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알아도, 그의 작품에 영향을 끼친 일란성 쌍둥이 퀘이 형제(Quay Brothers)는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신이 감수한 댠편영화 컬렉션 <The Quay Brothers in 35mm>(2015)에서 퀘이 형제의 단편영화 걸작 <In Absentia>(2000), <The Comb>(1990), <Street of Crocodiles>(1986)과 함께 자신이 제작한 단편 <Quay>(2015)를 수록한 바 있다. 이 단편에서 런던에 있는 퀘이 형제의 작업 스튜디오와 거기에 있는 기괴한 인형 소품들을 둘러보며 그들의 작업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The Quay Brothers in 35mm>(2015) 예고편

영국에서 퀘이 형제는 미국에서 팀 버튼 감독의 명성에 비견할 수 있지만, 막상 이들은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필라델피아 아트스쿨에서 각자 일러스트레이션과 영화를 전공한 후 영국으로 건너가 왕립예술학교에서 수학했고, 네덜란드로 넘어가 잠시 살기도 했다. 유럽 전역을 다니며 알게 된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형제는 만화를 그리거나 기괴하고 음울한 단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형을 이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전위적인 클래식 음악과의 콜라보는 형제의 작업을 대표하는 특성이 되었다.

형제의 대표작 <Street of Crocodiles>(1986) 중 일부 영상

퀘이 형제의 <Street of Crocodiles>(1986)는 폴란드 작가 브루노 슐츠의 단편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역대 단편 애니메이션 걸작으로 자주 선정되는 걸작이다. 동유럽 작곡가들의 전위 음악에 맞춰 기괴한 모습의 인형을 이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명성을 쌓았다. 그들의 작품에서는 음악이나 음향이 중요한 요소로, 대사가 거의 없고 특정한 서사가 필요한 장편 애니메이션은 두 작품밖에 없다. 그들은 영화 외에 뮤직비디오나 상업광고 작업 제작에도 많이 참여했다. 그들의 뮤직비디오 중 가장 유명한 피터 가브리엘의 ‘Sledgehammer’(1986) 영상은 MTV 뮤직비디오 어워드 아홉 개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피터 가브리엘 ‘Sledgehammer’ 뮤직비디오

그들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세트 디자인을 실물 크기로 확장하여 오페라나 연극의 무대 디자인에 나섰다. 외젠 이오네스코의 <The Chair>(1998)에서 형제의 무대 디자인은 토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형제가 만든 수많은 작품과 소품은 여러 차례에 걸쳐 <Universum>이나 <Dormitorium>이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는데, 현재 <퀘이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가 6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형제의 단편 영화들은 <The Quay Brothers: Collected Short Films>란 제목의 블루레이로 출시되었다.

퀘이 형제의 인터뷰(IFFR 2020)

 

퀘이 형제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