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키와이는 물결처럼 일렁이는 녹색 머리카락을 가졌고, 열여덟 살의 나이에 여성 래퍼 컴피티션 'GALmighty'에서 우승한 이력을 가졌다. 그를 둘러싼 많은 궁금증이 있었지만, 대화는 얼마 전 나온 첫 음반 <EXPOSURE>로만 이르렀다. 1년 넘도록 만든 음반은 다섯 곡을 담고 있다. 비트 프로듀서 그레이(GRAYE)가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고, 몬트리올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 진(JIN), 래퍼 스티치(Stitch)와 PNSB가 비트를 만들거나 함께 랩을 하는 등의 보탬이 되었다. 불안함과 패색, 거기에 그치지 않는 비틀린 동력이 느껴지는 가사와 음악은 그의 말을 빌자면 ‘객기’나 ‘허무’다. 그렇지만 과감하게 걸린 리버브를 비집고 나오는 힘 있는 목소리는 허약한 한탄과 거리가 멀다. 주제의식과 떨어져 곡마다 오브제처럼 요소를 집어넣은 노래는 다섯 곡이 각자 흥미롭다. 모두 젊은, 공격적인 힘이 있는 사람들과 만든 결과물이 지금 막 우리 앞에 놓였다.

 

열여덟 살의 재키와이가 궁금해요.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단지 학생일 뿐이었어요. 랩을 막 시작했고, 뿌리랄 게 없었어요.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어요. 

첫 음반을 냈어요.
허무해요. 원했던 모습보다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첫 음반이라 기대를 많이 했거든요. 음악에 대한 반응이 아직 많지 않아요. 지난 3년 동안 무언가 달라졌다기보다 내 것을 했어요. 바깥보다는 안쪽을 향한, 나를 보여주는 음반이에요.

타이틀 곡 ‘EXPOSURE’에서 ‘유리 천장’이라는 단어가 나와요. 
객쩍음과 허무함이 저에게는 자연스러워요. 그렇게 느끼고, 살아왔으니까요. 그것으로부터 파생된 나의 나태함과 여성으로 살면서 겪는 삶 자체의 불합리함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렇다고 무작정 우울하고 힘없는 태도는 아니에요.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 무언가를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는 없었지만, 이런 나의 감정과 음악이 분명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믿어요.

내 머리 위에
천장은 유리
너무 높아서
여전히 지켜 low-key
난 출생부터 도태
그게 자연의 법칙
근데 지금
여긴 fuckin' 21 century
서울 도심
이미 포화상태
넘치는 기계들 속에서
난 공황장애
진 적이 없어
애초에 친 적 없으니
경쟁상대로
모두 눈 감은 채로
난 시작도 안 했는데 내게 묻네

▲ 재키와이 데뷔 앨범 <EXPOSURE>

<EXPOSURE>에 ‘폭광(曝光)’이라는 한자를 붙인 건 ‘폭로(暴露)’ 혹은 ‘노출(露出)’이라고 읽히고 싶지 않아서였을까요.
두 단어 모두 사용하고 싶었어요. 한쪽 면만 드러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폭광’이라는 부제 같은 한자를 넣었어요. 이 음반의 키워드는 빔. 주제가 아닌 제재가 음향기기와 전자기기 용어이기도 하고요.

가사 속에 일정한 제재가 들어있네요.
추상적인 개념에서 많은 것을 보아요. 평소에 무언가를 적는 편은 아니에요. 용어에 매료될 때가 많아요. ‘EXPOSURE’는 수지 앤 더 밴시스(siouxsie & the banshees)의 ‘red light’를 오마주했어요. ‘Sutterslut’이라는 단어나 ‘Too much exposure’에서 성차별이나 비판적인 분위기를 읽고 가져왔어요.

Bitch 넌 언제 떠날래
언제 떠날래
셔터를 내려
Ma life still sucks
조명을 비춰줘
Let the aperture shuts
I just want more

Exposure
Exposure
Exposure
Exposure

몇 명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했어요. 먼저 GRAYE의 프로듀싱.
레이블 스톤쉽의 파운더 똘배의 추천으로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프로듀서로서도 밴드 75A도 알고 있었고, 그의 음악을 좋아했어요. 원래는 다른 프로듀서와 작업했지만 서로 원하는 방향이 달랐어요. 첫 음반이라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그레이의 사운드가 큰 힘이 되었어요. 음반 컨셉트와 비주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가며 함께 잡았어요.

그리고, PNSB의 랩 피처링.
할 말이 없을 정도예요. PNSB의 랩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애초부터 염두에 뒀어요. 함께 뮤직비디오를 찍었을 때의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도 그랬고요. ‘EXPOSURE’에서 나는 나의 삶을, 그는 서울의 삶을, 각자의 목소리를 빌어 이야기했는데 하나의 꼭 맞는 곡이 나왔어요.

SEOUL CITY
내가 바라는 대로
너의 형태가 바뀌기를 원해
NO FEELING
너무 말이 많지
사람들은 감정에는 관심이 없으니
NOT FINISH
우린 세상을 바꾸고 있어
넌 무슨 고민하고 있지?
DON'T PANIC
이건 멋있는 거야 인마
너의 팬은 절대 느낄 수 없지
매일 매일 매일 전쟁 속에 살아가
매일 매일 매일 불완전한 상황과
내가 바라는 건
그냥 단지 사랑과 평화
내가 바라는 건 사랑과 평화
매일 매일 매일 전쟁 속에 살아가
매일 매일 매일 불완전한 상황과
내가 바라는 건
그냥 단지 사랑과 평화
내가 바라는 건 사랑과 평화
세상이 목을 졸라도
절대 무너지지 마 YOUNG 신이여
네가 원하는 걸 따라가다 보면
그게 너만의 현실이여
니가 나의 머릿속을 들여다본다면
얻는 건 충격이여
매일 다른 나를 표현하는 것
그게 그냥 내 할 일이요

한다솜(HAN DASOM)의 사진.
오래된 것 같으면서도 미래적인 사진 컨셉트를 원했어요. 얼터 에고(ALTER EGO) 크루처럼 90년대 레이브가 느껴졌으면 했고요. 한다솜 작가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내가 원한 것이 잘 맞았어요.

▲ 한다솜의 사진

다다이즘 클럽(dadaismclub)의 영상까지.
앞에 언급한 것처럼 타이틀곡을 비롯한 음반의 대체적인 바이브를 수지 앤 더 밴시스의 라는 밴드의 음반 <kaleidoscope>에서 얻었어요. 70~80년대 영상 화면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다다이즘 클럽 역시 믿음이 있었고, 그냥 너무 원하는 대로 빠르게 끝내버렸죠.

모습에 매료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친구가 했던 말인데, 반항적이고 무섭지만 귀엽다고 했어요. 맘에 들어요. 그런데 외모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 없어요.

그럼 앞으로의 활동에 관해 물을게요.
사상, 철학, 기대나 단정도 없이 음악 그대로 들었으면 좋겠어요. 나다운 음악을 할 거고 다른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아요. 공연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나의 일이에요.

Jvcki Wai 'EXPOSURE'(Feat. PNSB) MV

 

재키와이 인터뷰 B컷 보기

장소협찬 아이다호(IDAHO.) - 서울 마포구 망원동 338-79 2층. 카페&펍을 기반으로 한 복합문화공간. 커피와 술과 음식이 있고, 좋아하는 국내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며, 마음에 드는 소품을 판매한다. 때때로 파티와 공연이 있다.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인터뷰 박의령 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이강혁

 

Writer

매거진 <DAZED & CONFUSED>, <NYLON> 피처 에디터를 거쳐 에어서울 항공 기내지 <YOUR SEOUL>을 만들고 있다. 이상한 만화, 영화, 음악을 좋아하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윗옷을 벗은 여성들을 찍은 음반 겸 사진집 <75A>에 사진가로 참여했다.
박의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