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야마 다이도

일본의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森山 大道, Moriyama Daidō)의 대표작 중 ‘들개’가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는 도시를 어슬렁거리며 거칠고, 흔들리고 흐릿하게 풍경을 담는 것이 마치 떠도는 들개와 같다고.

“1971년 나는 아오모리 현에서 들개처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머물던 여관에서 큰길가로 나왔는데, 마침 개 한 마리가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으며, 그 기이한 인연으로 나는 개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때부터 들개는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이 사진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사람들이 내 작품을 생각할 때면 이 사진을 떠올린다.”

아레〮부레〮보케

주문처럼 들리는 아레〮부레〮보케(アレ・ブレ・ボケ rough, blurred and out-of-focus)는 모리야마 다이도 사진 스타일의 통칭이다. 거칠고 흔들리고 흐릿하게. 사진은 한편 계산 하의 미학이자 예술로 여겨지는데, 그는 정반대였다. 모습은 계산이 필요 없고 정해진 구성이 아닌 일순의 포착으로 참답게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파인더를 안 본 상태에서 셔터를 눌러댔다. 차 안에서는 창밖으로 손을 뻗어, 길에서도 높낮이를 재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찍었다. 결과물은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사람들의 초상, 괴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땅과 건물, 강인하면서도 연약해 보이는 흑백 사진으로 남았다. 파인더와 상관없이 기우뚱한 구도와 고온으로 현상한 날뛰는 듯한 입자, 핀트가 나가 불분명한 수법은 1960~70년대의 불확실한 모습을 그대로 전사한다며 각광받았다. 전위적인 흐름의 하나로 유행하면서 사진계와 광고계에서 널리 쓰이다 곧 퇴물 취급을 받게 된다. 모리야마 다이도는 1950년대 뉴욕에서 활동하던 사진가 윌리엄 클레인(William Klein)에게 영향받았다고 밝힌 바 있고, 수십 년이 지나도록 그 수법을 바꾸지 않았다.

 

도시

모리야마 다이도는 193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본래 그래픽 디자인을 하다 사진 집단을 만들어 활동했고 사진가 호소에 에이코(細江 英公, Hosoe Eikoh)의 조수로 본격적인 사진을 시작한다. 3년의 사사를 마치고 독립하면서부터 줄곧 도시를 찍는다. 유명 사진가가 된 후에 세계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사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는 도쿄와 오사카, 뉴욕이다. 수십 권이 넘는 사진집 중 이들 도시의 이름을 단 책이 있다.

먼저 뉴욕. 안 그래도 암울하다는 평을 받던 그의 사진은 60년대 말 더욱 불온함을 내뿜었다. 평론가들은 부레보케 사진은 도대체 이제 다 어디로 갔냐며 비아냥거렸고, 모리야마 다이도의 사진에서는 자살의 냄새가 난다는 말도 서슴없이 했다. 슬럼프에 빠졌고 평소 존경하며 친분을 둔 예술가 요코오 타다노리(橫尾 忠則, Yokoo Tadanori)의 영향으로 뉴욕에 이주한다. 처음 당도한 뉴욕의 겨울을 담은 <71-NY>은 처음 대면하는 외국의 도시에 대한 폭발적인 감정이 담겨있다. 다시 정력적으로 사진을 찍을 활기를 얻고, 자신의 사진에 대한 많은 것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갖는다. 뉴욕은 그에게 고마운 도시다. 뉴욕에 있으면서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사진가로 거듭난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전시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2012년에는 뉴욕국제사진센터가 수여하는 평생공로상을 일본인 처음으로 받는다.  

뉴욕에 관한 몇 사진집 중 <ANOTHER COUNTRY IN NEW YORK : Airplene>. 1974년 프린팅쇼에서 제작한 환상의 카피를 지난 2013년 250부 한정으로 제작했다. 이마저도 다시 희귀해졌다. 스냅 사진을 찍는 만큼 사진집도 다량 발표했는데 거의 절판돼 높은 가격에 팔린다.

<71-NY>과 <ANOTHER COUNTRY IN NEW YORK : Airplene>를 합본 복각한 <71 NEW YORK>에는 모리야마 다이도가 뉴욕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담겨 있다.

 

고향인 오사카. 얼른 도쿄로 상경하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던 스무 살의 모리야마 다이도. TV와 라디오, 파칭코와 술집, 거리의 모든 곳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들으면서 도쿄에 대한 마음을 키우던 시절이 있다. 그는 에세이에서 오사카 시절을 자주 언급한다. 떠나고 싶었지만 언제나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돌아와 안심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그래서인지 오사카 사진은 꽤나 시끄럽다. 모리야마 다이도의 사진은 너무 강렬해 오히려 입을 꼭 다문 것처럼 보인다. 오사카 사진은 그다지 침묵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도시의 무드를 떠나 그가 보려고 한 것이 완전 다름을 알 수 있다. 그건 촌스럽게 말하자면 애정과 향수이겠지.   

오사카를 떠난 지 반세기 넘어 발표한 사진집 <Osaka>.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찍은 사진을 실었는데 공허하고 쓸쓸한 클로즈업 사진이 적다.

 

마지막으로 도쿄.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테라야마 슈지(Terayama Shuji)에게 이끌려 도쿄의 이상한 거리 구석구석을 훑게 된다. 모리야마 다이도는 혼돈의 미궁을 탐험하는 것을 자처했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멈추지 못한다. 도시와 거리에서 마주치는 다시는 재생되지 않는 순간의 에너지에 그는 평생을 바치고 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매일 바뀌는데 누가 그의 호기심을 멈출 수 있을까. 계속되는 도쿄의 창작물 중에 <DAIDO TOKYO>는 특별하다. 컬러와 모노크롬 시리즈를 한데 합쳤다. 됴쿄 컬러라는 단순한 제목 아래 도쿄의 단면이 채집되어 있다. 모노크롬 장인이니 컬러 사진도 대단하다. 그에게는 필름이니 디지털이나 도구는 전혀 상관없다. 무엇을 찍느냐인데 컬러를 찍을 때는 최대한 경박한 것을 찍는다. 그렇지 않으면 컬러로 찍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와 그물스타킹이라는 흑백 시리즈를 펼치면 정말 골치가 아프다. 검은 종이에 실버 젤라틴 프린트로 계단, 벽면, 그물, 파이프, 머리칼 그물처럼 보이는 사진을 지독하게도 늘어놨다. 모리야마 다이도는 여전히 괴인처럼 도쿄를 찍는다.

모노크롬 장인으로 소개했지만 60년대부터 컬러사진도 찍었다. 그가 말하는 컬러사진 작업

“흑백사진은 프린트할 때 여러 가지 조절을 거친 후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흑백은 어느 정도 꿈 같은 세계를 표현한다. 컬러로는 앞서가는 그리고 거침없는 것들에 흥미를 가지고 찍는다.” 

모리야마 다이도 자화상

이로써 짧은 시리즈 모노크롬 장인은 끝났다. 워낙 방대한 모리야마 다이도의 이야깃거리 중에서 아주 일부만 다뤘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자. 

 

Writer

매거진 <DAZED & CONFUSED>, <NYLON> 피처 에디터를 거쳐 에어서울 항공 기내지 <YOUR SEOUL>을 만들고 있다. 이상한 만화, 영화, 음악을 좋아하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윗옷을 벗은 여성들을 찍은 음반 겸 사진집 <75A>에 사진가로 참여했다.
박의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