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페스티벌’)’은 실험적인 영상 예술의 집합체다. 이번 페스티벌은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인권, 젠더, 예술 감수성을 주제로 한 실험 다큐멘터리, 디지털 영화, 비디오 아트, 대안 영상을 선보인다. 체코 애니메이션과 노르웨이 단편 영화 등 해외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전’, 증강현실과 영상이 결합된 ‘버추얼리티 특별전’,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글로벌 구애전’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오는 8월 25일까지, 8일 동안 상영될 20개국 128편의 작품 중 개막작을 포함한 대표작들을 감상해보자.

 

오브제와 콘텍스트의 상상을 깬 조합

<그린 스크린 그링고>

Green Screen Gringoㅣ2016ㅣ감독 다우베 데이크스트라

페스티벌 개막작 <그린 스크린 그링고>는 브라질 상파울루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이다. 대통령 탄핵 운동이 한창인 시기지만, 사람들은 정치와는 상관없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감독 다우베 데이크스트라(Douwe Dijkstra)는 그런 이들에게 ‘그린 스크린’을 던진다. 마치 큰 돌멩이처럼 생긴 이 초록색 스크린엔 우리의 평범한 일상과는 어떤 연결고리도 없는 영상이 상영된다. 사람들은 스크린 속 비일상적인 영상과 자신들의 삶을 나란히 비교하며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진흙 인간들의 건설적 대화

<대화의 가능성>

Dimensions of Dialogue | 1987 | 감독 얀 슈반크마예르

얀 슈반크마예르(Jan Svankmajer)는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연출가다. 대표작으로 사람이 사람을 먹는 스톱모션 영상 <Jabberwocky>가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그의 작품 중 아홉 편을 디지털로 복원해 상영하는 ‘얀 슈반크마예르 회고전’을 진행 중인데, <대화의 가능성>은 회고전에 포함된 작품 중 하나다. 진흙으로 이루어진 인간들의 의견 교환과 논리적 교착 상태를 다룬 작품으로, 영상을 보고 나면 대화의 ‘가능성’을 과연 찾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게 된다.

 

시대를 잃고 표류하는 난민들

<불완전한 시공으로 사라진 개인> 

불완전한 시공으로 사라진 개인 | 2017 | 감독 차지량

차지량 작가의 ‘한국 난민 캠프’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뭐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는 2024년의 한국을 배경으로, 미래를 체념하고 떠나온 난민들의 표류를 추적한다. 시스템의 균형이 어긋나버린 미래에서 살 수 없었던 난민들은, 시공간을 거슬러 올라와 국가의 경계와 시간의 경계를 떠돌다 ‘현재’라는 시점으로 흘러들어온다. 그들은 새로운 세계에서 생존하고 싶은 염원을 담은 말을 내뱉는다.

 

‘국가’라는 불가항력

<블라인드 필름>

Blind Film | 2016 | 감독 오재형

오재형은 주로 사회 참여적 주제를 가진 영상으로 미디어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강정 오이군>과 공황장애를 표현한 <덩어리>를 연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그는 국가 폭력을 주제로 한 <블라인드 필름>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국가로부터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끌려나가는 사람, 자식을 잃은 슬픔에 오열하는 사람, 원전 없는 세상을 향해 투쟁하는 사람의 모습을 차례로 펼쳐 놓으며 국가에 종속된 개인의 처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100% 예측 가능한 미래

<미래 완료>

Future Perfect | 2016 | 감독 넬 왈로와츠

<미래 완료>에는 연출가 넬 왈로와츠(Nele Wohlatz)의 인생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다. 넬 왈로와츠는 독일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이후 단편 영화 및 무대 공연을 위한 비디오를 연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는데, <미래 완료>가 그중 하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중국 출신 이민자에게 일어날 만한 미래를 ‘완료’ 시제로 나타낸 <미래 완료>는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스페인어가 완벽하지 않은 이민자의 모습을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시선으로 그려내며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란?

영상과 전시를 함께 선보이는 뉴미디어아트 대안영상축제로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7회째를 맞고 있다. 대안 영상을 제작하는 감독과 참신한 작품을 선보이는 신진 작가를 소개하고 전시 기회를 제공한 결과, 현재까지 2천여편의 작품을 발굴하고 대중에게 소개했다. 올해부터는 젊은 작가들과 각 분야의 연출가들이 함께 어울리며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뉴미디어아트 대안영화 축제로서 다양한 융복합문화예술 체험을 시도하고 있다.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기간 8월 17일(목)~8월 25일(금)
장소 서울아트시네마, 인디스페이스, 탈영역 우정국, 서교예술실험센터, 아트스페이스오, 미디어극장 아이공
문의 02-337-2870
예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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