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ATP Festival(All Tomorrow's Parties)에 오른 Max Richter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의 클래식 작곡가 중 한 명인 막스 리히터(Max Richter). 1966년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을 졸업하고, 이후 이탈리아 피렌체로 건너가 유명 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Luciano Berio, 1925~2003) 밑에서 클래식과 전자음악을 익혔다. 그는 2000년 초반부터 기존 클래식에 펑크록, 일렉트로닉을 가미한 앨범 <Memoryhouse>(2002),<The Blue Notebooks>(2004), <Songs from Before>(2006) 등을 꾸준히 발표하며 미니멀리즘 사운드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우뚝 섰다. 

막스 리히터의 음악은 이렇게 들을 때 가장 좋다 (출처- 막스 리히터 페이스북)

그의 음악은 듣는 이를 심연으로 인도하는 힘을 가졌다. 단순하지만 흡입력 있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무료함에 빠지기 쉬운 청각을 일깨우는 날카로운 전자음이 그렇다. 서늘하고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가진 그의 음악은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전쟁 같은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에도 번번이 등장했다. 영화음악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작품은 아리 폴먼 감독의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2008)이다. 그는 이 영화로 제21회 유럽영화상 베스트 작곡가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페오 알라다그 감독의 영화 <그녀가 떠날 때>(2010), 피터 리차드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하우 투 다이 인 오리곤>(2010), 앙드레 테시네 감독의 영화 <용서할 수 없는>(2011) 같은 영화 사운드 트랙을 다수 작곡하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쌓아 나가고 있다. 자, 그럼 이제부터 그의 음악 세계를 차분히 들여다보자. 이내 놀랍고 경이로운 기분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On the Nature of Daylight’

2004년에 발표한 앨범 <The Blue Notebooks>(2004) 수록곡.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다면? 맞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2010)와 헨리 알렉스 루빈 감독의 <디스커넥트>(2012)의 메인 테마곡인 동시에, 화제의 영화 <컨택트>(2017) 오프닝과 엔딩 장면에서 흘러나왔던 곡이다. 고요하게 시작해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이 곡은 막스 리히터가 이라크 전쟁과 어린 시절의 추억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위 영상은 2016년 2월 2일, 파리의 필하모닉에서 열린 라이브 공연이다.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s Four Seasons>

비발디의 사계를 재해석, 재창작한 <Recomposed by Max Richter: Vivaldi's Four Seasons>(2012)은 신시사이저와 클래식이 얼마나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알 수 있는 앨범이다. 첫 번째 트랙 ‘Spring 1’만 들어도 그 오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 교향곡 앨범은 발매 첫 주 만에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위스 등 12개 국가의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북유럽에서는 클래식 음악 최초로 ‘이주의 싱글(Single Of The Week)’에 선정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위 영상은 2012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라이브 공연이다.

 

‘Dream 13 (minus even)’

2015년, 그는 또 하나의 새롭고 획기적인 앨범을 발표했다. 사람들의 숙면을 돕기 위한 8시간짜리 클래식 앨범 <Sleep>을 발표한 것. “이 음반은 정신없이 돌아가는 우리 사회를 위한 자장가다. 사람들이 더 천천히, 여유 있는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그는 실제로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과 잠과 음악의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를 하기도 했다. 음반은 8시간의 풀 버전 <Sleep>과 1시간짜리 버전 <From Sleep>이 존재한다. 따사로운 분위기가 가득한 ‘Dream 13 (minus even)’은 <From Sleep>에 수록되어 있다. 

▶ 그가 앨범 <From Sleep>을 직접 소개하는 영상 [바로가기]

 

<Three Worlds: Music From Woolf Works>

막스 리히터는 20대 초반,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소설에 크게 감명받았다. 그리고 올해, 그는 울프의 작품 <댈러웨이 부인>(1925), <올랜도>(1928), <파도>(1931)를 바탕으로 한 발레 작품 <울프 웍스(Woolf Works)>(2017)의 작곡을 맡았다. <울프 웍스>는 세계 5대 발레단 중 하나인 영국의 로열 발레단이 올해 1월 21일 초연한 작품이다. 앞서 앨범 <Infra>(2010)와 <Future Self>(2012)로 두 차례 협업한 영국 로열 발레단의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Wayne McGregor)가 그에게 또 한 번 손을 내민 것. 막스 리히터는 이번 발레 공연에서 세 개의 막에 쓰일 음악적 언어를 찾기 위해 계획부터 조사, 발표에 이르기까지 2년이란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위 영상은 앨범의 타이틀곡 ‘Mrs Dalloway, In The Garden’ 라이브 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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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이미지 출처- Max Richte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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