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떤 영화이길래 이토록 호평 일색일까. 일단 <레이디 맥베스>는 저예산으로 만든 시대극인 데다 연극 연출가 출신 감독의 첫 장편영화이자, 신예 배우가 단독주연을 맡았다. 제작 당시 그렇다 할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영화는 스크리닝 이후 기대 이상의 반응을 끌어냈다. 오직 영화의 힘으로 2017년, <문라이트>와 함께 여러 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것. 그야말로 살기등등한 방법으로 기존의 질서와 맞서 싸우는 소녀의 광기와 발악을 그린 <레이디 맥베스>의 알고 보면 더 매혹적인 관전 포인트 다섯.

 

1. 놀라운 영화

말마따나 '모든 금기 사항의 집합체'인 동시에, '성, 계급, 인종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시대극'이다. 부유한 집안에 팔려와 모든 자유를 빼앗긴 ‘캐서린’(플로렌스 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매일 허리를 숨 막히게 조이는 코르셋을 착용하고 소파에 앉아 유령처럼 시간을 허비하는 일뿐이다. 어느 날 시아버지와 남편이 집을 비웠다. 캐서린은 비틀린 욕망에 눈을 뜨며 자신을 억눌러왔던 모든 질서를 산산조각내기 시작한다. 여성을 옥죄는 금기와 억압에 저항하며 온갖 약한 존재들을 전부 밀어낼 때의 섬찟함과 기묘한 카타르시스는 바로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단정하고 낮은 채도의 미장센, 제한된 배경과 반복적인 화면구도가 빚어내는 긴장감과 몰입도는 놀랍다.

 

2. 더 놀라운 플로렌스 퓨

<레이디 맥베스>의 가장 빛나는 발견은 이견 없이 배우 플로렌스 퓨가 될 것이다. 뒤틀린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캐서린’의 눈빛은 플로렌스 퓨가 아니고서는 그토록 강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앞서 단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한 신예지만, 이 영화를 통해 1996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묵직한 존재감을 새겼다. 과장되거나 억지스럽지 않은 내면 연기와 누른 듯 절제된 말투, 묵묵히 카메라를 압도하는 눈빛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단독주연의 단단한 에너지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영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배우 제니퍼 로렌스,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잇는 차세대 배우로서 주목을 독차지한 상황. <레이디 맥베스>로 더블린국제영화제, 더블린영화비평가협회상, 몬트클레어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았다.

 

3. 원작

제목을 보고 자연스럽게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떠올리겠지만, 두 작품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영화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이끈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바탕으로 한다. 19세기 문학 속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와 전혀 다른 행보를 걷는 '캐서린'의 살기등등한 모습은, 그리하여 21세기에 찾아온 영화 속에서 더욱 생생히 살아난다.

 

4. ‘애나’

흑인 하녀 ‘애나’(나오미 아키에)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다. 소설에서 영화화되며 새롭게 각색했다. 애나는 저택에서 벌어지는 모든 악행을 맨 얼굴로 직접 마주한다. 초반 캐서린이 하인 무리에게 유린당하는 애나를 구해주는 장면에서 두 여성의 연대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영화에서 애나는 캐서린과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 있다. 캐서린의 외도를 주인에게 은밀히 알리는 것은 물론, 주인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 벙어리가 될 정도로 양심적인 인물이다. 캐서린이 자신의 탐욕을 위해 주변의 온갖 것들을 밀어 버린다면, 애나는 끝내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 ‘애나’ 역을 맡은 나오미 아키에의 얼굴을 주목해야 한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악행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볼품없이 피폐해져 가는 애나의 텅 빈 눈빛은 섬뜩할 정도로 강렬하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5. 소파

영화에서 의상만큼이나 큰 기능을 하는 것이 소파다. 초반에 주로 착용했던, 허리를 숨 막히게 조이는 코르셋과 드레스를 부풀리는 틀의 기능을 하는 크리놀린은 점차 후줄근한 나이트 웨어 차림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하는 푸른색 드레스는 점차 블랙에 가까운 검보라색으로 변해간다. 캐서린 또한 자신을 옥죄는 갖은 규정을 부수고 점차 광기를 더해간다. 그리고 소파는 한 자리에서 모든 변화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극이 반전되는 결정적 사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오브제인 소파를 반드시 주시해야 한다. 푸른 드레스를 입고 소파에 앉아 어색한 듯 손을 이리저리 포개던 소녀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정면을 칼같이 응시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소파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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