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찍은 뮤지션의 사진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세하, 긱스, 리듬파워, 김사월

뇌(N'Ouir)는 카메라를 드는 사람이다. 주로 가족과 친구들을 찍고 서울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장면들을 찍는다. 특별한 대상이나 주제는 없다. 많이 찍고 나중에 분류한다. 듀오 뮤지션 긱스의 음반 사진을 찍은 것을 계기로 김아일, 배드 조이스카웃, 김사월 등 아티스트들의 의뢰를 받아 일련의 비디오와 사진 작업을 이어오게 되었다. 쌓이는 사진들은 무작위로 골라 포스터로 만들기도 하고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거나 기존의 작업물과 엮어 새로운 이야기도 만든다. 뇌는 특별한 시안이나 법칙 없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다. 사진 속 피사체를 대하는 태도는 더없이 담백하다. 따라서 피사체가 자연스러운 모션을 취할 수 있게 감정을 유도하는 것이 뇌의 사진에서는 중요하다. 계획된 포즈나 배경을 돕는 오브제 없이 오로지 인물의 시선과 감정에만 집중한 그의 사진은 패션과 일상, 포토그라피가 한데 뒤섞인 자유분방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일부러 초점을 흐리기도 하고 노출이 오버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당연히 억지로 아름답게 보이는 모습보다는 분위기나 상황 자체를 중요시한다. 1990년생인 뇌는 태어나자마자 사라져버린 1980년대 무드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에 신통할 정도로 능하다. 필름카메라로 자유롭게 찍은 거친 질감의 사진도 그렇지만, 뇌가 연출한, 신세하의 첫 정규앨범 <24Town>에 수록한 ‘Physical Medium’이나, 최근 발표한 ‘Tell Her’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의 빈티지한 감성과 연출력이 더욱 도드라진다. ‘Tell Her’ 뮤직비디오 속 세 드래그 퀸의 아름다운 몸짓과 스테이지의 화려한 조명, 뒷골목 상가의 번쩍이는 간판불 등 생경한 모습들을 낡고 바랜 듯한 화면에 부드럽게 흘려보낸 장면들은 마치 1980년대 홍콩 비디오를 보는 듯 흐릿하고 몽롱하다. 신세하 외에도, 김사월의 ‘머리맡’, 김사월X김해원의 ‘Honey Baby’, 스텔라 장의 ‘환승입니다’ 등 다양한 음악가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신세하 ‘Tell Her’ MV

그런 그가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 몇몇 영상을 보내왔다. 일적으로 비디오를 만들어야 할 때 일종의 자극제로 즐겨보는 영상들이라고 하지만, 이를 감상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자극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N'Ouir Says,

“영상을 만들 때면 항상 고민이 많다. 생각이 많다 보니 점점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고 결론도 단순해진다. 촬영 직전이 다 돼서야 힘을 빼고 감각에 맡기자고 다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대단히 유명한 작가가 아니어도 큰 힘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찍은 영상들을 보면 부러움이 앞선다. 한참을 넋 놓고 보다 보면 내가 가고자 했던 방향이 퍼뜩 떠오른다. 예전에 봤을 때는 좋았는데 막상 다시 꺼내 보면 별로인 영상들이 있다. 지금 추천하는 4편의 영상은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절대 그럴 일 없는 영상들이다.”

 

1. Walter Steding ‘Secret Spy’ MV

Walter Steding의 ‘Secret Spy’라는 곡이다. 이 비디오는 앤디 워홀이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컷편집을 툭툭 한 영상에 매력을 느낀다. 아마도 힘을 들이지 않은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매체에 누가 등장하느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등장하는 대상에 따라 내가 원하던 방향이 아닐지라도 다양한 가지로 해석이 뻗치기 때문이다. 이 영상을 보고 나도 언젠가 비디오에 드래그 퀸을 출연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신세하의 ‘Tell Her’ 뮤직비디오에 세 명의 드래그 퀸 모어, 쿠시아, 비타믹주가 나란히 등장했다.

 

2. Jef Barbara ‘Soft To The Touch’ MV

Jef Barbara는 친구가 소개해줘서 알게 된 뮤지션이다. 이 비디오는 무려 Jef Barbara 본인이 연출하고 출연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뮤직비디오가 아닐 수 없다. 짧은 스토리가 존재하는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Jef Barbara가 정말 귀엽고 섹시하다. 광량이 부족하더라도 부족한 대로 자연스럽게 찍은 장면들이 좋다. 일본의 한 레코드샵을 통해 싱글도 발매했다. 일본 여행 중 발견한 앨범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3. Dirty Beaches ‘Lord Knows Best’ MV

앨범 <Badlands>(2011)의 수록곡으로, 대만에서 태어나고 캐나다에서 자란 Alex Zhang Hungtai가 Dirty Beaches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뮤지션의 비디오들은 대부분 서로 비슷한 질감을 띠는데 그중에서도 이 영상을 가장 좋아한다. 뮤지션 본인이 직접 등장해 펼치는 연기가 뻔뻔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중첩된 거울로 Alex Zhang Hungtai의 모습이 끝없이 길게 보이는 장면과 코러스 세 명이 특수필터로 분할되어 핑글핑글 도는 장면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4. El Guincho ‘Bombay’ MV

웃음과 귀여움이 공존하는 비디오. 컷이 빠르게 전환되는 편이고 그 속의 이미지들은 서로 시선을 뺏기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컷이 짧아서 그런지 사진 슬라이드를 넘겨서 본다는 느낌도 있다. 비디오를 통해 뮤지션을 알게 되었다. 사실 더 관심이 가는 건 영상을 만든 CANADA라는 그룹인데(그룹인지 개인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비메오 계정에 들어가면 다양한 작업물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영상에 영화적 요소가 많이 삽입돼 있고 어떤 비디오를 선택해서 봐도 비슷한 감정이 도출될 만한 영상들이다.

 

포토그래퍼 뇌는?

긱스, 김아일, 신세하, 김사월 등 뮤지션들의 음반 사진 및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주로 가족과 친구들을 찍고 서울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장면들을 찍는다. 쌓이는 사진들을 무작위로 골라 포스터로 만들기도 하고 간혹 재미있는 전시에 참여하기도 한다.

N’Ouir 인스타그램
N’Ouir 홈페이지

 

(이미지출처= N’Oui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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