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사진가가 다수를 차지하는 사진계에서 여성은 언제나 연약한 소녀이거나 관능적인 피사체였다. 남성 또한 위압적으로 섹슈얼함을 어필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성 사진가가 찍은 남성의 몸은 어떨까? 여성의 눈으로 탄생한 남성의 모습은 과도하게 섹시하지도, 도발적이지도 않다. 피부와 형체를 지닌 대상으로 그 자리에 묵묵히 존재할 뿐이다. 어쩌면 나약하게, 그저 인간으로.

 

유시 리, My Tinder Boys

ⓒYushi Li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 재학 중인 포토그래퍼 유시 리(Yushi Li)는 사진 속 관찰자와 피사체의 권력 관계에 지속적으로 주목해왔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사용되는 데이팅 앱 틴더(Tinder)를 통해 300명이 넘는 남성에게 자신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진들은 300명 가운데 그의 요청을 수락한 남성 15명의 사진이다.

ⓒYushi Li
ⓒYushi Li

일명 ‘마이 틴더 보이즈(My Tinder Boys)’ 프로젝트로, 유시 리는 요청을 수락한 남성들의 집에 직접 찾아가 그들의 나체를 촬영한다. 낯선 여성의 시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남성들은 어느 정도 불안해 보이고, 약간은 수줍은 태도를 취한다. 그들의 모습은 미디어에서 강조하던 남성들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며, 주로 여성을 관찰하는 입장에 서던 그들은 누군가에게 관찰되는 수동적인 입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유시 리는 카메라 뒤에 서서 남성들을 관찰하고 바라보며 자신을 피사체가 아닌, 관찰자의 역할을 부여받은 여성 사진가로 관계를 역전시킨다. 그는 이 프로젝트로 전통적인 남성과 여성의 위치를 교묘하게 비틀었고, 관계의 변화가 사진이란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했다.

ⓒYushi Li
ⓒYushi Li

Yushi Li 인스타그램

 

리나 스케니어스

ⓒ Lina Scheynius
ⓒ Lina Scheynius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리나 스케니어스(Lina Scheynius)는 자신과 주변의 일상을 필름카메라에 담는다. 프로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취미로 찍던 셀프 포트레이트를 플리커에 업로드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부터 매해 <01>, <02>란 이름의 일기 형식의 사진집을 출간하고 있으며, 유럽이나 일본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자신의 예술 영역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 Lina Scheynius
ⓒ Lina Scheynius
ⓒ Lina Scheynius

스케니어스는 거친 필름 질감을 살려 날 것 그대로 대상을 포착한다. 인공조명없이 오직 자연광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놓인 몸은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빛과 먼지와 함께 어우러진다. 그는 자신의 연인이나 친구의 몸을 마치 자신의 몸처럼 꾸밈없이, 가감 없이 담는다.

ⓒ Lina Scheynius
ⓒ Lina Scheynius

스케니어스는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저 대상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것, 마치 그 이유만으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른다. 단정한 꾸밈도, 의도적인 자연스러움도, 카메라의 존재도 모두 배제된 채 피사체는 자기 자신에만 집중한다. 사진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그의 사진은 다소 외설적이라는 평이 있지만, 남성의 몸을 바라보는 한 여성 사진가의 독특한 시각이 담겼다는 점에서 다분히 흥미롭다. 그의 시선에선 섹슈얼함을 어필하려는 의도가 거의 보이지 않고, 대신 부피와 질량과 냄새를 지닌 한 인간을 담아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만하다. 그것은 외설을 넘어 전혀 다른 섹시함을 풍긴다.

ⓒ Lina Scheynius

그리고 그것은 더 많은 여성이 찍히는 존재가 아닌 바라보는 주체가 되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한다.

리나 스케니어스 홈페이지
리나 스케니어스 인스타그램

 

Writer

유지우 인스타그램