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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カズオイシグロ, Kazuo Ishiguro)

2017년 10월 5일, 제117회 노벨문학상의 영광이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수여됐다. 역사적인 문학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고, 그의 작품 역시 다시금 활발한 호응을 얻고 있다. 보나마나 전 세계 서점 매대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으로 가득할 것이다.

한편, 누군가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름을 들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책이 아닌 영화와 음악을 떠올렸을 것이다. 알고 보면 아주 아이러니한 것도 아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와 그가 남긴 소설은 언제나 영화와 음악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소설과 영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고 6세에 영국으로 이주한 가즈오 이시구로는 현대 영미 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명이 되었다. 그는 일본계 영국인으로서, 내면에는 일본에 대한 정서를 간직했으나 일본 문학의 특징을 답습하지 않은 고유한 세계관으로 더욱 매력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첫 번째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A Pale View of Hills, 1982)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서술했고, 두 번째 소설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An Artist of the Floating World, 1986)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에 가담해 부와 명예를 얻었던 늙은 일본인 화가의 회고담을 풀어냈다.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이 없는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의 정서와 뗄 수 없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오히려 담담하고 절제된 서술로 인간 내면에 집중하여 일본적 정서를 가장 적확하게 담은 소설이라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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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나날> 포스터 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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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가즈오 이시구로의 세 번째 장편 소설 <남아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1989)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맨부커상을 받으며 작가에게 큰 명성을 안겨준 작품. 무엇보다 이 소설은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 <남아있는 나날>(1993)로 제작되어 더욱 주목을 받았다. 안소니 홉킨스를 위시한 명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 섬세한 연출이 더해진 영화 역시 원작 소설 못지않은 훌륭한 작품으로 꼽힌다. 주인공 ‘스티븐스’(안소니 홉킨스)의 여행과 회상을 통해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묘사하면서 동시에 인생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영화는 소설과 함께 가즈오 이시구로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 작품을 계기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 <화이트 카운티스>(2005)의 각본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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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마> 포스터 및 스틸컷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마>(Never Let Me Go, 2005)도 영화로 감상할 수 있다. 앞서 원작 소설은 복제 인간의 삶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당시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에 꼽히는 등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영화는 2010년 동명의 <네버 렛 미 고>(2010)라는 제목으로 제작되었다. 마크 로마넥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가즈오 이시구로는 영화의 각본에 함께 참여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탄탄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캐리 멀리건, 앤드류 가필드, 키이라 나이틀리가 펼치는 영화 역시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평단과 관객의 애정을 고루 얻었다.

<네버 렛 미 고>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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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재즈

소설과 영화와의 연결고리가 깊은 문학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어렸을 적 음악가를 먼저 꿈꿨으나 문학에 탁월한 재능이 있던 가즈오 이시구로의 주변에는 그래서 언제나 음악 이야기가 있다. 예전부터 재즈 가수 스테이시 켄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그는 스테이시 켄트의 앨범 <Breakfast On The Morning Tram>(2007)에 작사가로 참여했고, 앨범 해설을 써주기도 했다.

Stacey Kent 'Ice Hotel'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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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Nocturnes: Five Stories of Music and Nightfall)(Vintage International) 표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재즈 취향은 그의 작품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의 단편 소설집 <녹턴>(Nocturnes: Five Stories of Music and Nightfall, 2009)의 부제는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이다. 사랑과 세월에 관한 다섯 편의 단편소설 안에 다양한 음악들이 절묘하게 녹아 있다. 음악은 제목으로 쓰인 ‘녹턴’ 같은 클래식보다는 재즈가 주를 이룬다. 예컨대 첫 번째 단편 소설 <크루너>에서 등장인물 토니 가드너는 부인을 위한 세레나데로 떠돌이 기타 연주가에게 쳇 베이커의 곡을 요청한다.

Chet Baker ‘I Fall in Love Too Easily’

이외에도 작가는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수많은 음악을 이야기에 녹여낸다. 음악에 애정이 없었다면 결코 엮지 못했을 플레이리스트가 소설 한 편에 훌륭히 연주된다. 이렇듯 세계적인 문학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세계는 영화와 음악을 함께 곁들이면 더없이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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