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O.O.O’ 공식 페이스북 

밴드 O.O.O(오오오)는 2017년 8월 EP <GARDEN>을 발매했다. O.O.O라는 이름은 ‘Out Of Office’의 약자로, 자리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떠남’은 O.O.O가 만들어 온 음악 깊숙이 자리한 테마이기도 하다. 2016년 발매한 첫 EP <HOME>과 싱글 <CLOSET>을 거쳐 도착한 <GARDEN>. 떠나고 싶었던 Home, 나갈 준비를 하는 공간 Closet, 그리고 아직 완전히 나서지는 못했지만 분명 새로운 지점인 Garden까지, 일련의 작품은 그때 그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드러낸다.
<GARDEN>은 예전의 것을 아직 품고 있지만 명확히 다른 색이 묻은 앨범. 수록된 7곡을 차례대로 듣다 보면 더욱 짙어진 적극성과 새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O.O.O의 전작과 이번 앨범에 수록된 몇 곡을 들으며 그들이 어떻게 변해왔고 변해갈지 가늠해보자.

 

거짓말(2016)

밴드 O.O.O '거짓말' 실황

<HOME>의 타이틀곡. 이 노래는 누구나 가진 사랑에 대한 연약성과 비겁함을 떠올리게 한다. 원래 ‘이렇게 너 떠나가면 남아있는 난 어떡해’라고 쓴 가사를 모음 하나 바꿔 ‘이렇게 나 떠나가면 남아있는 넌 어떡해’로 만들었다. 노래 제목은 그래서 ‘거짓말’. 이를 알고 들으면 더 슬프게 들린다. 잔잔하게 진행되던 노래의 후반부에서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소리가 하나씩 얹히며 묵직한 사운드를 만들어낼 때는 O.O.O의 멤버 이름을 한 명씩 찾아보고 싶어질 거다. (<HOME>과 <GARDEN>의 몇 곡은 서로 이어지는데, ‘거짓말’과 이어지는 곡은 ‘혹은 진실’(2017)이다. 현재 ‘혹은 진실’은 공식 음원 링크나 영상을 찾기 어렵다. 그렇지만 모든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

 

텅(tongue)(2017) 

밴드 O.O.O '텅(Tongue)'

2017년 2월에 나온 파스텔뮤직의 콘셉트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Chapter 6 : 36.5˚C>에 수록된 곡으로, 공모받은 사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제목 '텅'은 속이 비어 아무것도 없는 모양과 영어 'tongue(혀)'를 동시에 의미한다. 공허하던 마음을 누군가 채우고 차갑던 몸은 타인의 혀가 데운다. 삶에 사랑이 번지는 순간을 감각적인 가사와 세련된 멜로디로 풀어냈다.

 

나는 왜(2017)

밴드 O.O.O(오오오) '나는 왜'

<GARDEN>의 첫 곡 '나는 왜'는 옷장(Closet)에서 옷을 꺼내 입고 집(Home)을 벗어나 마침내 정원(Garden)에 선 누군가의 모습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노래다. '잔'(<HOME> 수록곡)에서 '취하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아'서 '술잔으로 뒤덮인 나의 밤'을 보내던 사람은 '나는 왜'에서 미약하지만 분명히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홀로 다리를 절'지라도 길로 나가며, 아픔의 이유를 끊임없이 고찰한다. 못내 마음에 남은 미움이나 증오의 찌꺼기는 외면하지 않고 '침을 뱉어'서라도 해소하려 한다. '나는 왜'가 앨범의 타이틀곡인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다. 덧붙여 이 노래는 장용호의 기타 덕에 더욱 미끈해졌다. 특히 중반부 드럼 사운드 위로 기타가 뽐내듯 내달릴 때는 이 노래의 감성이 한층 깊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푸른달(2017)

밴드 O.O.O '푸른 달' 실황

'푸른달'은 여기 소개한 곡 중 가장 리듬이 빠르고 사운드가 강한 노래다. 앨범 후반부에 자리한 이 곡은 앞으로 O.O.O가 어떤 길을 가려 하는지 어렴풋이 드러낸다. 처음엔 신비로운 제목과 가사에 끌리지만, ‘푸른달’을 계속 듣고 싶게 하는 건 이 노래에서 아낌없이 쏟아낸 멤버들의 재능에 있다. 보컬(가성현), 기타(장용호, 가성현), 베이스(이지상), 드럼(유진상) 네 명의 멤버가 맘먹고 실력을 보여주는데, 모든 요소가 퍽 어울리며 듣는 재미를 안긴다.

포스터 출처 ‘O.O.O’ 공식 페이스북 

 

O.O.O 인스타그램 @band_o.o.o
O.O.O 페이스북 www.facebook.com/bandoutofoffice

 

Editor

김유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