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영화 <파고>(Fargo, 1996)는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은 대단한 걸작이었다. 그해 칸영화제에서 조엘 코엔 감독은 최고감독상을 받았고, 그의 부인이자 임산부 경찰 역의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는 제작비 7백만 달러의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6천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벌어들였다. 가족 간의 살인 청부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누아르 스릴러가 아닌 블랙 코미디로 풀어내어, 코엔 형제의 장기인 ‘엉망이 되어버리는 범죄’라는 공식을 가장 훌륭하게 따른다.

영화 <파고> 예고편

 

영화 <파고>의 범죄자 콤비 캐릭터 피터 스토메어(좌)와 스티브 부세미(우)

영화의 대성공에 힘입어 코엔 형제는 제작자로 나서 케이블 채널 FX와 손을 잡고 같은 제목의 TV 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2014년 첫선을 보인 동명의 드라마 <파고>는 영화의 스타일이나 콘셉트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캐스팅과 스토리로 제작되었고 영화에 필적하는 성공작이 되었다. 시즌 3까지 방송된 현재, 로튼 토마토 평점 97%(시즌 1), 100%(시즌 2) 93%(시즌 3)에 달하며 7개의 에미상과 2개의 골든글로브 상을 수상하였다.

드라마 <파고> 시즌 1 예고편

 

<파고> 시즌 1의 주연 배우 마틴 프리먼(좌)은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익숙해진 영국 배우다

한편, 영화에서 시작된 논픽션 논란이 드라마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드라마 각 에피소드의 첫머리에는 영화의 맨 앞에 나왔던 자막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오프닝 자막이 나온다.

“이것은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이다. 이 사건은 미네소타에서 일어났다. 생존자의 요청에 따라 가명을 썼다. 사망자를 존중하는 의미로 나머지는 사건 그대로 구성하였다.”

이는 드라마 내용이 실제 일어난 사건을 근거로 구성되었으며, 극중 이름만 실제와 다른 가명을 썼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제작진이나 코엔 형제 모두 어떤 사건에 근거를 두었는지 명확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드라마 <파고>의 오프닝 자막

코엔 형제의 오리지널 영화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었다. 개봉 당시 영화가 촬영된 미네소타 주민들은 1963년 부인을 살해하기 위해 살인자를 고용한 변호사 유진 톰슨(Eugene Thompson) 사건에 근거했을 거로 추정했지만, 코엔 형제는 그 사건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영화의 DVD에는 또 다른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1986년 코네티컷에서 일어난 헬 크래프츠(Helle Crafts) 살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종신형을 살던 유진 톰슨이 가석방으로 출소된 후 2015년 사망하자, 영화의 논픽션 여부에 관한 논란이 되살아났다. 이에 관한 질문을 받은 조엘 코엔은 완전히 다른 말을 했다. “영화는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이다.

실종된 부인(헬 크래프츠) 살해 혐의로 체포된 남편(1986). 2021년 출소 예정이다

영화가 완전히 가공된 픽션이거나 여러 사건을 짜집기식으로 조합하였다면, 다른 캐스팅과 스토리로 구성된 동명의 TV 드라마 또한 그럴 가능성이 크다. 드라마 제작진 역시 어떤 사건에 근거한 것인지 명확한 설명을 못 하고 있다. 2017년 6월 종영한 시즌 3 이후, 2020년 방영을 목표로 후속 시즌을 개발 중이라 한다. 제작진은 열심히 도서관을 뒤지며 희대의 살인사건 소재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즌 1의 하이라이트. 히트맨 론 말보와 순진한 경관 거스가 첫 대면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