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있서 '1'보다 '2'가 유난히 반가울 때가 있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만으로 따듯한 의미가 덧대어질 때, 두 이름의 공존이 기대를 고스란히 충족할 때, 두 소리의 만남이 상상 이상의 조화를 이룰 때가 특히 그렇다. 여기 최근 발매한 듀오 신곡들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난 계기와 조합, 장르와 감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 계절과 어울리는 소박한 서정과 온기는 매한가지다.

 

 

홍이삭, 진수영 ‘everland’

“The Answer’s never clear. I’m just a boy looking for love.”

'2013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 이후 무명이나 다름없는 긴 시간을 지나 <슈퍼밴드>(2019) 결승 진출로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홍이삭. 그는 최근 다재다능한 재즈 피아니스트 진수영과 함께한 EP <everland>를 내놓으며 뜻밖의 만남을 공개했다. 타이틀곡 ‘everland’는 사랑을 찾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한 소년이,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자기 자신을 향해 이야기하는 한숨 섞인 일기이자 투정 어린 기도 같은 곡이다.

EP에는 영어 버전의 가사가, EP의 선공개 싱글격인 ‘(n)everland’에는 우리말 가사가 실렸다. 똑같은 곡이지만 두 곡의 분위기와 뉘앙스가 살짝 다르니 직접 비교해보자. 마치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을 선명하게 바라보는 듯한 홍이삭의 섬세한 보컬과 피아노, 신시사이저 등을 병행하며 이야기에 숨결을 더하는 진수영의 재지한 건반 터치가 완벽한 하나의 풍광을 완성한다.

‘everland’ 뮤직비디오

홍이삭 인스타그램

진수영 인스타그램

 

 

지선 & 박혜경 ‘늘…’

“늘 너의 숨소리가 보여. 감은 나의 두 눈에.”

밝고도 처연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진행, 존재감 짙은 일렉 기타의 조화가, 즐거운 아름다움을 선사했던 2000년대 K-모던록을 추억한다. 그 시절, 팝 밴드 더더와 러브홀릭은 인디와 메이저 구분 없이 사랑을 받던, 풋풋한 낭만의 상징이었다. 올해 제20회를 맞이한 한국대중음악상이 2004년 처음 개최되었을 때, 더더와 러브홀릭이 각기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노래’를 나눠 가졌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얼마 전, SBS가 팬데믹 기간을 지나 새 시즌을 공개한 라이브 프로그램 <월간 더 스테이지>에 더더의 초대 보컬 박혜경과 러브홀릭의 지선이 등장했다. 허스키한 박혜경의 목소리와 먹먹함을 자아내는 지선의 발성은 그 매력이 분명 다르지만, 동시에 여린 음색에 단단하고 시원한 고음을 갖춰 함께 비교되기도 했던 두 사람이다. 그 조합만으로 반가운 이들이 부른 노래는 일기예보, 러브홀릭, 러브홀릭스 등을 이끌었던 강현민의 솔로곡 ‘늘’(2002). 지선의 목소리로 이미 한 차례 커버한 적 있지만, 박혜경과의 듀엣으로 재탄생하며 곡에 생기와 선명한 공감각을 더한다.

‘늘’ 라이브 영상

지선 인스타그램

박혜경 인스타그램

 

 

알레프, 밍기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길 멈추지 마요. … 그대는 될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랑 도망가자’(2021)에서 그랬듯, ‘나의 모든 이들에게’(2022)가 그러했듯 밍기뉴의 가사에는 조건 없는 무한한 지지와 응원, 사랑이 담겨 있다. 알레프의 가사 또한 다르지 않다. 때때로 조금 슬퍼하고 좌절할 수 있지만, 그의 노래에서도 언제나 사랑을 바라보는 흔들리지 않는 긍정의 시선이 물씬 풍겨 난다.

바로 지금, 따뜻한 포크 발라드 음악을 가장 대표하는 두 혼성 싱어송라이터가 만났다. 자연히 가사에 어둠이 스며들 틈은 없다. “돌고 돌아 제자리에 남겨지게 되더라도” “가시덤불 위 힘들어도” “지금까지 받은 사랑 적어 보여도” 사랑하길 멈추지 말자고 이들은 노래한다. 오롯이 어쿠스틱 기타 한 대에 의지한 반주 위, 바로 귓가에 들리는 듯한 이들의 목소리가 흔들림 없는 잔잔한 호수와 같은 편안함과 용기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

알레프 인스타그램

밍기뉴 인스타그램

 

 

김제형 with 김수영 ‘one second’

“사실 반도, 아니 반의 반도 우린 도착하지 않았는데”

포크 계열 출신으로서, 소박한 사운드에, 같은 혼성 보컬로 만나, 사랑을 차분히 노래해도, 전혀 다른 감상을 자아내는 노래가 있다. 동시대 발라드와 레트로 가요, 진중한 포크 싱어송라이터와 넘치는 끼의 팝 아티스트를 오가는 김제형과 담백하면서도 힘 있는 중성적 보컬이 강렬한 인상을 주는 김수영이 만났다. 마침 두 사람은 각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정규앨범을 내놓은 직후이기도 하다.

노래 자체에는 곡을 만든 김제형의 색깔이 진하게 묻어 있다. 사랑을 일방적으로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찰나의 순간 속 상대를 갈구하는 절실한 마음과 불안, 그리움을 어지럽게 구겨 넣고 있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예민한 감정의 신경전이, 스치는 생각과 감정을 길게 늘어뜨려 놓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부드럽게 이어진다. 차분하고 무심한 듯, 온갖 감정이 눌러 담긴 듯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봄과 여름 사이 계절감을 절묘하게 전한다.

‘one second’ 라이브 영상

김제형 인스타그램

김수영 인스타그램

 

 

커피소년 feat. 제이래빗 혜선 ‘오래 바라보자’

“조심조심 걸어가렴. 어디라도 따라갈 테니.”

음악계에는 실제 뮤지션 커플, 부부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모두가 매번 둘이 같이 활동하는 것도, 무조건 알콩달콩한 사랑 노래만 부르는 것도 아니다. 각자 음악 활동을 이어오다 2019년 부부가 된 싱어송라이터 커피소년과 여성 듀오 제이레빗의 보컬 혜선. 두 사람은 결혼 1년 뒤, 함께 유튜브 채널 <부부천재>를 만들어 꾸준히 듀오 라이브를 공개하고 있다.

늘 두 사람이 주인공이고, 가끔 강아지가 함께했던 영상 한구석에 언젠가부터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얼마 전 발표한 ‘오래 바라보자’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예 주인공이 되었다. 아빠가 연주하는 피아노, 엄마와 아빠가 부르는 노래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시선 속 사랑스러운 아이의 일상이 따뜻한 봄의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오래 바라보자’ 뮤직비디오

커피소년 인스타그램

제이레빗 혜선 인스타그램

부부천재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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