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에 올라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새 드라마 <Hunters>가 뜻밖의 논란에 휩싸였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에 둥지를 틀고 재기를 노리는 나치 잔당을 색출하여 처단하는 비밀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한마디로 유태인들의 홀로코스트 복수극이라 할 수 있다.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할머니를 생각했다는 무명 작가 데이비드 와일(David Weil)의 작품으로, 흥행 감독 조던 필(Jordan Peele)이 책임 프로듀서로 나섰고 명배우 알 파치노가 생애 처음 TV 드라마에 출연하여 비밀조직을 이끄는 리더를 연기한다.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처럼 다소 엉뚱하지만 기발하고 통쾌한 복수극을 보는 것 같다.

아마존 드라마 <The Hunters> 예고편

이 드라마는 개략적인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가공된 픽션 드라마다. 실제로 제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수만 명의 나치 잔당 또는 협력자들이 라틴 아메리카로 은신했고, 나치에 협력했던 과학자들은 냉전 경쟁에 몰두한 미국에 협력하여 NASA 같은 첨단 연구소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미국의 유태인들은 자체적으로 민간 단체를 설립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에 나서 나치 부역자들을 찾아내 재판에 넘겼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나치 잔당들이 사망하여 활동이 뜸해졌지만, 사이먼 비젠탈(Simon Wiesenthal) 같이 여기에 평생을 바친 인물들을 '나치 사냥꾼'(Nazi Hunters)이라 불렀다.

드라마 <The Hunters>의 레드라인 예고편

문제는 이 드라마가 나치의 악행을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점이다.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유태인들의 회상 형식으로, 나치가 유태인들을 게임하듯이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이에 대해 아우슈비츠 시설을 관리하고 관련 활동을 운영하는 아우슈비츠 기념 박물관(Auschwitz Memorial) 측이 트위터를 통해 비난에 나섰다. 첫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간 체스판' 장면을 예로 들며 '우스꽝스럽고 위험한 행동'이라며, 홀로코스터 부인론자들을 자극할 것이라 경고했다. 일부 언론도 나치의 범죄는 과장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며,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하는 것이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거들었다.

<The Hunters> 논란에 관한 로이터 보도 영상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같은 단체가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2006)이나 <아우슈비츠의 타투이스트>(2018)와 같은 소설에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는데, 이는 너무 나갔으며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영화나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제작자 데이비드 와일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픽션일 뿐 역사를 왜곡할 의도는 없었다며, 박물관 측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온건한 입장을 밝혔다. 드라마의 독창성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그 역시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 부인론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곧 이어질 <The Hunters> 시즌 2에서는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아 지나친 희화화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The Hunters>의 1970년대 배경음악을 대표하는 Bob Seger & Silver Bullet Band의 'Night Mov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