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sers\유미래사원님\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Content.Word\정부.jpg
영화 <정부>(1982) 스틸컷. 이십 대 시절의 김해숙

1974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해숙은 곧장 매해 한 편 이상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첫 영화 출연은 이덕화, 임예진 주연의 <성난 능금>(1976). 단역이었지만 당시 갓 스무 살을 넘긴 앳된 미모의 김해숙은 출중한 연기력으로 단연 눈에 띄었고, 이후 점차 영역을 넓혀갔다.

C:\Users\유미래사원님\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Content.Word\우리형-horz.jpg
영화 <우리형>, <희생부활자> 스틸컷

스크린 속 김해숙의 모습은 2000년대부터 더 많이 드러나는데, 대부분 ‘엄마’ 역할이었다. <국화꽃 향기>(2003)에서는 ‘인하 모’ 역, <오! 해피데이>(2003)에서는 ‘미스 공 어머니, 미숙’ 역으로, 주인공의 엄마 역할을 도맡았다. 그러다가 영화 <우리 형>(2004)에서는 형제로 출연한 원빈과 신하균의 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해바라기>(2006)에서는 김래원을, <깡철이>(2013)에서는 유아인을 아들로 삼으며 묵직한 감정을 전달하는 엄마 연기의 내공을 펼쳤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영화 <희생부활자>에서 김래원과 또 한 번 모자관계로 출연했는데, 다시 들여다보니 김해숙은 예전의 그 엄마가 아니었다. 수많은 작품을 거치면서 다져온 김해숙의 연기와 표정에는 모성애로만 한정 지을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배우 김해숙이 남긴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확인해보면 그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 수 있다.

 

<무방비 도시>의 강만옥

C:\Users\유미래사원님\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Content.Word\movie_imageNICL1BK7.jpg

손예진, 김명민 주연의 영화 <무방비 도시>(2007)에서는 어쩌면 김해숙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극의 서사 상 물론 그렇지만, 김해숙이 보여준 냉철한 연기야말로 오롯이 그 캐릭터를 중요하게 만들고 만다. 전설적인 소매치기의 대모 ‘강만옥’으로 분한 그는 섬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으로부터 겪는 내면의 아픔을 동시에 드러낸다. 극 중 김해숙은 범죄자이지만, 또 엄마이기도 하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지독한 표정으로 슬픔을 삼키는 엄마다. 김해숙은 이 작품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따내며 다시 한번 연륜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무방비 도시> 예고편

 | 영화보기 | 옥수수 | N스토어 | 유튜브

 

<경축! 우리 사랑>의 봉순

C:\Users\유미래사원님\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Content.Word\movie_image2H3L66RH.JPG

극 중 철없는 딸을 둔 엄마이자 억척스러운 하숙집 아줌마로 변신한 김해숙. 그런데 이번에도 예사 엄마는 아니다. 무려 21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엄마, ‘봉순’이다! 영화 <경축! 우리 사랑>(2008)은 남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저 무미건조한 아줌마로 불리지만, 자신을 사려 깊게 대하는 한 청년을 통해 여자로서 감정을 느끼게 된 봉순의 코믹 판타지 로맨스다. 남편의 불륜과 아내의 바람이라는 영화 속 설정의 도덕성 문제는 한편으로 미뤄두자. 쉰을 넘긴 김해숙이 영화로 처음 선보인 로맨스는 그 자체로 의미를 두고 싶다.

<경축! 우리 사랑> 예고편

 | 영화보기 | N스토어

 

<박쥐>의 라여사

C:\Users\유미래사원님\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Content.Word\movie_imageBGMXG91Q.JPG

영화 <박쥐>(2009)에서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 많은 이들이 김해숙의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우연히 뱀파이어가 되어 위험한 욕망을 추구하게 된 신부 ‘상현’(송강호)과 사랑에 빠진 ‘강우’(신하균)의 아내 ‘태주’(김옥빈). 얽힌 세 사람 사이에서 강우의 엄마 ‘라 여사’, 김해숙의 히스테릭한 존재감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이끈다. 김해숙의 소름 끼치는 눈빛 연기를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직접 보길 권한다.

<박쥐> 예고편

 | 영화보기 | N스토어

 

<도둑들>의 씹던껌

C:\Users\유미래사원님\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Content.Word\movie_image8Q00QPOJ.JPG

홍콩을 배경으로 펼치는 범죄 액션 드라마 <도둑들>(2012). 무엇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같은 명배우들이 조화로운 쾌감을 선사하는 가운데 김해숙을 빼놓을 수 없다. 노련한 바람잡이 연기로 한몫하는 연기파 도둑 ‘씹던껌’을 맡은 김해숙은 홍콩의 대표 배우 임달화와 로맨스로 인상 깊은 장면을 남겼다. 누구보다도 짧은 등장이 못내 아쉬울 정도.

<도둑들> 예고편

 | 영화보기 | N스토어 | 유튜브

 

짧지만 더욱 강렬했던 특별출연

C:\Users\유미래사원님\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Content.Word\암살.jpg

이후 김해숙은 <깡철이>(2013), <재심>(2016) 같은 영화를 통해 ‘엄마’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연기 변신을 거듭했다. 영화 <암살>(2015)에서는 전작 <도둑들>로 함께한 배우 전지현, 이정재가 활약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경성 요원인 ‘아네모네 마담’ 역으로 깜짝출연한 김해숙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극 중 일본 군인들의 추적에 대항하여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는 그의 모습은 주연 못지않은 강한 여운을 남겼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은 같지만, 극의 분위기도 장르도 확연히 다른 영화 <아가씨>(2016)에서는 전작과 정반대의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인공 ‘히데코’(김민희)를 돌보는 ‘사사키 부인’으로 등장한 그는 표독한 얼굴로 히데코는 물론 관객마저 몸서리치게 한다.

C:\Users\유미래사원님\AppData\Local\Microsoft\Windows\INetCache\Content.Word\터널.jpg
<터널> 예고편 캡쳐 이미지

김해숙의 특별출연 중 또 하나 기억 남는 건 영화 <터널>(2016)에서다. 터널 사고현장에 방문한 ‘장관’ 역으로 나타난 김해숙은 피해자 가족과 위로의 악수를 나누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써 완벽한 장관 연기를 소화해냈다. 지난 해에는 천만 영화로 등극한 <신과 함께 - 죄와벌>에 초강대왕으로 특별출연하여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