사했고, 영화는 제작비의 25배를 벌어들이며 대박을 쳤다. 그동안 수차례 영화나 TV 시리즈로 나오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할리우드 영화로는 처음으로 ‘탐정 포와로’가 등장한 것이다.

영국 TV 시리즈 <포와로>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장면
소설 표지(좌)와 1974년 作 포스터(우)

이 영화는 2017년 11월 개봉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성적은 기대 이상, 가뿐히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제작비의 6배 이상을 거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