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다양한 단편영화를 소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씨네허브(CINEHUB)와 인디포스트가 손을 잡았다. 씨네허브X인디포스트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신진 감독들의 단편영화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감독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단편영화가 생소한 관객들에게 친절하고 쉬운 창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탈북 청소년이 일반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씁쓸함을 다룬 단편영화 <잘 되길 바라>다. <블랙딜>(2014),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2007) 같은 독립 다큐멘터리를 통해 주로 사회참여적 주제를 다뤄온 이훈규 감독이 탈북 청소년의 고민을 차분하면서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더욱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새기며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한예리의 또렷한 연기가 몰입도를 더한다. 탈북 청소년과 남한의 왕따, 둘 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단편영화와 그 제작기를 담은 인터뷰를 지금 들여다보자.

 

<잘 되길 바라>

Comradeㅣ2010ㅣ감독 이훈규ㅣ출연 한예리(김예리), 임성미, 박미리ㅣ20min

 

영화리뷰

탈북 학생 ‘효진’(한예리)의 고민은 왕따 문제나 탈북자 문제보다 인간의 측은지심에 가깝다. 따돌림을 당하는 ‘정은’(박미리)의 문제적인 성격과 주변 학생들과의 대립보다는 같은 탈북 학생인 ‘연주’(임성미)와의 갈등에 집중해 현실에 적응하는 어려움과 씁쓸함을 묘사한다. 굳이 탈북자의 시선을 통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언제부턴가 너무 일상화되어 미처 느끼지 못했던 양심의 가책을 탈북 학생 ‘효진’의 시선으로 새삼 떠올리게 만들었기에 작은 울림이 있다. 엔딩의 여운은 그러한 울림을 생각하고 느낄 시간을 위한 작은 여백이다.

리뷰 김원근

 

감독 인터뷰

Q 단편영화 <잘되길 바라>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영화는 애초에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의 다큐멘터리 제작 요청에 의해 기획됐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이 일반 학교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 학생들과 상생할 방안을 모색해보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 애초의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례자들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선생님들과 미팅도 하면서, 이들이 자신의 출신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현실을 보여줄 방법으로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했죠. 인터뷰한 영상과 극영화를 적절히 편집한 교육용 영상교재를 한 편 만들어 한국교육개발원 쪽에 제공했고, 따로 온전히 극영화 자료만 편집한 영화 버전을 만든 것이 <잘 되길 바라>입니다.

 

Q 그렇다면 극 중 탈북 여중생은 실제인물이나, 이야기를 참고한 건가요?

말씀드린 대로 실제 사례자를 찾아 인터뷰를 하고 그 사실들을 토대로 영화의 이야기를 구성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운동장 신에는 실제 사례자들도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촬영장에서 그 학생들이 대단히 현실적으로 영화가 그려지고 있다며 좋아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Q 영화 속 '지은'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나오지만 그런 성격을 갖게 된 이유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어요. 실제로 ‘지은'이는 어떤 인물인가요?

실제 사례자로서 지은이는 지적장애가 약간 있던 친구였습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친구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도 더러 했다고 합니다. 그런 지은이에게 측은지심을 느낀 효진이가 그를 많이 도와주려 애썼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헤어질 때 효진이가 지은이에게 '잘 되길 바라'라는 쪽지를 건네줬다고 합니다.

 

Q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이 영화는 기획부터 포스트프로덕션까지 약 2달 만에 진행됐습니다. 준비 기간도 짧았고 촬영지나 복장, 학생 역의 보조출연 섭외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주 배우 세 명의 교복을 구하는데도 급한 일정에 쫓기다보니 이름표도 따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결국 대본에 있던 주인공의 이름을 교복 이름표에 있는 이름으로 싹 바꿔서 촬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배우들이 이미 외운 이름을 대사로 뱉다가 NG를 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Q 여러 이유로 화면에 담지 못한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촬영 전날까지도 대본을 수정하고 콘티도 새벽에 완성한 채로 촬영을 진행하느라 많은 장면을 다 담지 못했습니다. 특히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끝내고 뛰어 들어오는 장면은 애초에 쏟아지는 빗속에서 뛰는 설정이었는데, 비도 오지 않았고 따로 인서트 촬영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담아내지 못해 편집이 조금 튀는 느낌도 있습니다.

 

Q 배우 한예리 씨를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스태프들 중 반은 충무로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었고, 나머지 반은 한예종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이었습니다. 대학 후배 중에 한예종에 다시 들어가 공부하던 조감독이 한예리를 추천했고, 학교 앞에서 직접 만나 시나리오를 건네며 출연을 부탁했습니다. 그때도 이미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릴만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잘 알려져 있었는데, 워낙 북한 출신을 많이 연기했고 특히 학생역할도 많이 맡았던 터라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제가 정말 통사정을 해가며 부탁을 드렸고 심사숙고 후 다음날 동참하기로 결정해 주셨습니다.

 

Q 이 영화를 통해 감독님께서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영화 속 담임 선생님의 대사에 주제가 다 들어있는 셈인데요. 태어날 때 규정된 정체성으로 그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탈북 학생들이 남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런 편협한 선입견으로 인해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남북한 학생들 모두가 선입견이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상생의 소통을 하길 기원하는 의미에서, 모두가 잘 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Q 차기작에 대한 소식도 조만간 들을 수 있을까요?

한 젊은 작가의 단편소설을 기반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극영화를 개발 중에 있는데, 저는 공동제작자로 참여합니다. 일단은 판권 계약을 할 예정이고 이후 시나리오를 개발해 캐스팅을 해야 하겠죠. 일단 상업영화를 직접 제작하면서 전체 현장의 돌아가는 과정을 꼼꼼히 배워볼 예정입니다. 이후 제가 따로 개발 중인 시나리오를 통해 감독으로서 도전할 생각입니다.

인터뷰 박준영

 

자료제공 씨네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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