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의 사진가 임재천은 한국의 방방곡곡을 걷고 찍으며 살아가는, 일명 ‘뚜벅이’ 사진가다. 그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중견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그동안 몇 권의 사진집을 내고 전시도 열었다. 그중 그가 2014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50+1>이 2017년 9월 세 번째 전시를 맞았다.

프로젝트 <50+1>은 사진가 임재천을 주축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다. 2014년 초, 그는 페이스북으로 직접 후원자 모집을 알렸다. 1백만 원씩 후원해줄 50명이 모이면 작가는 그로부터 한 달에 10일씩, 1년 120일 동안 한국의 도시 중 한 곳을 정해 돈 걱정 없이 사진작업을 수행한다. 그다음 후원자들이 각각 최종적으로 고른 1컷씩 더한 50점을 2주간 전시하고, 각 후원자는 자신이 고른 사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진가는 <한국의 발견>이라는 프로젝트 사진집을 펴내게 된다. 그렇게 2014년 4월, 50명으로부터 5천만 원의 후원금이 모였고, 사진가 임재천은 그 첫 번째 대상인 제주도를 찍었고 성공적으로 전시를 마쳤다.

임재천 사진집 <한국의 발견 01 - 제주도> 표지 사진 
임재천 사진집 <한국의 발견 02 - 강원도> 표지 사진

이 프로젝트는 총 10년에 걸쳐 국내 6개 도, 3개 시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후원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이례적인 프로젝트이자 도전이다. 우려와 기대가 섞인 이 도전은 현재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사진가 임재천은 2015년에 강원도, 2016년에는 부산광역시를 찍었다. 그 세 번째 프로젝트의 종착지인 부산을 담은 사진들이 지난해 9월 한 달간 강남에 위치한 대안 갤러리 스페이스22에서 전시되었다. 역시 50명의 후원자가 고른 50점의 사진이 걸렸다. 전시 시작일에 맞춰 프로젝트 사진집 <한국의 재발견 03 – 부산광역시>도 발간됐다. 50명, 아니 그 이상의 든든한 응원을 벗 삼은 사진가가 하루 평균 20km씩 걸어 다니며 발견하고 촬영한 부산의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였다.

부산 동구 초량동, 2017. 4. 사진 임재천
부산 남구 우암동, 2016. 11. 사진 임재천
부산 남구 용호동 신선대, 2016. 11. 사진 임재천

2016년 8월 22일 첫 촬영을 시작한 때로부터 허리 디스크 발병으로 인해 더 이상 촬영을 할 수 없게 된 2017년 4월 10일까지 9개월, 90일에 걸쳐 부산 전역을 다녔다. 15개 구와 1개 군, 그 아래로 253개 동·리와 3개 읍, 2개 면이 있는 부산에서 단연코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부산공동어시장을 포함한 자갈치시장과 영도, 그리고 산복도로였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동행자의 도움을 받아 차를 타고 다닐 때 외에는 거의 하루 평균 20킬로미터씩 걸어 다니며 촬영을 했다. 사실 부산은 걷지 않고서는 쉽사리 속내를 볼 수 없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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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자 표기는 釜山이다. 가마 부(釜)에 뫼 산(山), 즉 가마솥 모양의 산을 의미하며, 순우리말로는 ‘가마뫼’다. 부산 동구 좌천동에 있는 증산의 옛 이름이 ‘가마뫼’다. 멀리서 보면 산 모양새가 가마솥을 닮았다고 해서 조선초기부터 붙여진 이름이다. 지명조차도 산과 산으로 이뤄졌을 정도로 부산은 도심 안에 산이 많다. 인구 350만 명 가운데 100만여 명이 그곳에 깃들어 살고 있으며, 또 그 사람들을 위한 산복도로(山腹道路)가 몇 갈래로 나뉘어 산 위, 아래를 잇고 있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 <50+1, 2016 부산> ‘작가의 말’ 중에서

 

임재천은 수년간 한국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이면에 숨겨진 한국의 풍경을 포착해왔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시각적 미감을 넘어 진실한 삶의 풍경을 다시금 발견하게 한다. 그것은 곧 사진가가 지닌 지역에 대한 책임감과 자긍심, 나아가 그 대상에 대한 진실한 애정으로부터 발현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뚜벅이 사진가 임재천을 응원하는 이유다.

 

스페이스22 홈페이지 
사진가 임재천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