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게르치(Franz Gertsch, 1930~)는 스위스의 현대 예술가다. 넓은 영역에 걸쳐 그림과 그래픽 작업을 해왔고, 언제나 리얼리티에 대한 특별한 접근을 시도했다. 프란츠 게르치에게 '리얼리티'란 회화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 모두를 의미한다. 작업을 시작할 땐 사진을 참고하지만 결국 그가 완성하는 작품은 사진과는 다른 고유한 의미를 품게 된다.

Franz Gertsch, <Selbstbildnis [Self-portrait]>(1980), Acrylic on unprimed cotton, 257 x 391cm via museum-franzgertsch 2010년 열린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되기도 했다.

 

<Medici>

Franz Gertsch, <Medici>(1971/72), Dispersion on unprimed half-linen, 400 x 600cm via museum-franzgertsch 


1972년 독일 카셀(Kassel)에서 열린 전시 'Documenta 5', 프란츠 게르치는 <Medici>라는 작품을 출품한다. <Medici>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다. 그림 속 남자들은 프란츠 게르치의 친구로, 모두 건설용 울타리에 기대어 프레임 밖 어딘가를 보고 있다. 관람자는 결코 알 수 없는 사건이 그림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 사실 덕분에 스토리가 생기고 작품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Medici>를 통해 리얼리즘에서 영향을 받은 화가의 스타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인물

Franz Gertsch, <Franz und Luciano [Franz and Luciano]>(1973), Acrylic on unprimed cotton, 198 x 298cm via museum-franzgertsch
Franz Gertsch, <Marina schminkt Luciano [Marina Makes Up Luciano]>(1975), Acrylic on unprimed cotton, 234 x 346cm via museum-franzgertsch


프란츠 게르치의 작품에서는 '인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는 말은 아니고, 그는 인물이 있는 장면 자체를 예술의 재료로 사용했다. 지인이든 친분이 없는 사람이든 그에게 영감을 주는 장면을 이루고 있다면 작품이 되었다. <프란츠와 루시아노(Franz und Luciano)>(1973), <마리나가 루시아노를 화장해주다(Marina schminkt Luciano)>(1975)에는 화가의 친구 루시아노 카스텔리(Luciano Castelli)가 있다.

Franz Gertsch, <Patti Smith I>(1977~1978), Acrylic on unprimed cotton, 242 x 354cm
Franz Gertsch, <Patti Smith IV>(1979), Acrylic on unprimed cotton, 285 x 420cm
Franz Gertsch, <Patti Smith V>(1979), Acrylic on unprimed cotton, 257 x 391 cm via museum-franzgertsch

 

그 후 1978년부터 1년 동안 프란츠 게르치는 록스타 패티 스미스(Patti Smith)를 그린다. 패티 스미스 연작은 프란츠 게르치만의 시선, 화풍, 기법을 쏟아부은 작품이자 어떤 기점이기도 하다. 패티 스미스 연작 이후 그는 어떤 장면이 아니라 '그냥 있는', 즉 중립적인 인물을 그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레네(Irène)>(1980), <요안나(Johanna)> 시리즈가 대표 작품이다.

Franz Gertsch, <Irène>(1980), Acrylic on unprimed cotton, 257 x 391cm
Franz Gertsch, <Johanna I>(1983/84), Acrylic on unprimed cotton, 330 x 340cm via museum-franzgertsch

 

목판화

Franz Gertsch, <Natascha II>(1986), color woodcut, 105 x 90.4 cm via artnet


그의 작품 세계는 목판화와 자연을 그리는 쪽으로 흘러가는데, 특히 목판 작업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프란츠 게르치는 목판화를 통해 종이로 표현하는 것의 한계를 넘어섰고 전통적인 재료(목판)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나타샤(Natascha)> 시리즈는 그가 얼마나 예민하게 목판 작업을 했는지 보여준다.

Franz Gertsch, <Cima del mar>(1990), color woodcut, 49.5 x 61cm via artnet
Franz Gertsch, <Schwarzwasser Triptych>(1991/92), Woodcut (3 panels a 237 x 185cm), Hand-printed on Kumohadamashi Japanese paper by Ivano Heizaburo (276 x 217cm), 3 papers, 279 x 597cm, midnight blue via museum-franzgertsch


프란츠 게르치는 점차 철학과 자연, 풍경에 심취하며 이와 관련된 작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Cima del Mar>(1990), <검은 물(Schwarzwasser)> 시리즈 등이 이때 탄생했다. 프란츠 게르치는 목판 인쇄, 일본 종이 위에 그리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했지만, 모든 것은 결국 진정한 회화의 길을 찾으려 했던 방향성에서 이어진 것이다.

독일 바덴바덴(Baden-Baden)의 Museum Frieder Burd에서 열린 ‘Mystery Nature’展 홍보 영상, 프란츠 게르치 작품의 실제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다.
Franz Gertsch: Atelierfilm «Winter», 프란츠 게르치가 계절 시리즈 중 <겨울> 작품을 만드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나는 내가 본 것을 잡아두기 위해서, 그리고 일정한 사건의 조각들을 찾기 위해서 마치 제2의 눈과 같이 카메라를 이용한다. 이러한 것은 오늘날의 나에게 그림 재료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선적으로는 회상의 재료다.”

“나에게는 상태를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무시간성은 내 작품에 관조적이고 명상적인 특성을 부여했다.”

- 마그레트 슈프트만&파울 탄너, 프란츠 게르치와의 대화 중에서. 1993년 5월 7일, 뤼섹(Rüsche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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