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21일 넷플릭스에 올라온 여덟 편의 SF 시리즈 <3 Body Problem>이 곧바로 차트 최상단을 점유하면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섯 명의 영국 옥스포드대 출신의 물리학자 중심으로 범 우주 차원의 장대한 서사가 시작되는데, 중국 SF 소설가 류츠신의 휴고상을 받은 소설 <지구의 과거> 3부작을 바탕으로 넷플릭스의 오디언스에 적합하도록 각색한 것이다. 불과 1년 전인 2023년에 중국의 텐센트 비디오가 제작한 30부작 중국 드라마 <삼체>와 비교하면서 볼 수 있고, 넷플릭스가 서비스되고 있지 않은 중국 본토에서도 수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아직 차기 시즌 제작에 관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원작 3부작 전체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안고 시작했으므로 다음 시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는 원작 소설이 이미 번역 출간되었고 지난해에는 중국 드라마로 케이블TV에 방영된 적이 있어서, 상당수의 고정 팬을 안고 있을 것이다. 중국 드라마 <삼체>(三體) 혹은 넷플릭스 드라마 <3 Body Problem>으로 불리는 새 드라마의 이모저모에 대해 살펴보았다.

넷플릭스 8부작 <삼체>(3 Body Problem) 예고편

 

중국 SF작가 류츠신의 원작

넷플릭스의 8부작 드라마 <3 Body Problem>은 중국 SF 소설가 류츠신(劉慈欣)의 <지구의 과거> 3부작 소설을 바탕으로 각색하였다. 3부작의 첫 작품은 <삼체문제>(2007), 두 번째는 <암흑의 숲>(2008), 세 번째는 <사신의 영생>(2010)으로, 이번에 나온 넷플릭스 8부작은 <삼체문제>를 기본으로 하되 후속 작품의 내용도 일부 참고하였다. 류츠신은 과학에 깊은 지식을 보유한 컴퓨터 엔지니어로, 발전소에서 일하면서 1999년 단편 <고래의 노래>로 데뷔하였다. 곧이어 장편 <그녀의 눈과 함께>와 <유랑지구>로 중국의 SF 은하상을 연속으로 받았고, <지구의 과거> 3부작으로 아시아 최초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상의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SF 작가로 등극했다. 그의 대표작인 <지구의 과거> 3부작은 2016년 중국에서 처음 영화로 제작된 적이 있으며, 2023년에는 30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이 드라마는 국내 케이블 채널인 중화TV에서 처음 방영되었으며 현재 ‘티빙’에서 볼 수 있다.

중국 드라마 <삼체> 예고편

 

외계인 없는 외계인 드라마

삼체(Santi)는 태양이 세 개인 불안정한 행성계에 거주하던 외계 종족으로, 새로운 행성을 찾아 1천여 척의 우주 함대로 지구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구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400년의 긴 시간이 걸리며, 여덟 편의 드라마 어디에도 그들의 실체를 볼 수 없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들은 지구상의 추종자와 통신 연락을 하며 고등물질 소폰(Sophon) 두 개를 지구로 보내 지구에서 펼쳐지는 모든 정보를 입수하여 분석하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지구에 도착할 때까지 인류의 기술 발전을 방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들의 존재는 통신 장비를 통해 전해지는 변조 음성이나 사람들의 망막에 비쳐지는 딥페이크 영상, 하늘에 펼치는 영상과 별빛, 메타버스 게임 영상에 등장하는 아바타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바타 형태의 소폰을 연기한 배우는 드라마 <애로우>에서 전사로 출연했던 세아 시모오카(Sea Shimooka)가 맡았다.

드라마 <삼체>에서 VR 영상으로 지구인에게 설명하는 소폰

 

텐센트 vs 넷플릭스 버전

중국의 거대 IT기업 텐센트(Tencent)가 2023년에 내놓은 중국드라마 <삼체>에 이어,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동서양의 두 버전이 비교되고 있다. 원작의 모든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모두 중국인데 반해, 넷플릭스는 글로벌 오디언스를 감안하여 영국을 중심으로 각색되고 제작되었다. 등장인물들은 젠더와 인종의 다양성에 중점을 두고 새롭게 기획되었으며, 이에 따라 인종이나 젠더 스왑(Race and Gender swap)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원작인만큼 홍콩계 영국배우 베네딕트 웡(Benedict Wong), 중국계 뉴질랜드 배우 제스 홍(Jess Hong), 중국계 미국 배우 로절린드 차오(Rosalind Chao) 등 중국계 배우들의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다. 중국 드라마 버전은 30부작인 만큼 원작에 충실하고 과학적인 설명도 세세하게 담은 반면, 넷플릭스 버전은 원작에 충실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사건 위주로 함축적으로 각색했다는 평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기업의 정치, 사회적인 창작의 자유를 십분 활용, 맨 앞 단의 문화혁명 같이 중국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장면을 자세하게 묘사하였다. 넷플릭스는 이 장면이 중국의 천체물리학자 예원제(Ye Wenjie)가 인류에게 적대감을 품게 되는 서사 전개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설명하였다.

<삼체>의 문화혁명 장면에 관한 뉴스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