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개봉한 영화 ‘조커(Joker)’는 1980년대 고담시를 배경으로 조커의 기원에 관해 다루며 많은 호평과 수많은 영화제 수상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흥행의 방증으로 당시 할로윈 코스튬으로 조커의 의상이 넘쳐났고 이는 영화 내용만 아니라 조커의 강렬한 원색으로 점철된 의상이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담시의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암울한 약자의 이미지를 음침하거나 허름한 의상이 아닌 ‘녹색 셔츠’와 ‘노란 조끼’ 그리고 ‘빨간 정장’은 조커의 광기를 더욱 폭발하는 시각적 효과를 훌륭히 수행했다. 다른 영화의 빌런들과 결이 다른 개성을 가진 조커의 의상을 제작한, 30년 넘게 할리우드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Mark Bridges(이하 ‘마크 브리지스’)에 대해 소개한다.

영화 <조커> 스틸

 

할리우드 의상 디자이너 마크 브리지스

마크 브리지스는 할리우드에서 30년 넘게 의상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의상 디자이너다. 지금까지 2019년 영화 <조커(2019)>를 포함해 아카데미 의상상 부문에 4번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이 중 2번 수상했다. (2012년 <아티스트>, 2017년 <팬텀 스레드>

할리우드 의상 디자이너 마크 브리지스 이미지 출처 – 링크
 

그가 의상을 담당한 주요 영화 작품만 해도 <결혼 이야기>, <조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8마일> 등 약 36편. 마크 브리지스는 어린 시절부터 담요를 가지고 로마 복장을 흉내 내는 등 옷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에 대해 꾸준히 고민을 하던 어린 마크 브리지스에게 할로윈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었고 코스튬을 항상 제작했다고 한다.

마크 브리지스는 교내에 훌륭한 의상 매장이 있는 ‘Stony Brook University’에 진학을 했다. 그는 연기, 작문, 연극학을 전공하면서도 의상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항상 영화에 대한 무한한 동경이 있던 그였기에 영화 산업에 몸담기 위해서는 자신이 재능이 있고 좋아하는 의상 디자인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의상 디자이너 커리어의 시작

의상 디자이너로서 첫 번째 커리어는 대학교를 자퇴한 후 첫여름이었다. Robert Downey Jr, Josh Charles, Sarah Jessica Parker가 아역 배우 시절 다녔던 것으로 유명한 공연 예술 교육 센터인 ‘Stagedoor Manor’에서 일을 시작했다. Stagedoor Manor 는 뉴욕주 Loch Sheldrake에 위치한 공연 예술 교육 센터. 개업 이래 수천 명의 젊은 배우를 양성했으며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영화, 텔레비전, 연극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

Stagedoor Manor, 이미지 출처 – 링크

그는 해당 센터의 수석 의상 디자이너의 뉴욕 아파트에 여분의 방이 남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으로 이주를 하였다. 뉴욕 이주 후 당시 브로드웨이의 대부분의 의상을 제작하는 ‘Barbara Matera Ltd’에서 일을 시작했다.

Willa Kim, 이미지 출처 – 링크

Barbara Matera Ltd 일을 하며 의상제작의 기본인 원단에서부터 제작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들을 배우며 당시 브로드웨이 최고의 의상 디자이너인 Irene Sharaff, Milena Canonero, Raoul Pène du Bois, Willa Kim와 함께 일을 하는 등 매우 귀중한 경험들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 23살일 때 말이다. 이런 귀중한 경험들은 곧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고 그는 ‘Tisch School of Arts at New York University’에서 3년간 공부를 해 미학 석사를 취득했다. 학위 취득 후 그는 속된 말로 '열정 페이'를 받으며 커리어를 쌓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도전을 했다.

그는 코엔 형제의 영화 <Miller’s Crossing>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Richard Hornung’의 조수로 일을 하며 본격적으로 영화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훗날 그에게 아카데미 의상상을 안겨준 Phantom Thread(이하 '팬텀 스래드')의 감독인 Paul Thomas Anderson의 첫 커리어부터 함께하며 할리우드 의상 디자이너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영화 <팬텀 스레드>

영화 <팬텀 스래드(2017)> 스틸

영화 <팬텀 스레드>(2017)는 1950년 런던 왕실과 사교계의 드레스를 만드는 의상실 우드콕의 디자이너 레이놀즈(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그의 젊고 당찬 뮤즈 알마(빅키 크리엡스)의 사랑을 그린다. 1950년대 사교계 드레스 쇼를 연상하게 하는 다채로운 의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팬텀 스레드의 경우 주인공 레이놀즈의 작업실에서 바로 나온 것처럼 보이는 의상들이 주요한 포인트였다. 이를 위해 그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을 방문하여 당시 실제 영국 꾸뛰르를 살펴보았다. 성공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의상들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다.

영화 <팬텀 스래드(2017)> 의상 별 스케치
 

마크 브리지스는 완벽한 고증을 위해 자신의 감각과 자료 아카이빙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후 1950년대 영국 의상을 완벽히 재현해냈다. 그리고 팬텀 스래드를 통해 2017년 90번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했다.

 

영화 <조커>

마크 브리지스는 2019년 4번째로 아카데미 의상상 후보에 오르게 만들어준 영화 <조커>(2019) 의상 디자이너로서 참여했다. 감독인 Todd Phillips(토드 필립스)는 마크 브리지스에게 영화에 '현실성'을 반영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캐릭터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했고 속된 말로 ‘찌질이, 외톨이이 아서 플렉’에서 ‘조커’로 가는 과정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가 필요했다고 한다. 단순히 조커를 만화 캐릭터처럼 줄무늬 바지에 보라색 양복을 입고 마술을 부리듯이 나타나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커의 의상은 어디선가 볼 법하지만 뚜렷한 개성을 가졌어야 했다. 마크 브리지스는 조커의 의상으로 아서 플랙의 노란색 조끼 광대 의상을 사용했고 그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할 때 입었던 슈트를 고안해 냈다. 동일하지만 디테일을 가미하여 조커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의상을 제작했다.

영화 <조커> 스틸
 

이와 같은 조커의 의상은 배우가 연기에 몰입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처음 조커 슈트를 입은 호아킨 피닉스는 좌우로 엉덩이를 흔들며 조커 영화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는 춤을 자연스럽게 추었다고 한다. 평소에 본인이 느끼는 것처럼 '본인이 여기에 왜 있는지 알겠다'와 같이 매우 자연스럽게 영화 속 장면으로 녹아 들었다고 한다.

마크 브리지스는 영화 의상 디자인이 단순히 ‘옷을 제작’한다고만 보면 안된다고 말을 한다. 영화 캐릭터는 누구인지, 그들이 어디에서 옷을 구매하는지, 그들이 표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들이 묘사하는 영화 속 세상은 어떠 한지, 그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얼마나 매력적인지 등을 끊임없이 스스로 물으며 의상들을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결과적으로 의상을 통해 본인이 만들어 가는 영화에 대한 ‘색’을 부여하기 위해서 말이다. 관심이 있다면 그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크 브리지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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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수집해서 깊게 탐구합니다. 문화적인 것은 편식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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