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쇼지(植田正治, 1913~2000)는 일본 돗토리 현 사카이미나토에서 태어나 고향을 떠나지 않고 70년 동안 사진 작업을 한 사진가다. 1930년대라는 이른 시기에 일본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른 작업을 한 인물이다. 이를테면 개와 아이를 한 프레임에 넣고 찍을 때 사람이 아닌 개에 포커스를 맞춘 다음 아이의 상반신은 잘라서 찍었다. 피사체를 드문드문 조형적으로 배치한 사진은 후에 ‘우에다초(植田調)’라는 사조로 불리게 된다. 일본 안에서도,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숨을 거둘 때까지 사진 찍는 행위를 좋아했고, 사진을 찍으며 사람과 만나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 관심 가는 것이 생기면 바로 사진으로 구현하고 그 관심사는 여기와 거기로 옮겨 다녔다.     

본인이 찍은 장난스러운 셀프 사진들. 매일 이렇게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

 

카메라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사진에 관심을 둔 우에다 쇼지는 열아홉이 되어 3개월간 도쿄로 사진 유학을 다녀온 후 기세 좋게 사진관을 연다. 사진사를 하는 동시에 각종 사진 콘테스트에 사진을 응모하며 사진작가의 길을 살폈다. 수줍은 까까머리 꼬마를 찍은 <해안의 소년>이라는 작품으로 콘테스트에서 바로 수상하고 아마추어 작가와 사진관 주인을 병행했다. 상업 사진 활동을 하고 전시를 열고 사진집을 내도 사진관 문을 닫지 않았다. 그는 카메라 기계 자체를 사랑했다! 맨 처음 일제 베스트라는 카메라를 구입하고 베사를 거쳐 염원의 카메라인 롤라이 플렉스를 가지고, 결국 라이카도 산다. 한 카메라만 쓰지 않고 여러 기종으로 사진을 담았다. 그는 사진관 ‘우에다 카메라’를 셋째 아들에게 물려줬다.

<해안의 소년>. 1931년 사진 잡지 <카메라> 12월 호에 당선된 사진
카메라 욕심쟁이인 그를 잘 보여주는 자화상

 

사구(砂丘)

우에다 쇼지의 집 앞에는 유미가하마 해안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돗토리 사구가 있었다(모래 바닥이 나오는 사진은 죄다 사구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해안에서 찍은 사진도 꽤 된다). 그가 가족을 데리고 사진을 찍든 우스꽝스러운 셀프 사진을 찍든 광고 촬영을 하든 대부분 사구가 배경이 되었다. 경계를 알 수 없는 모래사막은 그에게 훌륭한 호리존이자 스튜디오였다. 사진가가 촬영을 위해 모델을 스튜디오로 부르듯 모두를 불러들였다. 가끔 이즈모 지방의 모습을 담거나 오브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고향을 떠난 일은 공식적으로 3개월의 유학밖에 없었고 평생 사구 곁에서 사진을 찍었다. 

우에다 쇼지 가족사진

 

아이들

대표작 중 하나인 <소녀사태(少女四態)>(1939)는 우에다 쇼지 사진의 출발점과 지향점을 모두 담고 있다. 우에다 쇼지는 아이들을 좋아했다. 카메라에 가장 순수하게 반응하고 자유로운 피사체로 여겼다. 초기작부터 꾸준히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모래 언덕이나 거리에서 바로 섭외해 사진을 찍었다. 우에다 쇼지는 촬영에 응해주는 아이들이 고마워 늘 사탕을 들고 다니며 작은 성의 표시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담대한 연출과 구도. 사진 안의 소녀들은 모두 똑같은 자세로 앞을 응시하지 않는다. 천진함을 흩뿌리며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호기심과 불안함을 담은 아이들의 눈빛 같은 건 우에다 쇼지 사진 안에는 없다. 어린이들은 멋지고 혹은 모자라지만 어엿하게 모델이 된다. <소녀사태>로 돌아가서 네 명의 소녀는 각자 다른 곳을 보며 조형적인 형태를 취한다. 한 여자아이는 뒤로 돌아서 있다. 뒤를 돌았을 뿐인데 많은 이들이 이 점에 허를 찔렸다. 나중에 소녀의 부모님이 왜 우리 아이만 뒷모습을 찍었느냐며 따지러 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우에다 쇼지가 찍은 아이들
아이들 컬러.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가끔 컬러 사진을 찍기도 했다. 피사체는 대부분 아이였다

 

패션

우에다 쇼지와 패션 사진은 광고 일을 하던 그의 아들과 연관 있다. 1980년대 초 아직 작가와 패션 디자이너의 협업이 왕성하게 행해지기 전. 디자이너 다케오 키쿠치는 카탈로그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우에다 쇼지의 아들 우에다 미츠루는 넌지시 이야기를 꺼낸다. 부인을 잃은 우에다 쇼지가 사진을 잠시 멀리할 때였다. 그가 1950년대 주로 찍던 르네 마그리트 그림 같은 초현실+모던 사진을 바탕으로 다케오 키쿠치가 디자인한 옷을 입은 피사체를 세웠다.  완성된 <TAKEO KIKUCHI AUTUMN AND WINTER COLLECTION 83-84>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패션과 광고계는 너도나도 우에다 쇼지를 기용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은 ‘사막 모드(砂丘モード)’라 부르고 많은 젊은이를 패션 사진계로 인도했다. 그의 나이 70이었다.

패션과 광고계에서 활동하면서 인사를 찍기도 했다. 우에다 쇼지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초기에 사진가 켄 도몬을 찍은 사진이다. 그냥 그렇다는
그림작가 야마카와 소지를 찍었다
우에다 쇼지가 찍은 가수 겸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이 기사는 시리즈다. 하필 일본의, 도마쓰 쇼메이와 호소에 에이코 등 흑백 사진이 특출난 사진가 중에서 우에다 쇼지와 모리야마 다이도를 소개한다. 모노크롬 장인 두 번째는 모리야마 다이도와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Writer

매거진 <DAZED & CONFUSED>, <NYLON> 피처 에디터를 거쳐 에어서울 항공 기내지 <YOUR SEOUL>을 만들고 있다. 이상한 만화, 영화, 음악을 좋아하고 가끔 사진을 찍는다. 윗옷을 벗은 여성들을 찍은 음반 겸 사진집 <75A>에 사진가로 참여했다.
박의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