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진작가 황샤오량(黄晓亮, Huang Xiaoliang)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실적이고 또렷한 풍경은 찍지 않는다. 그는 머릿속에 특정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필요한 소품과 배경, 인물을 프레임 안에 들여놓은 뒤 정교하게 연출된 찰나의 순간에 셔터를 누른다. 설사 그가 찍는 것이 우리 눈에 익숙한 현실적인 풍경이라 할지라도 컴퓨터로 옮겨 보정을 거치고 나면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현실과 추상이 공존하는 황샤오량의 사진을 천천히 감상하자.

Huang Xiaoliang, <东窗\East Window>(Untitled #20151121) ©黄晓亮
Huang Xiaoliang, <东窗\East Window>(Untitled #20151009) ©黄晓亮
Huang Xiaoliang, <东窗\East Window>(Untitled #20150426) ©黄晓亮
Huang Xiaoliang, <东窗\East Window>(Untitled #20150627) ©黄晓亮
Huang Xiaoliang, <东窗\East Window>(Untitled #20150823) ©黄晓亮

1990년대 시장경제의 발전과 급격한 산업화를 겪은 중국은, 오늘날 세계의 첨단 기술을 흡수하며 또 한 번 전환점에 섰다. 도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재건축과 재개발이 이뤄지고 그 범위는 점차 외곽으로 줄기를 뻗치고 있는 모양새다. 황샤오량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구조물과 곧 재개발이 들이닥칠 교외의 스산한 거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재해석한 거리의 모습은 안개가 낀 것같이 부연 색감과 흐릿한 선을 머금은 채 프레임 안에 담겨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Huang Xiaoliang, <东窗\East Window>(Untitled #20150909) ©黄晓亮
Huang Xiaoliang, <东窗\East Window>(Untitled #20150828) ©黄晓亮
Huang Xiaoliang, <东窗\East Window>(Untitled #201509025) ©黄晓亮

재개발 지역을 촬영한 사진이라 하면 붕괴된 건물의 콘크리트 파편이나,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와 같이 어수선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황샤오량은 스러져가는 건물의 모습에 집중하지 않고 그 속에 끼어든 사람들의 흔적을 쫓았다. 위에 소개한 사진 시리즈 <东窗(East Window)>(2015)는 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컬러 사진이다. 그 전에는 대부분 흑백으로 찍었다.

Huang Xiaoliang, <An Expectation or New Miracle>(No.1) ©黄晓亮
Huang Xiaoliang, <An Expectation or New Miracle>(No.2) ©黄晓亮
Huang Xiaoliang, <An Expectation or New Miracle>(No.3) ©黄晓亮
Huang Xiaoliang, <An Expectation or New Miracle>(No.15) ©黄晓亮

황샤오량은 1985년 후난성(湖南省) 상시(湘西)의 청정마을에서 태어났고, 칭다오대학에서 디지털아트학을 전공했다. 위의 흑백사진 시리즈는 그가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첫 사진 작품이다. 짙은 회색빛의 그림자를 어두컴컴한 벽에 투영해 촬영한 사진들은 마치 중국 전통 그림자극인 ‘피잉시(皮影戏)’를 보는 것 같이 고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흐느적거리는 버드나무 잎과 나비떼, 하늘을 나는 연은 모두 황샤오량이 태어난 1980년대의 향수를 끄집어내 투영한 것이다.

Huang Xiaoliang, <春-人间景\spring - WorldIy Scenes>(Koi No.1) ©黄晓亮
Huang Xiaoliang, <春-人间景\spring - WorldIy Scenes>(Abundance有余) ©黄晓亮
Huang Xiaoliang, <春-人间景\spring - WorldIy Scenes>(Blessing福到) ©黄晓亮

그림자에 이토록 애착을 갖는 이유에 대해 황샤오량은 그림자가 신비롭고 몽롱한 동시에 서정적인 특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어린 시절 즐겨 하던 손 그림자놀이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상에 자리한 사물을 찍지만, 그 사물들은 언제나 추상화된 형태로 황샤오량의 프레임에 담긴다. 그가 피사체의 고유한 빛깔을 렌즈에 옮겨낼 수 있던 건, 주변을 끊임없이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사물의 내재한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관찰한 정성들이 쌓인 결과물은 아니었을까.

이것은 황샤오량 사진의 일부일 뿐이다. 올리지 못한 사진은 작가의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마음껏 볼 수 있다.

Huang Xiaoliang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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