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샤오(1981~)

장샤오(张晓, Zhang Xiao)는 1981년생이고 중국 산둥성 옌타이(Yantai)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던 그는 학업에 무료함을 느끼고 사진에 흥미를 두기 시작했다. 2005년 대학을 졸업하고 충칭(Chongqing)으로 터전을 옮겨 잡지사에 촬영 기자로 취직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아갔다. 2006년부터는 잡지사 일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했는데, 첫 작업물로 <They(他们)> 시리즈를 선보였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충칭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그곳의 환경과 사람을 즉흥적으로 촬영하고 기록한 작품이다.

<They>, 2006~2008 ©张晓
<They>, 2006~2008 ©张晓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시장경제의 발전과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었다. 남부 도시 선전(Shenzhen)을 중심으로 고층건물이 지어지고 공장과 가게들이 쉴 틈 없이 밀려들었다. 경제적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당연히 경제적 불평등, 개인주의의 확산과 같은 문제들이 뒤따랐고,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이러한 문제는 사회 도처에 다양한 모습으로 만연했다. 장샤오는 이러한 도시의 이미지를 만질 수 있는 형태로 기록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렸다. 제대로 사진기술을 배워본 적도 없었지만, 도시의 어딘가로 향하다 눈에 잡히는 곳을 발견하면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머릿속에 미리 구상해 놓은 서사나 구도는 없었고 다만 눈앞에 보이는 것을 또렷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They>, 2006~2008 ©张晓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촬영한 60여 장의 사진을 모아 사진집 <They(他们)>을 출간했다. 사진에는 대부분 촌스러운 차림새를 한 인물과 그들을 떠받치는 멀끔한 건물들을 담았다

첫 작품으로 평단의 주목을 끄는데 성공한 장샤오는 2009년, 4년간 몸담았던 잡지사에서 독립해 프리랜서 사진가로 전향했다. 비로소 활동반경이 자유로워진 장샤오는 중국의 방방곡곡을 돌며 그곳의 해안선을 집중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지역은 충칭에서 상하이, 광저우, 샤먼 등 해안 도시로 점차 옮겨갔지만, 사진이 일괄적으로 풍기는 메시지와 날 것 그대로의 거친 느낌에는 변함이 없었다. 장샤오는 5년 동안 만 8천 킬로의 해안선을 직접 걸으며 개혁개방으로 활기를 띤 중국의 해안 도시와 그 도시에 머무르는(혹은 여행 온)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2009년 첫발을 디뎌 2013년에 이르러서야 완성한 사진 시리즈 <Coastline(海岸线)>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Coastline>, 2009~2013 ©张晓
<Coastline>, 2009~2013 ©张晓

2017년에 장샤오의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삶을 살았던 인물들의 당시와 그들이 늘어놓은 이국적 문화의 부산물들, 당시로부터 지금까지의 사회적 변화를 돌아보는 일은 우리의 현재를 가늠하게 하기 때문이다. 장샤오는 두 편의 사진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평단의 인정을 동시에 얻어냈고, 유수의 사진집을 발간하고 일본, 싱가포르,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큰 전시를 열었다. 보정되지 않은 중국의 어수선하고 거친 모습을 거짓 없이 담은 장샤오의 이미지는 그래서 보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Coastline>, 2009~2013 ©张晓
<Coastline>, 2009~2013 ©张晓, 불과 몇 년 전에 찍힌 사진들이지만 마치 낡은 앨범 속에 꽂힌 사진을 보는 것 같이 오래되고 바랜 듯한 느낌을 준다

2013년부터는 작가 자신과 관련한 색다른 작업을 시도했다. 8년 가까이 이어온 떠돌이 생활을 접고, 나고 자란 산둥성 옌타이로 돌아가 고향에 관한 시리즈 작업에 매달렸다. 그중 <Home Theater(家庭影院)> 시리즈는 집안에 나뒹구는 VHS 테이프에 가장 아끼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종이로 인쇄해 라벨로 부착하고, 누가 들어도 알 만한 명대사를 녹음해 완성한 작품이다. 이밖에도 1970, 80년대의 유명 스타들의 몸에 친척들의 얼굴을 오려 붙인 <Eldest Sister(大姐)> 시리즈, 가족과 친척들의 오래된 사진과 화려한 패턴을 일부러 티 나게 합성한 <Relatives(亲戚)> 시리즈를 포함해 총 다섯 개의 시리즈를 내놓았다.

<Home Theater> No.2 ©张晓
<Eldest Sister> No.1(좌), <Relatives> No.2(우) ©张晓

피부색에 맞지 않게 허연 얼굴 톤이라든가, 배경과 섞이지 못하고 붕 뜬 느낌을 도출하는 인물의 모습은 모두 작가가 의도한 것이다. 사진과 편집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 옛날처럼 촌스럽지만 어딘가 모르게 순수하고 친숙한 느낌을 풍기는 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작가는 오늘날 오래된 사진들을 오려내고 자르고 붙이며 사라져가는 추억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Shanxi(山西)> ©张晓
<Shanxi(山西)> ©张晓

이것은 장샤오 사진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올리지 못한 무수한 사진과 못다 한 이야기들을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꼭 확인하길 바란다.

Zhang Xia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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