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엄습하는 것들을 사랑해

때때로 우리가 직접 나서서
그것들을 잡기도 하지

(…)

우리는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기다려
우리의 동공이, 우리의 동맥이
현장을 사로잡는 순간을 기다려

- 오은 ‘아이디어’ 중

 

리플렉타(@reflecta.office)는 한국 사진가 20여 명이 모인 그룹이다. 2014년 커먼센터에서 열렸던 전시 <스트레이트- 한국의 사진가 19명>에 참여한 작가들이 전시 이후 모임을 구성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2015년 제7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그룹 자격으로 참가한 리플렉타는 작가들이 각기 제작한 소규모 출판물을 판매하였고, 2016년 9월 현재 전시 <리플렉타 오브 리플렉타>(이하 <리플렉타>)*가 열리고 있다.

리플렉타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단출하다. 모임의 전시와 관련한 간단한 정보와 기록, 소개 정도다. <리플렉타> 전에서 볼 수 있는 소개 역시 간단하다. “리플렉타는 20명 안팎의 사진가들이 모인 커뮤니티로, 서로의 작업을 지켜보고 전시를 하거나 책을 만드는 활동을 함께 도모한다.” 이어서 리플렉타가 특정한 공동의 목적을 갖는 그룹이 아니며, “특정한 개념이나 키워드로 규정되지 않는”다고 소개한다. 작가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면 이들을 처음으로 만나게 했던 전시 명처럼 각자의 ‘스트레이트’한 태도(이마저도 해석이 제각각인) 이외에 어떤 공통점을 찾기 어렵지만, 리플렉타는 조용하게 관심을 받으면서 지속되고 있다. 조용하게? 2015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도 특히 분주했던 리플렉타 부스 광경은 조용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2016년 3월 사진전문 월간지 <포토닷>은 리플렉타 특집호를 발간했다.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 파인아트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평가는 리플렉타라는 모임의 구성 그 자체를 일컫는 것이기도 하다. 기성 사진계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동시에 스스로를 사진가로 호명하는 태도, 서구 스냅사진 미학의 영향과 ‘한국’으로 대변되는 개인의 ‘현재’에 관심을 두는 취향 혹은 미감은 한국의 1990년대와 2000년대를 통과해 온 한 세대의 자연스러운 결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외여행 자율화와 일본 대중문화 개방 따위로 외국문화 유입과 지역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시기, 발달한 인터넷 문화, 취향과 관심사의 공동체로서 개설되던 커뮤니티들**과 DSLR의 등장, 곧 이은 카메라 달린 핸드폰과 스마트폰의 상용화와 SNS. 주체와 객체가 끊임없이 바뀌는 역할 놀이를 통해 스스로를 정체화(identification)하려는 세대적 욕망은 다양한 카메라와 사진 기술을 도구로 삼아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리플렉타의 사진과 모임을 의미화할 때, 이 특정 세대의 정체화 욕망과 사진적 시각에 태생적으로 내재한 욕망이 교집합을 가지며 성장해왔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보인다.

리플렉타를 어떤 사조나 형식 면에서 하나의 틀로 묶으려는 시도는 어쩔 수 없이 실패하고, 집단적 해석은 유예될 수밖에 없다. 통제와 안정이 존재하는 단단한 그룹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리플렉타는 적어도 현재의 위치와 입장을 서로 나누는 그룹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존재하는 것과 존재를 드러내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고, 개인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에서의 호명도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들이 나타나서 사진가라고 자신을 호명했을 때, 이 세대를 연기처럼 뒤덮고 있던 취향, 징후나 유령으로서의 취급이 조금은 걷혔다고 바라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어떤 눈들과, “제 눈에 예쁜 것”(<리플렉타> 전 기획자 박지수)을 계속해서 포착하려는 이들이 어떤 지평을 넓혀간다는 사실이다. 그 확장이 나아가는 곳이 폐허일지 미지의 세계일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보다 진지하게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 사진 잡지 <포토닷> 2016년 3월호가 리플렉타를 다룬 특집 기사 제목 ‘리플렉타 오브 리플렉타’와 동명의 전시로, 당시 [포토닷] 편집장이었던 박지수가 기획을 맡았다. 강민구, 김한종, 니나안, 레스, 박의령, 솔네, 윤재원, 이강혁, 이승연, 이윤호, 이차령, 최낙원, 한다솜까지 13인이 참여하고 서교동에 위치한 합정지구에서 9월 29일까지 열린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40
시간 12:00~19:00(월요일 휴무)

** 한 예로 그래픽 디자이너 목영교가 ‘클럽장’을 맡아 2002년 개설한 싸이월드 클럽 ‘Between the Bars’는 2013년 활동이 잠정 중단된 이후에도 7만여 명의 회원 수를 유지하는 대규모 클럽이었다.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폴더를 만들어 음악, 글, 이미지를 공유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올리거나 출사 소모임을 가졌고, 국내에 출판되지 않은 일본과 서구 사진가들의 잡지와 단행본의 사진과 자료도 공유했다. 사진 스크랩이 가능했던 싸이월드 시스템의 특성 덕에, 이런 클럽에서 공유한 이미지들은 삽시간에 수많은 ‘미니홈피’들로 퍼져 나갔다.

리플렉타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reflecta.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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