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피비린내 진동하는 슬래셔 무비가 호러 장르의 주류를 차지했다. 그러다 제임스 완 감독이 등장해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악령이 등장하는 서브장르가 호러 영화의 새 전성기를 열었다. <컨저링>, <인시디어스>, <애나벨> 시리즈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하여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였다. 최근에는 A24, 블럼하우스(Blumhouse) 같은 신생 영화사들이 젊은 감독들을 등용하여 독특한 콘셉트의 새로운 호러 영화를 선보였다. 그들의 영화는 예술적 경지의 주변 환경을 전개하고 심리적으로 독특하고 복잡한 캐릭터를 개발하여 마지막 한방을 터트리기 위해 천천히 달려간다. 이 서브장르를 아트 호러(Art Horror) 또는 아트하우스 호러(Arthouse Horro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신진 감독 아리 애스터, 로버트 에거스, 그리고 조던 필이 대표적인 감독으로 부상했다. 이들 모두 단 두 편의 영화로 할리우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현재 세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아리 애스터(Ari Aster)

영화 <유전>에서 가장 무섭다고 평가된 장면

아리 애스터는 영화학교 졸업 후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를 소재로 한 단편영화로 이름을 알리더니 영화사 A24와 함께 데뷔작 <유전>(2018)과 이듬해 <미드소마>(2019)를 내놓아 돌풍을 일으켰다. <유전>은 그해 가장 무서운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제작비 1,000만 달러의 8배를 벌어들였고, <미드소마> 역시 제작비 900만 달러의 5배 이상을 박스오피스에서 거두었다. 2019년에는 덴마크 출신의 프로듀서 라스 크누드센(Lars Knudsen)과 함께 제작사 ‘Square Peg’을 설립하여 러닝타임 4시간의 <Beau Is Afraid>를 기획하고 있다. 이 영화는 그가 대학원 졸업 직후 제작했던 콘셉트 단편 <Beau>(2011)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는데, 고압적인 엄마 밑에서 자란 소심하고 걱정에 가득 찬 소심남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해 말에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주인공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음 영화 <Beau Is Afraid>의 바탕이 될 콘셉트 단편 <Beau>(2011)

 

로버트 에거스(Robert Eggers)

영화 <Witch>와 <The Lighthouse>의 한 장면

무대 디자인으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그는, 어릴 때 자주 가던 ‘Plimoth Plantation’(17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을 재현한 옥외 박물관)의 향수를 살려 영화 <Witch>(2015)로 데뷔해 극찬을 받았다. 이 영화는 A24가 북미 배급을 진행하여 제작비 400만 달러의 10배 흥행을 거두었다. 윌렘 대포와 로버트 패틴슨을 내세운 흑백 영화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 2019) 역시 A24가 배급을 맡아 제작비 4백만 달러의 5배에 이르는 성과를 올렸다. 그의 차기작은 10세기 아이슬란드의 바이킹족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 <The Northman>가 될 예정이다. 이 영화에는 알렉산더 스카스가르드, 니콜 키드먼, 안냐 테일러 조이, 윌렘 데포, 에단 호크 등 초호화 배역이 캐스팅되어 지난해 말 촬영을 마치고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외에도 러시아의 요승 라스푸틴(Rasputin)에 관한 미니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데뷔작 <Witch> 제작을 설득하기 위해 감독이 영화사에 보여준 단편 영화 <Brothers>(2015)

 

조던 필(Jordan Peele)

영화 <겟 아웃>과 <어스>를 대표하는 명장면

코미디언과 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감독 데뷔작 <겟 아웃>(2017)과 <어스>(2019)로 일약 흥행 감독으로 부상했다. <겟 아웃>과 <어스>는 제작비 450만 달러와 2,000만 달러로 각각 2억 5,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여 단숨에 박스오피스 5억 달러를 넘어선 감독이 되었다. <겟 아웃>은 아카데미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본상을 수상하여 그의 집필 능력 또한 검증되었다. 오래 전 그가 설립한 제작사 Monkeypaw Production을 통해 책임 프로듀서로 나서, 드라마로는 CBS의 <The Twilight Zone>(2019~), 아마존의 <Hunters>(2020), HBO의 <Lovecraft Country>, 영화로는 <Candyman>(2021) 제작을 진행 중이다. 다음 프로젝트로는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클래식 호러 <공포의 계단>(The People Under the Stair, 1991)을 리메이크할 계획이다.

드라마 <Twilight Zone>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조던 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