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중 한명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현한 곤 사토시(今敏, 1963~2010)는 생애 단 6편의 장편만을 남긴 채 46세에 요절한 천재 감독으로 기억된다. <퍼펙트 블루>(1997), <천년 여우>(2001),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2003), <파프리카>(2006)는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클래식으로 꼽는 작품들이다. 미술대학 졸업 후 만화가로 입문했고 당시 일손이 부족했던 애니메이션 업계로 보폭을 늘려가며 바로 장편 <퍼펙트 블루>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초기 단편 작품은 인터넷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곤 사토시 감독과 그의 대표작

그러던 중 일본의 공영방송사 NHK가 2007년 <Ani-Kuri 15>(Animation Creators 15)라는 프로젝트로 오시이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 등 일본을 대표하는 15명의 감독에게 1분 길이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의뢰하였는데, 이때 자신의 유일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남은 <Ohayo>를 제작하게 된다.

단편 애니메이션 <Ohayo>(2007)

전날의 숙취를 안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여러 개의 자아가 서로 분리되어 움직이는 스토리라인은, 꿈, 현실, 환상을 주요 모토로 하는 감독의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이 분리되고 그 경계와 정체성이 분명치 않은 장편의 캐릭터처럼, 단편에서도 먼저 일어난 자아와 뒤에 일어나 자아 중 누가 진짜인지 또렷이 알 수 없다. 마지막, 이 둘은 하나로 합쳐져 “Ohayo”라는 아침 인사를 한다. 오늘날 단편 <Ohayo>는 전 세계에서 패러디되는 독특한 스토리 설정이 되었다.

<Ohayo>의 실사 패러디 영상

곤 사토시 감독은 췌장암으로 일곱 번째 장편 <Dreaming Machine>을 끝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스토리보드와 스크립트가 끝난 상태였지만 7년이 지난 지금도, 제작비와 후임 감독 문제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 제작사는 그의 유작과 함께 그의 일대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곤 사토시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달리는’ 장면의 편집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