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버터 바른 토스트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부담 없이 먹어왔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맵거나 짜지 않기에 질리지 않고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버터 바른 토스트가 아무리 높은 맛의 경지에 다다른다 해도 30년 경력의 초밥 달인이 쥐여주는 스시 한 점과 겨루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종목 자체가 다를 뿐 아니라, 각각의 음식이 추구하는 목표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할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다. 토스트는 토스트대로 즐기고, 미슐랭 레스토랑에서는 궁극의 미식을 즐기면 그만이니까.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혹은 수제 맥주의 발흥과 더불어 덤덤하게 우리 곁을 지켜온 평범한 맥주가 때아닌 수난을 겪고 있다. 더구나 페일 라거(Pale lager) 일색인 우리나라 맥주 회사의 제품 라인업은 술자리 안주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토스트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듯, 비범한 기술로 죽은 맥주에 생명을 불어넣는 장인들이 곳곳에 암약 중이다. 맥주 자체가 아닌 맥주를 따르고 서빙하는 방법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잘 따라야 탈도 없다

맥주 전문가가 알려주는 '맥주를 잘못 따르면 배가 아픈 이유'. 영상 출처 - Business Insider

맥주를 어떻게 따르느냐 하는 것은 맥주의 맛뿐만 아니라 당신의 건강과도 관련되어 있다. 거품이 지나치게 많아도 아쉬운 일이지만, 거품이 전혀 없다면 더 큰 문제다. 이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거품을 통해 맥주 내부의 탄산이 어느 정도 밖으로 배출되어야 소화불량을 예방할 수 있다. 게다가 거품은 맥주와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 맥주 본연의 맛을 지켜주는 한편, 시각적 아름다움을 전달하기도 한다. 결국 거품이 조금 많다고 너무 짜증 낼 필요는 없다는 말씀! 다음번 맥주를 마실 때는 적당한 양의 거품을 예쁘게 만드는 데 집중해보자.

 

장인이 보여주는 퍼펙트 푸어링(Perfect pouring)

맥주를 제대로 따르기 위한 아홉 단계. 영상 출처 - Stella Artois

어찌 보면 과도한 것 같은 9개의 단계로 완벽한 한 잔을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다 따른 맥주의 거품 윗부분을 대개 폼 스크레이퍼(Foam scraper)라 불리는 나이프로 살짝 긁어내는 장면이 눈에 띈다. 맥주 낭비일 뿐 실질적 가치가 전혀 없다는 주장도 있고, 지나친 거품을 손쉽게 제거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반박도 존재한다. 냉장 유통과 소비가 보편화되기 이전인 19세기에는 맥주 역시 상온에서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냉장되지 않은 생맥주에서는 거품이 상당히 많이 발생했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이러한 도구와 방식이 차용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다만 현대에 이르러 맥주의 냉장 유통이 보편화되면서 과도한 거품에 대한 염려는 사라졌으며, 대개는 맥주 업체들의 홍보 및 마케팅 수단으로 폼 스크레이퍼가 활용되곤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13년 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에 등장하는 펍 장면에서도 맥주를 긁어내는 신이 등장하는데, 스크레이퍼를 능숙하게 다루는 닥터 슐츠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정성과 세밀함에 놀라는 맥줏집, 비어 스위치(Beer Switch)

가와사키는 도쿄 도심에서 전철을 타고 대략 15분가량 움직여 도착할 수 있는 작은 도시다. 비어 스위치는 말하자면 동네 맥줏집인 셈인데, 주인장의 철학과 운영방침이 예사롭지 않다. 취급하는 맥주는 모두 10종류, 그리고 전부 생맥주다. 게다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크래프트 비어가 아닌 일본의 4대 메이저 업체가 생산한 이른바 대중적인 맥주뿐이다. 

사진 안호균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가게를 열게 된 것일까? 일상적으로 마셔온 맥주를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는 것이 마스터의 오랜 꿈이었단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 생활에 힘을 쏟는 한편 틈틈이 각 맥주 제조사에서 진행하는 맥주 관리 및 서빙 과정을 이수했다. 더불어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으니 일단 신뢰가 간다.

사진 안호균

똑같은 종류의 맥주를 따르고 서빙하는 방법만 달리해 제공하기도 하는데, 과연 맛의 차이가 있을까?
있다, 느껴진다!

주소 가와사키시 타마구 슈쿠가와라 3-2-19
전화 +81 (0)44-712-4288
영업시간 17:00-23:30 (일요일 휴무)

Writer

번역과 잡다한 글쓰기를 취미이자 밥벌이로 삼고 있다. 맥주 입문서 <맥주 맛도 모르면서> 출간 후, 맥주판 언저리를 맴돌며 강연과 원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안호균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