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매스니 그룹 시절의 페드로 아즈나르(맨 왼쪽)

팻 매스니의 음악은 대부분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다.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멤버들의 연주력으로 음악을 표현하기를 원하며, 특정 언어의 가사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시기부터 그의 음악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록 정식 가사가 없는 허밍이거나 휘파람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조차도 하나의 완벽한 악기처럼 들렸다. 이 시기는 팻 매스니 그룹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인 <First Circle>(1984)이 발매될 무렵이었으며,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페드로 아즈나르(Pedro Aznar, 1959~)였다. 미국으로 건너와 버클리 음악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한 그는, 팻 매스니에게 자신의 음악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보낸 끝에 그룹의 멤버로 낙점을 받은 것이다.

<First Circle>에 수록된 ‘Slip Away’. 페드로 아즈나르의 허밍이 돋보이는 곡이다

팻 매스니는 후일 자신의 음악에 내재된 보컬에 관련된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상세히 답한 바 있다.

“처음 그룹을 시작했을 때의 기본적인 기타, 베이스, 피아노, 드럼의 쿼텟 편성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음악의 호흡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관악기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작곡을 하다 보면 호흡을 통해 악보에 드러나는 중요한 뭔가가 있어요. (중략) 저나, 라일 메이즈도 같은 생각이었죠. 그래서 주위에 관악기를 연주할 만한 멤버를 찾아보았는데 적당한 사람이 없었어요. 우리의 음악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비춰보았을 때 해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즈음에 젊은 아르헨티나 베이시스트인 페드로 아즈나르를 만난 겁니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보컬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어요. 밀턴 나시멘토(Milton Nascimento)나 비틀스(The Beatles)에서나 받을 수 있는 영감 같은 것이었죠. 당시 음악에 유행하던 기타나 색소폰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호흡적인 요소를 가져갈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어요. 그래서 시도했는데 잘 먹힌 거죠.”


페드로 아즈나르는 팻 매스니 그룹에 딱 들어맞는 인재였다. 보컬과 작곡 능력을 보유한 싱어송라이터였고, 무엇보다 베이스, 기타, 피아노, 색소폰, 퍼커션을 연주하는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Multi-instrumentalist)였다. 1983년부터 10여 년간 그룹에 합류하여 두 장의 정규 스튜디오 앨범 <First Circle>(1984)과, <Letter from Home>(1989) 작업에 참여하였는데, 두 장 모두 그래미 최고 퓨전 연주상을 수상했다. 두 장의 앨범에는 팻 매스니 의 작곡에, 페드로 아즈나르가 스페인어로 가사를 쓰고 직접 노래한 아름다운 곡이 한 곡씩 수록되어 있다. 가사를 넣지 않는 팻 매스니 그룹으로선 퍽이나 이례적인 곡이다.

앨범 <Letter from Home>에 수록한 ‘The Dream of the Return’

팻 매스니 그룹 탈퇴 후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그는, 미국에서의 오랜 밴드 생활을 접고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시작했다. 6장의 정규 음반, 3장의 OST 음반을 내고, 다른 아티스트와 40여 장의 콜라보 음반을 냈으며, 수 권의 시집까지 출판하였다. 탱고의 명인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 재즈 색소포니스트 가토 바비에리(Gato Barbieri)에 이어 아르헨티나가 사랑하는 세계적 아티스트 반열에 오른 것이다.

페드로 아즈나르의 ‘Mientes’(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