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무현입니다>는 프로파간다인가, 드라마인가. 가타부타 말 많을 수밖에 없는 게 영화의 숙명이라면, 일단 보고 얘기할 일이다.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바라본 ‘사람 노무현’에 관한 이야기이자, 다큐 사상 최단 기간 100만 관객을 돌파한 <노무현입니다>를 소개한다.

 

1. 흥미진진한 역전 드라마

어떤 세대에게 2002년은 대한민국 월드컵 4강 진출의 기쁨이 충만한 해로 기억된다. 선수들은 열정이 넘쳤고 그들을 응원하는 국민은 열광했다. 모든 사람이 빨간 티셔츠를 구해 입고 ‘붉은 악마’를 자청했던 때다. 동시에 2002년의 대한민국은 하나의 역사와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탄생하던 때이기도 하다. ‘동서 통합’과 ‘새 정치’를 외치는 대통령 후보, 노무현과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전국 곳곳에 퍼져 나가던 시기였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그렇게 2002년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정치인이자 대역전 스토리의 주인공이었던 노무현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대역전 스토리는 2002년 3월부터 4월까지 전국 순회로 개최된 국민참여경선제가 시작이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은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을 정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도입했다. 그렇게 적지 않은 비율로 각 지역의 일반 국민 투표 결과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후보들은 더욱 열심히 연설하며 지역 인심을 얻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참여경선제는 당내 지지율 꼴찌였던 후보 노무현에게 극적인 승리를 안겨주었다. 다른 정치인보다 소위 ‘가방끈 짧다’는 말을 듣고 다녀도, “내가 이긴다”는 투지와 집념으로 자신 있었던 노무현의 주변에는 자연스레 인심이 모여들었다. 그의 경선 과정에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바람이 밑바탕이 되었고, 이는 영화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면이며 의미를 주는 부분이다.

영화는 당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모인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함께 정치 활동해온 동료들의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 ‘사람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변호사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였던 동료이자 현 대한민국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의 인터뷰는 보는 이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먹먹한 여운을 자아낸다. 그것은 당파를 떠나, 한 인물의 삶을 자상하게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가 선사하는 감동이다.

 

2. 영화가 선택한 주인공

영화 <변호인> 스틸컷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이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이 맡았던 1981년 부산 용공 조작 사건인 일명 ‘부림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당시 사건의 고문 피해자였고, 이후 노무현의 지인이 된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한 장면을 채운다. 2016년 개봉한 전인환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부산 총선에 출마한 노무현, 2016년 여수 총선에 출마한 백무현이라는 두 인물의 도전기를 나란히 담았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개봉한 <노무현입니다>까지. 각각 방식과 시각은 다르지만, 영화들은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역사적인 업적을 떠나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또 그의 행적이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보여준다. 아무나 영화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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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휴먼 다큐멘터리스트의 공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이창재 감독과 최낙용 프로듀서의 공이 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연할 수 없었던 순간도 있었다. 이창재 감독은 정치적 기조를 떠나, 여전히 수많은 호감과 논란을 거느린 인물 ‘노무현’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영화를 기획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이창재 감독은 믿기지 않았던 개봉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전했다. 실제로 감독과 프로듀서는 1년여간 ‘몰래’ 영화를 찍었고, 어딘가 도사리고 있을 탄압과 반발에 대한 불이익을 각오해야 했다.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의 제작지원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었을 때는 ‘N프로젝트’라고 소개할 뿐이었다. 2016년 4월경부터 제작에 들어간 영화는 탄핵과 대선을 치르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낼 수 있었다.

이창재 감독은 그동안 무당, 비구니, 호스피스 병동의 시한부 환자들을 통해 신과 인간,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파고들었던 휴먼 다큐 멘터리스트이기에, 인간 노무현을 파고드는 그의 노력에는 더욱 미더움이 실린다.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정치인 노무현의 일생 중 가장 드라마틱한 시절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인간 노무현을 증언하는 작품이다.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의 의미는 지나간 시절엔 미처 다 몰랐던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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