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보위, 프린스, 마이클 잭슨의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사진에 담은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세 명의 작가는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은 순간을 함께 했고, 이를 사진으로 남겼다. 오늘 소개할 진귀한 사진을 보며 세 뮤지션에 대한 새로운 면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1. 일본과 영국을 건너, 스키다 마사요시가 40년에 걸쳐 담아낸 데이빗 보위

이미지 출처 – 링크

데이빗 보위는 언제나 영감을 주는 쪽이었다. 자칭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라는 외계인 페르소나를 어필하던 시절에도, <Black Star>로 자기 죽음을 예감한 음악을 들려줬을 때도 그랬다. 영국의 가수 케이트 부쉬가 그를 회고한 표현이 와닿아 소개해본다. “데이빗 보위는 모든 것을 가졌어요. 지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나고, 용감하고, 카리스마 있고, 멋지고, 섹시하고, 시각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모두 굉장한 영감을 주죠.”

무엇보다 그는 그 자체로 사람을 홀리는 피조물이었다. 오늘 소개할 일본의 사진작가 스키다 마사요시(이하 ‘스키다’) 역시 런던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데이빗 보위의 콘서트 포스터를 보고 홀린 듯이 그를 찾아갔다. 이런 피조물을 찍어야 한다는 의지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함께 작업할 기회를 따냈다. 그날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일본과 영국을 오가는 40년의 인연을 사진으로 살펴본다.

이미지 출처 – ‘The First Time I Saw You’(1972) © Sukita—Courtesy of Morrison Hotel Gallery
이미지 출처 – ‘Our True Story Began At The Rainbow Theatre’(1972) © Sukita—Courtesy of Morrison Hotel Gallery

두 사람의 첫 작업물. 데이빗 보위는 두 번째 사진을 직접 골라 그의 공연 날 극장 로비에 걸어둔다. 이로써 스키다는 데이빗 보위가 자신의 작품을 맘에 들어 한다고 확신한다.

이미지 출처 – ‘Watch That Man Ill’(1973) © Sukita—Courtesy of Morrison Hotel Gallery (dressed by Yamamoto, styled by Takahashi, photographed by Sukita)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Kansai Yamamoto의 사무라이 의상과 Yasuko Takahashi의 스타일링으로 탄생한 데이빗 보위. 물론 사진은 스키다가 찍었다. 놀랍게도 사진은 일본도 영국도 아닌 뉴욕에서 찍혔다.

이미지 출처 – <“Heroes”> 커버 이미지(1977) © Sukita
이미지 출처 - ‘A Day In Kyoto 4 – Telephone Box’ (1980) © Masayoshi Sukita, 링크
이미지 출처 – ‘Platform’(1980) © Masayoshi Sukita
이미지 출처 – Station To Station(1980) © Masayoshi Sukita

두 사람의 사진 작업은 시간 면에서 연속적이지 못했다. 데이빗 보위는 일본에 방문할 때면 늘 스키다를 찾았다. 위에 사진은 그가 일본 도시 중에서도 특히 좋아했던 교토에서의 사진 작업. 공중전화 부스, 지하철 같은 일상의 공간에서도 빛나는 피조물을 넋을 잃고 보게 된다.

이미지 출처 – ‘Heathen’ © Masayoshi Sukita
이미지 출처 – ‘Seek Only Peace’ © Masayoshi Sukita

 

2. 프린스가 20년간 곁을 내줬던 이란 출신의 사진작가 애프신 샤히디

이미지 출처 – <Prince: A Private View> (Los Angeles, 2006) © Afshin Shahidi

프린스는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마성의 매력이 있다. 음악 스타일도 펑크, 록, 신스팝, 뉴웨이브 등 하나에 정착하지 않는 데다가, 수줍은 것 같으면서도 도도하고 카리스마 있는 성격도 종잡기가 어렵다. 애프신 샤히드는 그런 장벽을 뚫고 프린스의 모든 일과를 함께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두 사람은 애프신 샤히드가 프린스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일할 때, 프린스가 다가와 대뜸 누구냐고 물으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이란 출신인 애프신 샤히드의 외모가 눈에 띄었다고. 인상적인 첫 만남으로부터 8년 후, 애프신 샤히디는 프린스를 따라다니면서 담는 개인 사진작가가 된다.

프린스의 죽음 이후, 애프신 샤히디는 소장하고 있던 사진을 책(A Private View)을 통해 공개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의 책상 위엔 애프신 샤히드의 딸, 야라 샤히드의 사진이 든 액자가 있었다고 한다. 개인 사진작가이기도 했지만, 인간적인 교류를 나눴던 애프신 샤히드의 사진을 살펴보자.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공연 전후의 프린스를 확인할 수 있다. 애프신 샤히드도 나중에 알아챈 사실이지만, 대칭에 집착하는 이란인의 특성이 프린스의 사진에도 적용됐다고 한다. 프린스가 정중앙에 있는 사진들이 90%는 된다.

이미지 출처 – <Prince: A Private View> (Rock and Rock Hall of Fame rehearsals, 2004) © Afshin Shahidi
프린스, 톰 페티, 스티브 윈우드, 제프 린 등이 함께한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무대

프린스는 2004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리허설 당일, 애프신 샤히드는 리무진을 타고 공연장으로 가려던 프린스에 산책할 겸 걸어가자는 제안을 한다. 애프신 샤히드는 이날의 산책을 가장 기분 좋았던 순간으로 꼽는다. 프린스가 뉴욕 거리에서 웃고 즐기며 걷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Prince: A Private View> (Kodak Theatre in Hollywood, 2002) © Afshin Shahidi

프린스는 공연 전 음향 체크가 원만하게 끝나면 긴장을 풀고는 기분 좋아했다. 애프신 샤히디가 손에 꼽는 애정하는 사진 중 하나다.

이미지 출처 – <Prince: A Private View> (Backstage in Philadelphia, 2004) © Afshin Shahidi
사랑부터 별자리까지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 중인 프린스, 이미지 출처 – <Prince: A Private View> (2004) © Afshin Shahidi
이미지 출처 – <Prince: A Private View> (<The Tonight Show>의 백스테이지, Burbank, Calif, 2002) © Afshin Shahidi

 

3. 팝의 황제 탄생 직전, 토드 그레이가 기록한 마이클 잭슨

이미지 출처 – 링크

우리가 기억하는 마이클 잭슨은 보통 이렇다. 검은 재킷에 흰 완장을 두르고 강렬한 눈빛을 쏘고 있는 모습. 아래 소개할 토드 그레이의 사진 속 마이클 잭슨은 이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친근한 표정과 수더분하게 옷을 입은 마이클 잭슨이 어딘가 모르게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토드 그레이는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 동안 마이클 잭슨의 사진을 찍었다. 디즈니 월드에서 사진 작업으로 처음 만나 함께 롤러코스터를 탄 뒤로, 마이클 잭슨은 토드 그레이를 독점 사진작가로 고용한다.

마이클 잭슨 디스코그라피 중 1974년에서 1984년을 들여다본다. 잭슨 5로 활동한 모타운 레코드를 떠나기 직전부터 <Off The Wall>을 발표하고 <Thriller>까지 성공시키며 전설이 시작된 때이다. 마이클 잭슨은 1979년에 “세계를 놀랍게 할 새로운 배우, 가수, 댄서가 되어야 한다”라는 동기부여를 노트에 쓰기도 했다. 팝의 황제보다 오히려 이 시기의 마이클 잭슨이 새롭게 다가와 몇 장 소개해본다.

이미지 출처 – 링크

스티비 원더의 녹음실에서 마이클 잭슨. 마이클 잭슨은 스티비 원더 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듯하다.(1974년)

이미지 출처 – 링크

마이클 잭슨의 개인 영화관이다. 토드 그레이가 영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주문하니 마이클 잭슨은 어떤 영화의 어떤 장면인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토드 그레이와 조수가 겨우 생각해낸 건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마이클 잭슨은 이번엔 웃음을 주문한 사람이 직접 웃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토드 그레이가 웃긴 광대 표정을 지어 가까스로 건진 사진.

이미지 출처 – 링크

<Off The Wall>과 <Thriller>의 연이은 대성공 이후, 마이클 잭슨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은 형제들과 함께 잭슨 5로 투어와 활동을 계속 이어갔다. 1981년 애틀랜타에 도착한 더 잭슨스를 보기 위해 모인 팬들과 마이클 잭슨.

이미지 출처 – 링크

마이클 잭슨의 캘리포니아, 새집에서의 촬영. 여기엔 동물원, 극장, 놀이기구가 갖춰져 있었다. 마치 마이클 잭슨의 네버랜드의 미니 버전처럼.(1983년)

 

Writer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신샘이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