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촉발된 BLM(#BlackLivesMatter) 운동이 영국으로 번지며 약 120년 전 브리스톨에 세워진 오랜 동상이 끌어내려져 강바닥에 처박히는 수모를 당했다. 동상의 주인은 17세기의 상인이자 자선 사업가인 에드워드 콜스톤(Edward Colston)인데, 그가 관여한 회사 Royal African Company가 아프리카 노예무역 독점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약 30여 년 전부터 이 동상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시되었는데, 지난 6월 7일 인종차별에 대해 항의하는 운동이 브리스톨까지 번지며 화난 군중들이 마침내 동상에 밧줄을 걸고 끌어내렸다.

브리스톨의 에드워드 콜스톤 동상 보도 영상

사실 노예에 관한 과거사 문제에서 영국이 자유로울 리 없다. 영국은 미국보다 먼저 노예해방운동(Abolition)이 전개되어 미국보다 30여년 이른 1833년 노예해방령이 의회를 통과하였다. 영국 정부는 노예보상협회(Slave Compensation Commission)를 설립해 약 80만 명의 노예를 포기한 소유자에게 2,000만 파운드(현재 기준 약 170억 파운드)를 배상하였는데, 이때 보상을 받은 46,000명의 기록이 일반에게 공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의 후손 중에는 유명 인사들도 많았는데, 영국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론, 인기 소설가였던 조지 오웰, 유명 배우 중에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벤 애플렉이 포함되어 있었다.

벤 애플렉은 TV 프로그램 <Finding Your Roots>에서 조상의 노예 관련 사실을 숨기려 한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경우 다른 사람보다 극적인 면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배우 생활 중 자신의 ‘컴버배치’ 성을 쓰지 않았고, 그의 어머니 역시 아들에게 그 성을 쓰지 말 것을 권했다. 이름을 알아본 누군가 보복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들은 처음에 성을 쓰지 않았다가, 오히려 쓰기 시작하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14년, 스테이시 컴버배치란 한 아프로-아메리칸 여성이 뉴욕시의 고위직이던 감독관으로 임명되면서 이름에 대한 역사가 새삼 화제가 되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조상은 카리브해의 바베이도스에 사탕수수 농장을 소유하였는데, 그곳의 노예 역시 주인과 같은 성을 썼던 것이다.

<노예 12년>에 출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영상

오래된 정부 자료에 의하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조상은 카리브해의 바베이도스에 소유한 사탕수수 농장에 250여 명의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고 노예를 해방한 대가로 현재 기준 약 360만 파운드(54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받았다. 노예제를 다루며 골든글로브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영화 <노예 12년>(2013)에서 선량한 백인 농장주 윌리엄 포드로 출연한 그는, “이것은 (노예제와 관련한) 일종의 사과”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배우 생활을 시작하며 선대의 추악한 과거사를 억지로 감추기보다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한 바 있다.

카리브해 농장에서 노예를 소유했던 베네딕트의 조상, 아브라함 컴버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