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저마다 여정이나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동료'를 만나 공통 목표를 가지고 함께 떠나는 일은 말 그대로 한 배를 타는 일과 다름없다. 키를 잡고 같은 구호에 맞춰 한마음 한 뜻으로 힘차게 노를 저어야 한다. 선명할 것 같았던 종착지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의도치 않게 뱃머리가 돌아가며 방향이 틀어지기도 하면 마음을 일치시키기란 더욱 어렵다.

음악 신에서 밴드로 활동한다는 것은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선원이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밴드 잭킹콩은 튼튼하고 착실한 함선이 아닐까 싶다. 추구하는 음악의 리듬을 표현하다가 우연히 '잭, 킹, 콩'이라는 소리를 캐치한 것처럼,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잭킹콩은 자신들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유연한 태도로 극복해왔다. 꾸준하고 굵직한 이력 속에서, 매순간마다 찾아왔을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사실은 이들이 인간적으로도, 뮤지션으로서의 유대도 깊은 밴드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벌써 5년이란 시간을 의기투합해오며 동일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선원들, 밴드 잭킹콩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간단하게 잭킹콩 멤버 분들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심강훈 잭킹콩에서 노래와 트럼펫을 맡고 있는 심강훈입니다. 반갑습니다.

신유동 베이스를 치고 있는 신유동입니다.

장세훈 드럼치고 있는 장세훈입니다.

이범호 기타치고 있는 이범호입니다.

장세훈 (서원 목소리로) 저는 건반이랑 피아노를 치고 있는 고서원이라고 합니다.

 

Q 서원 님은 아쉽게도 미리 잡힌 일정이 있어서 참여하지 못했는데요. 다른 멤버분들은 정규앨범 준비가 끝난 후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이범호 사실 준비할 때도 쉬지 않았던 건 아니라서…. (웃음) 따로 쉴 필요가 없었습니다.

장세훈 음악과 생계를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시 생계로 돌아간 상태예요. 사실 이번 정규앨범 작업 때는 유동이의 역할이 컸어요. 후작업을 대부분 유동이가 작업했거든요. 일이 세 배 정도 많아졌죠.

신유동 작업하다가 죽을 뻔했어요. (웃음) 음악은 아예 손도 안 대고, 친구들 만나 술 마시고. (받은) 스트레스를 엄청 분출하고 다녔어요.

왼쪽부터 심강훈, 이범호, 장세훈, 신유동, 고서원

Q 잭킹콩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주가 인상깊은 밴드라고 생각하는데요. 곡 작업이 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이범호 보통 합주하면서 노래를 많이 만드는 편이긴 한데요. 기타 리프나 전체적인 코드 진행을 연습하다가 괜찮은 게 나오면 합주할 때 들려줘요. 전체적으로 애들이 괜찮다고 말하면, 세훈이는 세훈이대로. 강훈이는 강훈이대로 색을 입혀가는 방식이에요. 어떤 한 멤버가 자기가 생각할 때 괜찮은 라인이나 아이디어를 던지면, 그걸 토대로 덧붙이는 느낌이죠.

 

Q 처음에 아이디어를 던지는 사람이 주로 누구예요?

심강훈 범호랑 서원이? 보통은 멜로디파트를 담당하는 멤버들이 스케치를 가장 많이 내요.

이범호 전부 채택이 되지는 않고 날리는 것도 많아요. 그래도 아이디어를 만드는 순간 본인 자체는 애들이 좋아하겠다는 느낌은 와요. 여담이지만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 ‘Meet Me at the bay’는 2020년에 제가 합주할 때 들고 갔다가 까였던 곡이에요. 이번 정규를 준비를 하면서 강훈이가 제게 메인이 되는 기타 리프를 준비해 오라고 오더를 줬었거든요. 두 곡 정도 준비했는데, 나머지 한 곡은 도저히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때 예전에 썼던 곡이 기억이 나서 가져왔어요. 이번에는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인간의 약간… (웃음)

장세훈 5년 사이에 바뀐 트렌드로 인해 맞아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그때는 조금 촌스럽기도 했는데, 다시 들어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이범호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당시에 이 곡이 반려된 후에 만든 곡이 ‘Garden’(2021)이긴 했어요. 이번 기타 리프가 세상 밖에 나올 수 있게 돼서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집 <Apophenia>

Q 이제 정규 2집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정규 1집 <Dress code>(2020) 이후로 4년 만에 선보이는 발매작이에요. 정규 2집 <Apophenia>를 발매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심강훈 사실 저희가 EP를 두 번, 싱글을 세 번 정도 내면서 쉬지 않고 달려왔거든요. 그러다 보니 번아웃이 왔던 것 같아요. 번아웃을 이겨낼 계기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정규 준비를 시작하게 됐어요.

 

Q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들에서 연결성을 기인하는 현상이라는 용어인 ‘Apophenia’로 타이틀을 짓게 된 연유가 궁금해요.

심강훈 Apophenia가 관련이 없는 것들에 특징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현상이잖아요. 인간관계에 빗대서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지극히 평범하게 지나가는 일들에 크게 의미를 두고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살아가는 일상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짙게 남아있더라고요. 잔잔하게 흘러갔던 것들이 삶의 패턴에 짙게 묻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Q 앨범의 콘셉트나 주제는 강훈 님이 메인으로 잡고 간 건가요?

장세훈 주제나 가사 같은 스토리 부분은 강훈이가 모두 그렸어요. 믿고 맡기는 편인 것 같아요. 강훈이가 메인을 잡아주면, 멤버들이 내용적인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심강훈 가사 작업을 보통 제가 하니까 주제를 정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이번에 주제를 정하면서 챗GPT랑 대화를 많이 했어요. 9곡이나 써야 하고, 전부 영어 가사를 쓰다 보니 할 일이 많아서 정리가 잘 안되더라고요. 챗GPT가 추천한 키워드 중 하나가 Apophenia였는데, 그 단어에 꽂혔어요.

장세훈 밴드 멤버보다 챗GPT랑 대화를 더 많이 하더라고요.

심강훈 우리끼리 얘기하면 ‘너 좋을 대로 해’라는 대답이 제일 많이 나오기도 하니까. (웃음)

 

Q 악기 연주를 제외하고, 작업에 있어서 멤버 각자의 암묵적인 역할이 있나요?

이범호 암묵적이지 않고 확실하게 파트가 나뉘어져 있어요. 한 사람이 맡기에는 양도 많고, 싸우게 되잖아요.

주로 강훈이가 곡 작업을 하고, 서원이는 콘서트 편곡을 담당하고. 유동이는 믹스와 후작업, 세훈이는 A&R과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저는 사람들이랑 컨택을 주로 해요. 그런 게 잘 맞기도 하고. 사람의 성향을 많이 따라가는 것 같아요.

Q 정규 2집을 위해 여름 휴가 겸 좋은 곡을 쓰러 가기 위해 범호님의 시골집으로 내려가서 송캠프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2년 전에도 다녀왔던 곳으로 <잭킹콩 브이로그>의 첫 시작이기도 한 곳이잖아요. 송캠프를 위한 곳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세훈 합주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어요. 매번 쓰던 합주실에서 하기에는 새롭지가 않았어요. 5명의 사운드를 전부 담아야 하니까 소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곳이어야 했어요. 그러다 범호형의 시골집을 찾게 됐어요. 자주 놀러 가기도 했고, 단독 주택이고 낮에는 다들 일하러 가니까 조용해서 작업하기도 제격이더라고요.

이범호 완전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에 나올 법한 시골이에요. 거기서 태어나서 자랐기도 하고, 멤버들이랑 자주 방문하기도 했던 공간이에요. 아침 9시에 기상해서 밥 먹고, 12시부터 시작해서 딱 5시까지 작업을 했어요. 이후에는 알아서 개인 정비 시간을 갖고. 나름의 어떤 규칙을 갖고 송캠프에 임했어요. 단지 하나 힘들었던 건, 에어컨이 없었어요.

장세훈 에어컨이 없는 게 제일 큰 이슈였죠.

 

Q 처음으로 간 송캠프였잖아요. 앞으로도 다녀오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이범호 여름에는 못 갈 것 같아요. (웃음)

신유동 거의 모든 소스가 송캠프에서 완성된 것 같아요. 합주실이 너무 익숙한 공간이잖아요. 아예 많은 곡을 쓰겠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다녀오니 확실히 달랐던 것 같아요.

이범호 개인적으로 송캠프 장소를 정하면서 중요하게 고려한 지점이 ‘합주실이랑 취침하는 공간이 멀지 않아야 한다.’였어요. 보통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장소가 거의 없거든요. 인간이 환경에 지배당한다고 느낀 게, 노래를 만들면 합주를 하잖아요. 합주가 힘들거나 만들기 싫어질 수도 있거든요. 근데 싫으면 어쩔 거야, 잠도 여기서 자야 하는데. 그런 환경을 조성하니까 어떻게 하든지 곡이 나온다는 걸 체감했어요. 망원동 작업실에서 했으면 그렇게는 못 했을 것 같아요. 합주가 끝나면 본인의 개인 공간으로 갈 수 있는데, 여기서는 벗어날 수가 없으니까요.

장세훈 확실히 낭만은 있었어요.

Q 여름에 송캠프를 다녀와서인지, 이번 앨범에서 유독 여름이라는 계절이 잘 떠오르는데요. 살랑거리는 바람, 흐르는 물을 연상하게 만들고요. 전반적으로 어떤 사운드를 의도했는지 궁금해요.

심강훈 곡마다 사운드가 전부 다른데요.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무언가 있는 것 같아요. 전체적인 사운드 보다는 개별 곡 자체에 신경을 쓴 감이 있어요. 지금은 9곡이지만 원래는 몇 곡이 더 있어서 추렸어요. 한여름에 가서 에어컨 없이 작업해서 그런지 여름의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신유동 겨울에도 다녀오면 좋겠다.

장세훈 잘 다녀오고. (웃음) 원래는 10곡을 채우려고 했어요. 그런데 1~2곡 정도 추리고 지금 완성된 9곡이 구성이 잘 맞더라고요. 곡이 너무 많으면 개별 곡에 집중하기 힘들기도 할 테니 적당한 양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Q 곡이 영어 가사이고, 앨범 타이틀도 어려운 영어 용어고요. 평소 한국어와 섞어 쓰기는 했어도 본격적인 영어 가사를 차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의도된 부분일까요?

심강훈 5년 동안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쓰긴 했는데요. 영어를 유창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보니 저희에게도 도전이고 첫 시도였어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가사를 이해했으면 좋겠다’, ‘좀 더 다양한 인종이 이해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걸 싱글이나 EP로 풀어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규로 작업하게 된 배경도 있어요.

 

Q 예전 브이로그를 보면 강훈 님이 영어 공부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장세훈 당시에는 강훈이의 낭만 수치가 100일 때였어요. 그 이후로 급격하게 (낭만 수치가) 바닥으로 내려가긴 했어요.

심강훈 작업을 하다보 면 꾸준할 수가 없어요. 다 내릴 걸 그랬어요.

‘Meet Me at the Bay’ 뮤직비디오

Q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는 제주도에서 촬영했다고 들었어요. 제주도가 배경인 이유가 있을까요?

심강훈 ‘bay’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제주도라서 로케이션을 그렇게 잡았어요. ‘Meet Me at the Bay’는 이별한 연인한테 마지막으로 만나서 춤을 추자는 슬픈 내용을 담은 곡이잖아요. 다행인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당시에 비가 와서 날씨가 되게 우중충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가사와 비슷한 분위기로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Q 강훈 님이 뮤직비디오에 직접 나와요. 촬영을 해보니 어땠나요?

심강훈 음악이 안 나오고 영상만 볼 때는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뮤직비디오로 보니까 잘 묻어나더라고요. 직접 쓴 가사다보니 이입이 잘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장세훈 진지하게 임하긴 했지만, 처음에 강훈이가 춤을 추는 장면만 볼 때는 웃음을 참았어요. 강훈이가 덩치가 꽤 있는 편인데 살랑살랑 움직이니까 조금 웃기더라고요. 근데 완성본으로 다시 보니까 되게 잘 어울리더라고요. 어색했지만 보다 보니 잘 맞았다 싶었어요.

 

Q 첫 곡 ‘Meet Me at the Bay’와 마지막 곡 ‘Turn off the Jazz’가 타이틀 곡에 속해요. 두 트랙을 타이틀로 지정한 이유가 있나을까요?

장세훈 유력 후보가 세 곡 정도 있었어요. 기승전결이라고 하죠, 분위기가 완전히 상반되는 곡이 양 끝에 있으면 괜찮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는데, 발매 이전부터 미공개 곡으로 공연하고 합주를 많이 했던 곡이 마지막 트랙 ‘Turn off the Jazz’였어요. 곡 자체가 갖고 있는 스토리가 있다 보니 리스너 분들께 쉽게 와닿을 것 같아서 강훈이에게 어필을 많이 했어요.

신유동 타이틀은 강훈이 형한테 다 맡기자고 했어요. 제가 의견을 내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Turn off the Jazz’는 사실 제가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라 어필을 많이 했어요, 흔들리지 않을 만큼만.

 

Q 앨범 전체적인 사운드는 어떤 흐름으로 완성한 걸까요?

심강훈 이번에는 가사로 스토리가 연결되기보다는, 사운드 부분을 신경 쓰면서 자연스럽게 트랙리스트를 정한 것 같아요. 앨범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게.

장세훈 밝았다가 어두워지는 것도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는 사운드가 확 나오기도 하는 것도 있고요. 스토리 자체로 이어지기보다 개별 곡에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8’

Q 뜬금없는 사운드가 나온다고도 했는데,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가장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는 곡이 ‘8’이라고 느껴졌어요. 앨범에서 유일하게 다른 아티스트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곡이기도 하고요. BETHEBLUE와 함께 작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심강훈 ‘8’이라는 곡은 BETHEBLUE 형의 작곡 스타일이나 보컬 멜로디를 같이 녹여보고 싶었어요. 팔칠댄스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미 틀을 만들어놓은 단계에서 보컬 멜로디나 구성을 같이 작업했어요. 생각하지 못했던 멜로디나 화성이나 코러스가 나온 것 같아요.

장세훈 첫 도전이었죠. 피처링을 요청하거나 공동 프로듀싱은 해봤어도, 외부 프로듀서를 초빙해서 아예 맡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프로듀싱을 하면서 합주하는데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프로듀싱 방식이 아예 달랐어요. 드럼 연주를 예시로 말씀드리면, 8비트로 아예 쭉 비슷한 리듬으로 가다가, 갑자기 16비트로 쪼개질 타이밍이 아닌데 쪼개지는 그런 순간들이 꽤 있었거든요. 그래서 서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핑퐁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신유동 그 곡도 송캠프에 가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곡이에요. BETHEBLUE 형한테 맡기기 전까지는 베이스라인이랑 기본적인 리듬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좋은 편곡이 나와서 되게 긍정적으로 반응했어요. 가끔은 그런 식으로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더라고요.

 

Q 평소에도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나요?

장세훈 각자가 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있어요. 같이 협업하고 싶기도 하고, 꿈이기도 한데요. 제가 앤더슨 팩 (Anderson Paak)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장르적으로도 잭킹콩이랑 연결성이 조금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드러머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가요. 프로듀싱을 받아보고 싶어요.

심강훈 유동이 핸드폰으로 찾아보고 있는 게 너무 웃겨. (웃음) 저는 제이클레프를 너무 좋아해서 함께 해보고 싶어요. 최근에 수민 님 영상을 보고 있는데 수민 님도 너무 좋구요. 제이클레프와 수민 님 이렇게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신유동 저는 DRP IAN님과 작업해 보고 싶어요. 너무 멋있더라고요.

이범호 스타일이 다 달라가지고. 저는 성시경이요. 개인적으로 발라드 앨범을 내고 싶어요.

Q CJ아지트 광흥창에서 쇼케이스를 해요.* 라이브 맛집으로 소문난 밴드가 잭킹콩이잖아요. 이번 쇼케이스에서 각 멤버별로 공연에서 라이브나 연주를 가장 기다리는 트랙은 무엇일까요?

* 지난 3월 30일에 개최한 쇼케이스 전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강훈 저는 ‘Vultures’요. 혼세션도 같이 하거든요, 사운드가 빵빵하게 채워질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신유동 아까 좋아하는 곡이 ‘Turn off the Jazz’라고 말하긴 했는데, 라이브 연주만 놓고 봤을 때는 ‘8’이 제일 기대돼요.

장세훈 강훈이가 먼저 얘기하긴 했지만, 저도 ‘Vultures’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넘어야 할 산 같은 트랙으로 느껴져요. 곡 자체가 되게 타이트하거든요? 연주를 하면 음악에 흥을 실어야 하니까 흥분을 잘하는 편인데, 절제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으면서 진행해야 하잖아요. 애증의 곡이기도 해요. 쇼케이스 때 야무지게 했으면 좋겠어요.

이범호 라이브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곡은 ‘Vultures’에요.

 

Q 이번 쇼케이스에서 관람 포인트로 여겨볼 만한 부분은 뭐가 있을까요?

심강훈 ‘Apophenia’를 설명하면서 이번 앨범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인트로 내레이션이 나오면서 공연이 시작되거든요. 100분에서 120분가량의 러닝타임인데, <Apophenia>라는 정규 작품을 보고 왔고 느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인트로부터 준비했어요. 첫 인트로부터 강렬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요)

장세훈 스포일러 아냐?

심강훈 그런가? 어쨌든 인트로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준비하면서도 소름 돋았어요.

이범호 너가 내레이션을 하는게?

심강훈 관악기가 등장하는 파트가 너무 멋있어.

<네이버 온스테이지> Zoom in 영상

Q 멤버 분들의 케미에 관해서도 여쭙고 싶어요. <네이버 온스테이지 2.0>에 출연하기도 했고, 뮤즈온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하고.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펜타 슈퍼루키’ 대상자로 무대에 선 적도 있죠. 최근에는 라디오에도 출연했어요. 매번 우직하게 성장한다는 게 이력에서도 느껴지는데요.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각자 무엇일까요?

심강훈 온스테이지가 제일 컸던 게, 어려서부터 꼭 해보고 싶은 무대였어요. 반대로 제일 아쉬운 무대이기도 해요. 활동한지 얼마 안 됐을 때여서, 지금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겠다 싶어요. 온스테이지 자체가 지금은 없어져서 아쉬운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장세훈 저희 합이 완전히 잭킹콩이 되었다 싶었을 때 나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긴 해요. ‘잭킹ㅋ’ 정도일때였나? 그때는 그 정도였어요.

이범호 근데 그런 느낌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음악적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도 맞으니까요. 물론 지금 그 영상을 보면 너무 아쉽죠. 더 멋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런 생각 덕분에 이런 콘텐츠나 음악적인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다시 생각하니까 너무 아쉬워요. 세 영상을 보면 때묻지 않은 아이의 모습이 보여요.

심강훈 범호 형은 뭐가 제일 좋았어?

이범호 나는 부산 록 페스티벌 갔을 때가 제일 좋았어. 펜타포트도 정말 좋았지만 코로나19 시기라 무관중 송출 때였거든요. 그래서 희열을 느끼기가 어려운 감이 있었고. 전날에 도착해서 마지막 헤드라이너 공연을 보고 숙소에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밤인데도 ‘사람이 이렇게 많아도 되나?’ 싶은 거예요. 정말 ‘3대 락페’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 다음 날 정말 설레면서 스테이지로 이동했던 것 같아요.

Q 잭킹콩 멤버들은 각자 개인 음악 작업을 병행하지는 않나요?

심강훈 개인 작업은 따로 없고요. 잭킹콩에 올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범: 오늘 안 온 서원이 같은 경우 나상현씨밴드와 팔칠댄스, off the menu 등 다른 밴드의 세션으로 활동은 많이 해요. 건반 연주자가 잘 없기도 해요.

장세훈 5인조에 풀 세션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흔치 않더라고요. 주위 친한 밴드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

 

Q 잭킹콩이 함께 한 지 5년차예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5인 체제를 유지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요. 잭킹콩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건 무엇일까요?

심강훈 2집을 준비하는 맥락이랑도 비슷한 게, 번아웃이 오면 저희는 이겨내려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잭킹콩이 여기서 무너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생각에는 모든 멤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잡초 같은 그런 근성이 있지 않나 싶어요. 무너지는 순간은 사실 정말 많았어요. 어쨌든 다른 스텝으로 넘어가면서 이겨내려고 하거든요.

Q 아까 가장 기억에 남은 일과 반대로 가장 시련에 가까웠던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장세훈 정규 1집을 발매하고 코로나가 바로 터졌거든요. 정규를 내고 가보자 하는데, 갈 수 있는 길이 내리막길뿐이더라고요. 그때부터 급격하지는 않지만 텐션이 서서히 내려가지 않았나 싶었어요. 나름대로 다들 버티고는 있지만 그때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이범호 데뷔(2019)에 비하면 1집(2020)을 엄청 빨리 낸 편이거든요. 기억하기로는 발매 후 1년 간의 스케쥴이 어느 정도 그려져 있는 상황이었는데 하나씩 취소가 됐어요. 1~2주 전에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하면서 예정되어 있던 공연이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콘텐츠도 찍을 수가 없었어요. 4인 이상 모일 수가 없으니,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죠. 지금이야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괴로웠죠.

장세훈 아예 못하면 상관없는데,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취소되니까 힘들었죠. 페스티벌에도 나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전부 취소가 됐고. 공통된 시련이라고 하면 당시가 아닐까 싶네요.

 

Q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있을까요?

장세훈 술 때문에 싸우고, 술로 화해하는 느낌이 있어요. 술이 양날의 검처럼, 결속력을 주다가도 갑자기 흐트러지기도 하잖아요.

 

Q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밴드 소식을 홍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밴드 붐이 올 거다’와 같은 밈이 넘쳐나는 시대잖아요. 밴드 멤버로서 밴드 신이 조금씩 부흥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심강훈 전보다는 훨씬 활발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잭킹콩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밴드 사운드에 부합하는 밴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록밴드가 흥행하는 과정에서 한 번씩 노출이 될 수는 있겠지만. 편승만 하지 않고 저희 나름의 계획을 짜는 게 훨씬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밴드씬이 커진다고 우리의 음악도 같이 상승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도 않아요.

장세훈 기존의 밴드와 다른 색깔이 유니크하니까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무기라고 처음에 생각했어요. 색깔이나 결이 맞는 밴드랑 색다른 공연을 만들고 싶은데, 장르적으로는 록 밴드가 많잖아요. 의외로 재미있는 기획을 만드는 데에 한계점이 될 때도 있어요. 다양성의 측면으로 볼 때는 아직도 엄청 색깔이 화려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강점이면서도 단점이랄까?

Q 밴드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도 불현듯 잭킹콩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나요?

이범호 음악 외적으로 다섯 명이 있다고 치면. 잭킹콩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있을 때는 굉장히 동네 친구들처럼 놀거든요. 싸우기도 꽤 싸우고. 그리고 유동이나 다른 멤버들이 빵 터지게 했던 개그가 있어요. 특히 야구로 따지면, 유동이가 타율은 높지 않는데 한방을 치면 무조건 만루홈런이거든요. 그런 게 갑자기 생각날 때는 있죠. 어울리면서 술 한 잔하고, 재미를 느끼고 싶다는 생각은 하죠.

장세훈 수많은 시도 끝에 한번이 터지는 거예요.

심강훈 0할 7푼이죠. 10번 중의 0.7번. 그런데 그 한번이 모든 것을 상쇄시켜요.

신유동 (웃음) 개그 욕심이 있는 건 아닌데, 형들한테 계속 장난을 치고 싶어져요. 모든 자리에서는 아니지만, 형들이랑 있을 때는 확실히 케미가 좀 있는 것 같아요.

 

Q 유동 님은 확실한 막내인 것 같은데, 멤버 분들한테 예쁨을 받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신유동 예.

장세훈 미운 네 살이라고 하잖아요. 한창 귀여울 때 말고, 귀엽다가 얄밉다가 해요.

심강훈 막내 같다는 느낌이 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막내는 막내가 맞는 것 같아요. 그냥 ‘못된 고양이’라고 적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웃음)

Q 각자가 생각하는 잭킹콩은 어떤 존재인가요?

이범호 예전부터 멤버들한테 강요 아닌 강요를 했는데, (잭킹콩을) 인생의 0순위를 두라고 했어요. 차선으로 계속 밀려나게 되면, 잭킹콩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음악을 하면서 가장 0순위를 두어야 할 건 잭킹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세훈 공부하라고 하면 하기 싫잖아요. 다들 0순위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말로 꺼내면 괜히 거부반응이 생기는 느낌? (웃음) 진짜 듣기 싫었어요.

신유동 범호 형 말이 너무 길어서 그런데, 질문이 뭐였죠? (웃음) 저는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장세훈 지금은 정말 삶의 일부인 것 같아요. 전부라고 하고 싶지는 않고요. 일부긴 일부인데 퍼센티지가 많은 일부. 제 삶의 루틴이 잭킹콩만을 위해 돌아가고 있기도 하고요. 어떻든 잘 해내고,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인생 자체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일부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심강훈 지금까지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도 잭킹콩 덕이고, 저한테는 꿈같은 존재이긴 한데요. 현실적으로 따지면 직장인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잭킹콩 밖에 없거든요. 다니고 싶었던 직장을 다니는 느낌이에요.

신유동 음악이라는 직업이 중간이 없다고 생각해요. 모 아니면 도인 직업인데, 예전에는 기대도 많이 하고 베팅하는 것처럼 정말 쏟아붓고 그랬어요.

장세훈 그래서 잃은 게 많아, 얻은 게 더 많아?

신유동 지금 이 순간은 잃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웃음) 지금은 인생의 일부, 전부라고 할게. 아뇨. 일부라고 하겠습니다. (웃음) 덤덤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허황된 꿈을 꾸려고도 하지 않고,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올해 잭킹콩을 만날 수 있는 기회나 구상 중인 계획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범호 이번 쇼케이스를 마치면 저희가 참여하는 공연들이 있을 예정인데요. 각지 공연장에서 뵙게 될 것 같아요.

심강훈 2024년에는 잭킹콩이 더 많은 공연으로 찾아뵐 것 같고, 또 그게 목표이고요. 라이브 클립이든가,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로도 찾아뵙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세훈 더 나아가 해외까지.

신유동 더 나아가 화성까지. 아, 미안.

장세훈 유동이가 저런 식으로 시도를 많이 하다가, 어느 순간 얻어걸려요. 해외 진출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주변 밴드를 보면 대만이나 일본도 많이 가더라고요. 가까운 나라부터 방문하면서 해외 공연을 경험해 보고 싶은 그런 마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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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포크라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