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을 아무리 채워 넣어도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과 MP3 플레이어가 음악에 대한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까. 새로운 음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또 너무 쉽게 증발해버리는 시대에 CD나 LP는 음악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는, 소장가치가 다분한 물건임이 틀림없다.

올해로 제7회를 맞이한 서울레코드페어(이하 서레페)는 흔히 LP라 부르는 바이닐, CD와 카세트를 판매하는 부스들이 촘촘히 들어서고, 그것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나, ‘복고’ 감성 때문에 발길을 모으는 곳이 아니며, 레코드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더 우월한 매체라고 주장하는 이벤트는 더욱 아니다. 재발견해야 할 음악인들을 ‘구형’의 음반에 담아 소개하며 동시대와 꾸준히 호흡해온 음악 이벤트이자, 지난 5년간 약 수만 명의 음악팬들을 모은 대중음악 축제 중 하나인 서레페가 6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다. 2017년 서레페 한정반과 최초공개반에는 각각 어떤 앨범들이 바이닐에 담겨 음악팬들에게 선보여질지, 아래 목록들을 미리 즐겁게 살펴보자.

 

2017 서울 레코드페어 한정반 다섯 장

서울레코드페어는 3회 페어부터 매년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을 선보이고 있다. 음악가 또는 레이블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의 명반들, 새롭게 주목할 만한 앨범들을 바이닐에 담아 내놓는 기획이다. 올해는 ‘언니네 이발관’ 1집 앨범을 비롯한 총 다섯 장이 ‘한정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언니네 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

언니네 이발관 ‘동경’

라디오 음악 방송에서 농담처럼 거론됐던 가상의 밴드에서, 오늘날 한국 ‘모던록’ 신에 중요한 자국을 새긴 밴드로 성장한 언니네 이발관의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1996)가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700장이 한정 제작되었다. 서툴어 보이지만 꾸밈없는 가사와 친근한 멜로디로 너르게 사랑받은 1세대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1집 앨범을 소장할 흔치 않은 기회다.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2016 한정반으로 예정되었으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올해 나오게 되었다.

 

선결 <급진은 상대적 개념>

선결 ‘마음을 둘 곳’

선결의 첫 번째 정규 앨범. 앨범 발매 쇼케이스나 큰 소매점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한 달 만에 약 1,000장이 팔리며 기대 이상의 반응을 끌어낸 1집 <급진은 상대적 개념>(2015)을 500장 한정으로 선보인다. 오래된 악기와 진공관 앰프가 뿜어내는 신비롭고 공간감 있는 사운드가 바이닐에 담겼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감이 든다.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신해경 '모두 주세요' MV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신인 뮤지션, 신해경의 첫 EP이자, 2017년 상반기 인디 음악신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온 앨범 <나의 가역반응>(2017)이다. 1인 밴드로 작업하면서, 모든 곡을 혼자 연주하고 믹싱했지만, 겹겹이 쌓은 기타 노이즈와 극적인 구성, 단단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번 서울레코드페어에서 뮤지션 신해경의 바이닐 뿐 아니라, 특별 공연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500장 한정반은 게이트폴드 커버로 제작되며, 투명 보라색 LP로 만들어졌다.

 

두 번째 달 <두 번째 달>

두 번째 달 ‘이별가(얼음 연못)’

2006년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앨범상 및 신인상, 최우수 재즈 크로스오버 앨범상을 비롯한 3개 부문을 수상하며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가장 훌륭한 앨범 중 1장으로 거론되는 두 번째 달의 데뷔앨범이다. 세계의 민속 음악을 바탕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젊은 감각으로 풀어낸 <두번째 달>(2005)의 17곡을 음반으로 소유할 기회다. 투명 오렌지색 LP 250장과 검정색 LP 250장으로, 총 500장이 한정 제작되었다.

 

이랑 <신의 놀이>

이랑 ‘신의 놀이’

2016년의 화제작 중 하나, 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을 수상한 이랑의 <신의 놀이>(2016)다. 이번 한정반 제작은 특히 이전의 CD 없이, 곡의 제작 과정을 기록한 메모와 음원 다운로드 코드만을 묶은 음반 형식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삶과 죽음의 무거운 주제를 이랑의 담담하고 솔직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담아낸, 삶이 어쩐지 쓸쓸하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이 한번쯤 들어보아야 할 앨범이다.

 

2017 서울레코드페어 최초공개반 10장

'한정반'이 서레페의 특별 기획물이라면, '최초공개반'은 각 레이블과 음악가들이 직접 준비한 음반이다. 이번 최초공개반에는 9와 숫자들의 <수렴과 발산>(2016), 박재범과 기린이 함께 만든 싱글 <City Breeze>(2016) 같은 최신작부터 브라운아이 소울의 1, 2집 앨범같이 이제는 구하기 힘든 앨범들을 바이닐과 CD에 담아 선보인다.

9와 숫자들 <수렴과 발산>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모던록음반상, 최우수모던록노래상을 거머쥐며 한국 인디 신에 다분한 흔적을 새겨온 9와 숫자들의 정규 3집 <수렴과 발산> LP가 아쿠아 블루 컬러의 바이닐로 제작되었다.

모노톤즈 <Into The Night> 모노톤즈의 데뷔 앨범 <Into The Night>(2015)에 2016년 음원으로만 발표된 싱글 ‘여름의 끝’을 추가한 바이닐이 한 장은 흰색, 다른 한 장은 검정 레코드로 프레싱되었다.

박재범×기린 <CITY BREEZE> 힙합 레이블 AOMG의 수장 박재범과 복고와 뉴잭스윙으로 무장한 아티스트 기린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CITY BREEZE>가 기존 디지털 싱글과는 다른, 새로운 커버의 LP로 재탄생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 <Brown Eyed Soul>, <The Wind, The Sea, The Rain>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바이닐 2장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 수량을 나눠 판매되며, 페어에서의 선판매 이후 일반판매를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생각의 여름 <생각의 여름 & 곶> 최초공개반에 마지막으로 추가된 음반이자, 절판된 앨범인 생각의 여름 1집 <생각의 여름>(2009)과 2집 <곶>(2016)을 합본 형태로 구성한 LP로, 동봉한 음원 다운로드 쿠폰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성진환 <BABY BIRDS> 스윗소로우의 막내에서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선보이는 1집 <BABY BIRDS>(2016)가 스티커 세트와 함께 바이닐 500장에 담겨 선보여진다.

술탄오브디스코 <The Golden Age Revisited> 1집 <The Golden Age>(2013)를 뼈대로 그동안 발매되어 온 싱글들을 담아낸, 지금까지의 술탄을 총망라한 앨범이다.

임인건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 한국 재즈를 대표하는 1세대 연주자들이 참여한 앨범 <야누스, 그 기억의 현재>(2016)가 LP와 CD, 그리고 54페이지의 책자와 함께 박스 패키지로 제작되었다.

코가손 EP <오늘의 할 일> 4인조 밴드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 밴드 코가손의 신작 <오늘의 할 일>이 정식 발매에 앞서 2017 서울레코드페어에서 첫선을 보인다.

 

+2017 서울레코드페어를 즐기는 TIP!

1. 세레페는 매회 다양한 형식의 음반 판매뿐 아니라, 새로운 음악을 발표한 음악가들의 쇼케이스와 사인회를 함께 진행한다. 올해는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음악가 김목인, 나른하고 몽롱한 밴드 사운드가 매력적인 파라솔 같은 다채로운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2. 대다수 한정반과 최초공개반은 토요일에 판매를 시작해, 일요일 수량을 따로 배분하지 않고 선착순으로만 판매한다. 한정반은 1인당 최대 2매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3. 작년부터 시작된 서울레코드페어의 카세트 프리미어전에서는 서레페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새로운 카세트테이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의 ‘카세트테이프 특별전’에는 김두수의 4집 <자유혼>(2002) 리마스터링 버전과 단편선과 선원들의 2집 <뿔>(2016), 빅베이비드라이버X이혜지의 <빅베이비드라이버X이혜지>(2017)를 비롯한 총 5장의 카세트테이프가 판매된다. 그 밖의 단독 부스에서도 다양한 카세트테이프가 판매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앨범 중 주목할 만한 카세트테이프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인 하세가와 요헤이가 1960~70년대 화교 가요를 믹스한 60분짜리 믹스테이프로, 헬리콥터레코즈에서 발매한다.

일시 6월 17일(토), 18일(일) 11:00~20:00
위치 서울혁신파크(구 질병관리본부),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동 5
문의 02-322-0804
홈페이지 http://www.recordfair.kr/index.html

 

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