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예계나 스포츠계 스타들은 별명이나 애칭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언론은 이를 부추기며 헤드라인에 대서특필하기도 한다. 예전의 재즈계도 마찬가지였다. 클럽의 입장객 수나 음반 판매량이 자신의 몸값을 결정했기 때문에 재미있고 팬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는 별명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정규 공연 외에도 녹음 세션이나 밤을 새는 기그(Gig) 연주를 하면서 서로 별명이나 애칭으로 부르며 끈끈한 관계를 맺어야만 인터플레이가 가능한 장르 특성도 한몫했다. 유명한 재즈 스타의 많이 알려진 별명을 몇 가지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해 본다.

 

루이 암스트롱 “새치모”(Louis Armstrong “Satchmo”)

“새치모”(Satchmo)는 최초의 재즈 스타라 할 수 있는 루이 암스트롱의 별명이다. 그가1920년대 뉴올리언스의 인기 크레올 밴드 조킹 올리버(Joe “King” Oliver)와 같이 연주할 때 그의 큰 입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Dipper Mouth” 또는 “Satchel Mouth”라 부르며 놀렸다고 한다. 긴 끈이 달려 어깨에 메는 가방을 사첼(Satchel)이라 불렀고, 북미에 서식했던 입 큰 고기를 ‘Satchel-mouth’라 칭하기도 했다. 1930년대 유럽 공연을 가면서 영국의 팬들이 줄여서 “Satchmo”라 부른 것이 그의 별명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루이 암스트롱이 불러 유명해진 곡 ‘Hello Dolly’(1965, 베를린)

 

찰리 “버드” 파커(Charlie “Bird” Parker)

가장 유명한 재즈 스타의 가장 유명한 별명은, 찰리 파커의 버드(Bird) 또는 마당새(Yard bird)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별명을 따라 뉴욕의 재즈 클럽 버드랜드(Birdland)가 생겼고, 레드 제플린의 전신인 ‘야드버드’가 결성되었다. 그의 별명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은 채 사망하여 여러 설이 돌아다니나, 그가 닭고기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지금도 미국 남부지방에 가면 모든 닭고기 요리를 ‘Yardbird’라고 부른다. 그의 오리지널 중에도 ‘Ornithology’, ‘Yardbird Suite’, ‘Chasin’ the bird’와 같이 새와 관련된 곡이 많다.

찰리 파커의 ‘Yardbird Suite’(1946)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찰리 파커와 함께, 비밥을 창시한 그의 본명은 존 버크스 길레스피(John Birks Gillespie)다. 17세이던 1935년 뉴욕의 사보이호텔 볼룸에서 테디 힐(Teddy Hill) 밴드 내 트렘펫 세션을 맡았는데,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 옷차림이 유별나고 주위 사람들을 잘 웃기는 성격 때문에 ‘어지럽다’라는 의미의 단어인 디지(Dizzy)가 별명으로 늘 따라 다녔다. 공연 중에도 걸쭉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겼고 어렵고 힘든 연주자들을 돕는 의리와 미덕으로, 후일 밴드 리더로도 성공하였다.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 ‘Umbrella Man’를 부르는 디지. 2분 10초경 디지가 “Parasol”이라는 가사를 발음하다 침이 튀자 루이 암스트롱이 “Your parasol is juicy, boy.”라고 응수하며 관중들의 폭소가 자아내는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콜맨 “빈” 호킨스(Coleman “Bean” Hawkins)

그는 이름에서 따온 ‘호크’(Hawk, 매) 또는 ‘빈’(Bean, 땅콩)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빈”이라는 별명을 얻은 배경에는, 그가 ‘Bean town’이란 애칭의 보스턴(식민지 시절 보스턴 주민들이 구운 땅콩을 즐겨 먹었다는 데서 유래) 출신이기 때문이란 설도 있고 그의 눈이 ‘부푼 땅콩’과 비슷하기 때문이란 설도 있다.

“Bags”라는 별명의 밀트 잭슨과 협연한 앨범에 ‘Bean Bags’(땅콩 봉지)라는 재미난 이름을 붙였다(1959)

 

밀트 “백스” 잭슨(Milton “Bags” Jackson)

비브라폰의 명인이자 모던 재즈 쿼텟의 장수 멤버인 밀트 잭슨은, 백스(Bags)라는 별명을 가졌다. 힘든 군대 생활을 끝낸 것이 너무 기쁜 나머지 과음을 해서 눈 밑에 일시적인 잔주름이 생겼다고 해서 “백스”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알려진다. 그가 작곡하여 유명한 재즈 스탠다드로 남은 ‘Bag’s Groove’는 그의 별명을 인용하여 곡명을 붙였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 제목으로 유명한 'Bag's Groove'

 

벤 “프로그” 웹스터(Ben “Frog” Webster)

스윙 시절 3대 테너 색소포니스트 중 한 명인 그는, 눈 주위가 개구리처럼 돌출했다고 해서 “Frog”, 또는 주먹질을 잘 했다고 해서 “The Brute”(난폭한 짐승)라는 별명을 가졌다. 그는 자주 폭음과 폭력사건에 연루되어 힘든 생활을 이어갔으며, 자신의 별명을 좋아하지 않아 앨범 제목으로는 일절 쓰지 않았다. 별명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연주는 부드럽고 깊어 발라드 연주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벤 웹스터의 ‘Chelsea Bridge’

 

줄리안 “캐논볼” 애덜리(Julian “Cannonball” Adderley)

찰리 파커 사후 하드밥 계열의 최고 알토 색소포니스트로 떠오른 그는, 먹성이 워낙 좋아서 고등학교 친구들이 “식인종”(Cannibal)이라고 놀리곤 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하면서 단어의 어감이 좋지 않아 살짝 바꾼 것이 ‘대포알’이라는 의미의 ‘캐논볼’(Cannonball)이 되었고 일생의 예명이 되었다.

친동생인 트럼페터 냇 애덜리와 함께 연주한 ‘Work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