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연말을 기다리며 세 장의, 각기 다른 디스코 컴필레이션 음반을 꼽았다.

<Doing It In Lagos: Boogie Pop & Disco In 1980s Nigeria>

2011년 Comb & Razor Sound에서 내놓은 컴필레이션 <Brand New Wayo> 이후 폭발한 나이지리아 디스코(특히 80년대의 포스트 디스코, 부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고, 결국 지난해 해당 음반의 재판이 나오기도 했다. 나이지리아의 ‘좋은 시절’(군부독재 시절이 끝나고 민주화가 찾아왔으며, 유가 상승으로 호황을 누린)을 강타한 이 걱정 없는 멋쟁이들의 음악은 동시대 영미권 뮤지션의 영향을 듬뿍 받은 한편 삽시간에 신시사이저와 브라스의 적극적 사용, 디스코보다는 훵크에 가까운 기타 리프와 베이스 운용 등의 독창성을 구축했다. “70년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여기며, 아프로 비트나 아프로 록을 계승하고자 하는 태도나 열정 없이 미국 음악에 최대한 가까운 소리를 내려는 시도”라 직접 쓴 음반 라이너 노트야말로 <Doing It In Lagos: Boogie Pop & Disco In 1980s Nigeria>를 가장 정확히 소개하는 문장 아닐까. <Brand New Wayo>가 1979년(Michael Jackson의 <Off the Wall>과 Chic의 ‘Good Times’가 나온 해이자 전 세계적으로 종잡을 수 없이 많은 디스코 히트가 쏟아졌던)부터 아프로 비트의 흔적이 다소 서린 음악까지 넓게 다룬다면, <Doing It In Lagos>는 좀 더 본격적이고 노골적인 80년대 ‘팝’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연말 발매 예정으로, 한 해를 뜨겁게 마무리하기에 알맞다.

Peter Abdul ‘Don't You Know’
Mike Umoh ‘Snake your 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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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mbox: Early Independent Hip Hop Electro & Disco Rap 1979-82>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바즈 루어만의 ‘미드’ <더 겟 다운>은 성장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서사에 몰입하기보다 70년대 말 힙합이 태동하던 사우스 브롱스의 파티를 엿보는 재미가 앞선다. 실존 인물인 그랜드 마스터 플래시와 디제이 쿨 허크가 주최하는 ‘블록 파티’에서는 대개 힙합이, 입장이 까다로운 고급 클럽에서는 디스코가 나오는데, <더 겟 다운>은 힙합을 디스코의 전형성과 속물주의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시도로 묘사한다. 그런 접근도 일리가 있지만 ‘디스코 랩’이라는 표현이 실제 힙합이란 말이 자리 잡기 전에 쓰였고, 가장 정확히 초기 힙합의 속성을 표현하는 용어인 것 또한 사실이다. <Boombox: Early Independent Hip Hop Electro & Disco Rap 1979-82>는 음반 이름 그대로 1979년부터 1982년까지 독립적으로 발매된 힙합 혹은 디스코 랩을 모았다. 곡에 샘플링된 디스코 곡들의 간주(브레이크) 부분을 통해 원곡을 추측하고, 그 브레이크를 포함한 곡 전체를 들어보는 것 역시 즐거운 경험이 될 터. 3LP와 함께 포함된, 당시의 독립 레이블과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에 관해 정리한 40페이지에 달하는 부클릿은 덤이다. 본래 컴필레이션 음반이야말로 어떤 장르나 경향, 뮤지션을 알아가기에 좋은 입문 도구이자 길라잡이인 만큼, 그 역할에 특히 충실한 구성이라 할 만하다. 25년째 편집 음반으로 맹위를 떨치는, 레코드 레이블이 품위를 지키는 방법에 대한 모범답안으로서 Soul Jazz Records는 쉽게 늙지 않는다.

Super 3 ‘Philosophy Rappin' Spree’ ;
Count Coolout 'Rhythm Rap 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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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Disco Boogie Sounds> Vol. 2 (1978-1985) 

컴필레이션으로 명망 높은 프랑스의 Favorite Recordings는 지난해 또 다른 컴필레이션의 강자 Cultures of Soul Records와 합을 맞춘 듯 주거니 받거니 브라질 디스코(<Brazilian Disco Boogie Sounds>)와 캐리비안 디스코(<Caribbean Disco Boogie Sounds>) 편집 음반을 한 장씩 발매했다. AOR이라는 익숙한 듯 여전히 모호한 카테고리를 선점해 연달아 두 장의 음반(<AOR Global Sounds>)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그사이, 멀리까지 시선을 넓히는 동시에 무엇보다 그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까운 것들, 모국의 자랑거리를 차곡차곡 모아 <French Disco Boogie Sounds>를 엮었다. 라이벌이라 할만한 Cultures of Soul Records 또한 올해 들어 부쩍 <Divine Disco (American Gospel Disco - 1974 To 1984)>와 <Boston Creative Jazz Scene 1970 – 1983> 등 자국의 낯선 음악을 발굴하는 데 몰두하는 상황. Favorite Recordings 역시 도장 쾅 찍듯 두 번째 <French Disco Boogie Sounds>를 선보였다. 절반 이상이 1~2장의 싱글이나 LP만 내고 자취를 감춘 뮤지션들의 곡으로 구성됐으며, 역시나 AOR 시리즈와 첫 <French Disco Boogie Sounds>를 담당한 Charles Maurice의 솜씨. ‘로컬’에는 장사 없다.

Crystal ‘Funky Biguine’
Jackie Esam ‘Mo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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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유지성은 [GQ Korea]의 피처 에디터로 일하며 매달 음악 관련 기사를 쓰고 음악가들을 인터뷰했다. 또한 Jesse You라는 이름의 디제이이기도 하다. 레코드를 사고 듣고 플레이하며, 클럽 피스틸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Playlists’를 비롯해 ‘Codex’, ‘Downtown’, ‘East Disko Wav’ 등의 파티/크루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린 ‘Boiler Room Seoul’에 출연했으며 암스테르담의 ‘Red Light Radio’, 방콕의 ‘Studio Lam’에서 음악을 틀기도 했다. Four Tet의 팬이다.
Jesse You의 Mix 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