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에반스의 힘든 인생 여정을 말해주듯, 그의 공연 레퍼토리에는 슬픈 감성의 발라드가 빠지지 않는다. 그중에는 직접 작곡한 오리지널도 있지만, 1930년대 브로드웨이나 그 후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져온 영화음악들도 보인다. 오래된 클래식도 그의 독보적인 감성으로 해석을 거치면 오리지널의 느낌과는 전혀 다른 감성의 음악이 탄생한다. 1960년대 초 베이시스트 스콧 라파로와 함께 했던 전성기 시절 세 장의 명반에서 그가 새롭게 해석한 발라드를 소개한다. 이들 모두 오리지널보다 슬프고 애잔한 감성의 새로운 음악으로 탈바꿈되어, 오리지널과 함께 비교해서 들어도 좋다.

 

<Explorations>(1961) ‘Haunted Heart’

베이시스트 스콧 라파로(Scott LaFaro)와 드러머 폴 모티언(Paul Motian)과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두 번째 피아노 트리오 앨범으로, 발라드 ‘Elsa’와 ‘Haunted Heart’의 아름다운 멜로디는 찬사 대상이 되었다. ‘Haunted Heart’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Inside U.S.A.>(1948)의 작곡 콤비 아서 슈와츠(Arthur Schwartz)와 하워드 디에츠(Howard Dietz>의 곡이다.

조 스태퍼드가 출반한 ‘Haunted Heart’(1948)은 싱글 23위에 올랐다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1961) ‘My Man’s Gone Now’

빌 에반스 트리오는 1961년 6월 25일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에서의 공연 실황을 <Sunday at the Village Vanguard>(1961), <Waltz for Debby>(1962)으로 나누어 발매하는데, 두 장 모두 실황 앨범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 중 ‘My Man’s Gone Now’는 조지 거슈윈의 오페라 <Porgy and Bess>(1935)에 나오는데, 살해된 남편 로빈의 장례식에서 부인 세레나가 슬프게 부르는 아리아(Aria)다.

오페라 <Porgy and Bess>(1993) 중 ‘My Man’s Gone Now’

 

<Waltz for Debby>(1962) ‘My Foolish Heart’

빌리지 뱅가드 실황 녹음 후 열흘 만에 스콧 라파로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Waltz for Debby>는 그의 사후 발매한 앨범이 되었다. 이 음반의 첫 트랙에는 앨범 제목과 같은 빌 에반스 오리지널 대신, 영화 <My Foolish Heart>(비정, 1949)의 타이틀곡이 먼저 등장한다. 영화의 흥행은 실패로 끝났으나, 빅터 영이 작곡한 ‘My Foolish Heart’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로 올랐다. 이 곡은 빌 에반스 음반에 두 번 이상 수록되면서 유명한 재즈 스탠더드가 되었다.

영화 <My Foolish Heart>(1949)의 타이틀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